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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9] 과수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 중 하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9] 과수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 중 하나
  • 권오길
  • 승인 2020.06.29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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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나방
매미나방
매미나방

조상(뿌리)이 서로 같은 나비가 주행성이라면 나방이는 야행성이다. 매미나방은 여름철 야간에, 도심 가로등 불빛에 출몰하며 과수원과 숲을 망가뜨리는 해론 벌레이다. 그래서 해마다 여름 전에 매미나방의 발생에 대비하고자 농부들은 나무줄기(樹幹)나 집, 상가의 벽 등의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고 알집을 박박 긁어낸다. 아니나 다를까, 原州 근방의 마을에서 알집제거 작업을 시작했다는 江原日報 기사를 읽고 매미나방이란 놈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여 이 글을 준비하였다.

매미나방(Lymantria dispar)은 나비목, 독나방과의 곤충으로 집시나방(gypsy moth)이라고도 한다. 수컷 몸길이는 17~21mm이고, 더듬이는 닭털 모양이며, 몸과 날개는 암갈색이다. 그리고 암컷은 몸길이가 20~40mm이고, 날개와 몸은 하얀 乳白色이며, 날개 위에 검은 무늬가 있다. 이렇게 암수의 크기나 체색이 다른 것을 同種二形(dimorphism)이라 한다. 한국·일본·아무르·시베리아·유럽·남북아메리카·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매미나방 암컷은 짝짓기한 후 나무껍질(樹皮)이나 단단한 벽, 바위 틈 등 다양한 곳에 누르스름한, 스펀지 닮은 알 덩어리(난괴,卵塊)를 붙여놓는다. 알은 공 모양으로 지름이 1.7mm 정도이고 8~9개월간 알집 속에서 머문다. 알집은 암컷복부의 노란 센털(剛毛,seta)로 덮여 있고, 이른 봄이면 이미 알껍데기(卵膜) 안에서 부화해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벼락같이 알을 깨고 나온다. 

알집에서 월동한 후 이듬해 늦봄에 부화한 어린 유충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기도 한다. 입에서 실을 내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바람에 날려 가는데 몸에 난 긴 털들이 표면적을 넓혀 바람에 쓸려가기 쉽게 한다. 어쩌다가 강풍이나 부는 날에는 횡재를 만난다. 처음에는 떼 지어 군집생활을 하다가 자라면서 산지사방으로 퍼(흩어)진다.

알에서 부화된 애벌레는 3mm 정도이지만 다 자라면 50~90mm에 달하고, 처음에는 잎에 난 잔털을 갉아먹지만 커가면서 잎을 통째로 뜯어먹는다. 보통 아침이나 저녁녘에 먹으며, 먹음새가 좋아서 수컷 유충 1마리가 700~1100cm2, 암컷이 1100~1800cm2의 참나무 잎을 먹는다고 한다. 낮에는 줄기에 잠복해 있다가 밤에 활엽수나 침엽수의 잎을 갉아먹으며, 지역에 따라 돌발적으로 대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과일나무(果樹)나 숲나무(林木)에 큰 피해를 준다.  

유충으로 머무는 기간은 45~66일이고, 6월 중순에서 7월 상순에 걸쳐 나뭇가지나 잎사귀 사이에 실을 치고 그 속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 시기는 14~17일간이고, 그동안에 나방이가 되어 끝내 번데기 껍질을 찢고 날개돋이(羽化) 한다.

나방이들의 유충은 긴 털이 부숭부숭 난 송충이(毛蟲)이로 몸이 푸르고  빨개 알록달록하다. 그런데 털이 독성이 강해서 피부에 닿으면 두드러기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 또 애벌레의 털이 스치면 덩굴옻나무(poison ivy–like)에 닿은 것처럼 부스럼(뾰루지)이 생긴다. 아무튼 보통 새들은 모충을 기피하고 오직 뻐꾸기나 어치 따위만 먹는다고 한다. 

알을 가득 밴 암컷은 몸이 무거워 거의 날지 못하고, 누에나방이가 그렇듯이 암놈의 복부 분비샘에서 성페로몬(sexual pheromone)을 쏟아내 멀리 있는 수놈을 꼬드긴다. 그래서 수컷은 활발하게 날며 암컷을 찾는다. 

나방이성충의 수명은 고작 7~8일로 날개돋이하자마자 나무줄기에서 약 8시간 동안 교미하며, 10시간 이내에 알을 주로 나무원줄기나 가지의 나무껍질에 달라 붙인다. 하지만 단단한 벽, 바위 틈 등 다양한 곳에도 배의 털을 섞어서 만든 알집덩이를 무더기로 붙여놓는다. 그래서 털로 덥힌 알은 포식자나 다른 기생충에 먹히지 않고, 추위를 이기며, 마르지 않는다. 암컷이 산란한 알집덩어리 하나에 300~500개의 알이 들었다.

송충이 유충은 사과나무 등 각종 과수류와 상수리나무․느릅나무․자작나무․버드나무 등 식물의 잎을 먹어치우는데, 알려진 숙주식물(寄主植物)이 1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북아메리카에서도 매미나방이 유충이 엄청난 해충(pest)으로 숲의 활엽수나 침엽수는 물론이고 과수에 가장 피해가 심하다고 하는데,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100 of the World's Worst Invasive Alien Species)의 한 종으로 취급할 정도이다. 그리고 유충들이 숲을 얼마나 갉아먹느냐에 따라 숲의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따라서 조류들의 마릿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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