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惑愛(혹애) 퇴계, 사랑을 하다(15)
惑愛(혹애) 퇴계, 사랑을 하다(15)
  • 교수신문
  • 승인 2020.07.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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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관리가 기생 범하면 곤장 60대

퇴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향이 백아의 마음을 느끼는 듯 옆에 놓인 거문고 줄을 어루만진다. 팽팽한 줄이 퇴계와 자신 간의 마음을 잇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끊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퇴계는 두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잇는다.

“저 시에나 오는 절현의 탄식은,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이가 없는 것에 대한 슬픔을 표현한 것이 아니겠느냐. 그러나 탄식하지 말고 봄 창가에 피는 매화를 다시 보라는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렴. 지음(知音)이 없다고 투덜거릴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지. 봄마다 피어나는 저 매화가  있지 않느냐. 매화가 너를 알아주고 내가 매화를 알아주면 세상살이가 어찌 외롭고 쓸쓸한 것이겠느냐. 내게 매화는 곧 너이니, 두향이 나를 알아주고 내가 두향을 알아주면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어찌 홀로 있는 것이겠느냐?”

“나으리의 말씀은, 늘 저를 사로잡으시옵니다. 저 또한 이 궁벽한 시골에서 아무도 저를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매화만 바라보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분수에 넘치게도 고매한 분을 만나 이렇듯 행복한 시간을 누리오니, 어찌 거문고 줄이 끊어졌다고 탄식을 하겠습니까. 다만 고맙고 고마울 뿐입니다.”

“그래. 두향아. 이리 조금 가까이 올 수 있겠느냐.”

“네에, 나으리.” 

두 사람은 서로 다가가며 와락 얼싸안는다. 문득 퇴계가 두향을 그윽히 내려다본다.

“두향아. 너는 내가 쌀쌀맞다고 생각하였느냐?”

“아니옵니다. 어렵사리 피어난 매화가 사람의 눈길을 받을 일이 없어서 서러워하는 것입니다.”

“어찌 눈길을 받을 일이 없다 그러느냐? 다만 시간이 문제일 것이니라. 탐매(探梅)는 매화에게도 행복이 지만 그 매화를 보러나선 이에게도 더없는 즐거움이지 않겠느냐.”

“하오면...?”

“그래. 네가 귀하게 키워온 저 도수매가 첫 꽃을 피우는 날로 하자꾸나.”

“아아. 버들매화(垂楊梅)가 꽃 피는날, 이 몸을 거두어주신다는 말씀인지요?”

“그래. 저 시의 매창우견춘소식(매화 핀 창문으로 봄소식을 다시 본다)이란 구절이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느냐?”

“이 몸이 천한 기녀로 태어나 이렇게 감격적인 날은 없었사옵니다. 제가 갈망하는 사랑을 향해 수청을 드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셨습니다.”

“수청이라 하였느냐?”

“예. 나으리.”

“나라에는 모름지기 국법이 있단다. 이 나라 법체계는 세조에서 성종에 이르기까지 경국대전으로 정리 완성하여 그 기틀을 만들었지. 수많은 법들은 율령격식(律令格式) 네 글자로 분류한 중국의 법체계를 따르고 있지. 율(律)은 금지하는 범죄에 대한 형벌을 다루는 것이고 영(令)은 형률(刑律)을 제외한 행정법적인 규정이란다. 물론 율령은 나라의 근본법이지만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란다. 수시로 격(格)을 분석하여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꿀 수가 있지. 격은 그렇게 변동된 법칙의 명령을 모은 법전으로 율령을 보완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식(式)은 율령을시행하는 데 필요한 세칙을 규정한 것이고...”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저렇게 긴 서두를 꺼내는 것일까. 두향은 다소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퇴계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잇는다.

“경국대전은 율(律)에서 빠진 범죄의 경우에는 명나라가 규정해놓은 것(大明律)을 따르도록 해놓았단다. 그 법률에는 관리숙창률(官吏宿娼律)이란 것이 있단다. 벼슬하는 자가 기생을 범했을 때는 장(杖)60으로 다스리는 엄한 법이지.”

“어머나. 곤장 60대라니요. 그 정도로 맞았다가는 장독(杖毒)이 올라 사람이 죽어나겠네요.”

“마침 곤장이라는 형틀이 버드나무로 만든 것이란다. 버들매화를 수청하다가 버드나무에게 욕을 당하는 꼴이 될까 두렵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관기(官妓)는 왜 만들어놓았을까요.” 찬물을 끼얹는 듯한 퇴계의 말에 두향은 다소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다시 퇴계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상국 / 작가, 시인. 아주경제 논설실장
이상국 / 작가, 시인. 아주경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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