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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의 질서(미셸 푸코, 허경 옮김, 세창출판사)
담론의 질서(미셸 푸코, 허경 옮김, 세창출판사)
  • 교수신문
  • 승인 2020.06.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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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 이어지는 푸코의 ‘담론’ 개념
미셸 푸코, 담론의 질서
미셸 푸코, 담론의 질서

 

담론 생산, 절차에 따라 동시에 통제·선별·조직·재분배

고려대 철학硏 허경 박사 3~4년 들여 문장·용어 정확히 번역

콜레주 드 프랑스 취임 연설문 1971년 본 완역…담론 개념 변화 엿보여

미셸 푸코는 1970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선정되었고, 이후 1984년 사망할 때까지 ‘사유 체계의 역사’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푸코의 취임강연은 1970년 12월 2일 ‘담론의 질서’(L’Ordre du Discours)라는 제목으로 행해졌고, 이 강연은 다음 해인 1971년 푸코의 교정·검토 아래 동명의 제목으로 프랑스의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이 1971년의 프랑스어본을 완역한 것이다.

옮긴이에 따르면, 담론 개념은 그의 사유 내에서도 복잡한 층위의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푸코는 자신의 방법론이 ‘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 이전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담론의 질서』는 시기적으로 “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의 이행기”에 쓰인 것으로, 『지식의 고고학』(1969) 이후 푸코의 중심적 분석 도구로서의 담론 개념을 살필 수 있다.

이 책에서 푸코는 “모든 사회에서 담론의 생산은 -담론의 권력과 위험을 제거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제압하며 무겁고 위험한 물질성을 회피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일련의 절차들을 따라 동시에 통제·선별·조직·재분배된다”고 전제한다.

푸코는 우선 배제의 절차들을 언급한다. 먼저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절차들이 있다. 금지, 분할 그리고 거부, 진실과 거짓의 대립이 그것이다. 그리고 세 가지 내적 절차들이 있다. 바로 주석, 저자, 분과학문이다.

푸코에 따르면 담론 통제에는 또한 세 번째 절차가 존재한다. 말하는 주제의 희소화, 초월적 주체의 철학들, 전복·불연속·특이성·외재성의 네 가지 방법론적 요청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담론의 질서』는 이러한 작업들을 가능케 하는 향후의 비판과 계보학의 기획들을 다루며 끝맺는다.

이 책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 철학박사이자, 고려대학교 응용문화연구소 및 철학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대안연구공동체 ‘철학학교 혜윰’의 교장으로 재직 중인 허경 박사가 번역했다. 번역에만 3-4년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문장과 용어의 정확한 번역에 공을 들였다. 더불어 옮긴이의 말에는 기존 『담론의 질서』 번역본들을 정리해 실어,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책 속 저자의 생각들>

- 사람들이 말한다는 사실, 그들의 담론이 무한히 증식된다는 사실 안에 존재하는 그토록 위협적인 것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하여, 위험은 어디에 있는가? (18쪽)

- 오늘 저녁, 내가 수행하는 작업의 장소, 아마도 매우 임시적인 이 극장을 확정하기 위해, 내가 진전시키고 싶은 가설은 이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사회에서 담론의 생산은 -담론의 권력과 위험을 제거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제압하며 무겁고 위험한 물질성을 회피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일련의 절차들을 따라 동시에 통제·선별·조직·재분배된다. (21쪽)

- 그런데, 한 세기가 지난 후, 최고의 진실은 이미 더 이상 이전에 담론이 그런 것, 또는 담론이 수행한 것 안에 거주하지 않았다. 이제 담론은 자신이 말하는 것 안에 거주하게 되었다. 진실이 언표 행위라는 의례화되고 효율적이며 정확한 행위로부터 언표 자체 곧 그 의미, 형식, 대상, 자신의 지시체와 맺는 관계로 옮겨 가는 날이 왔던 것이다. (27쪽)

- 우리는 저자의 풍부함, 주석의 다양함, 분과학문의 전개 안에서 담론 창조의 무한한 원천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원칙들이 구속의 원칙들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원칙들의 제한하고 구속하는 기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원칙들의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기능 역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49쪽)

- 이렇게 해서 비판적 기술과 계보학적 기술이 변형되고 서로에 의지하면서 함께 완성된다. 분석의 비판적 부분은 담론의 감쌈 체계에 결부되어 있다. 비판적 부분은 담론의 희소성·배제·정렬의 원칙을 명확화·지표화하기를 추구한다. (89쪽)

- 헤겔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곳에서도 우리[유럽인들]는 여전히 철학할 수 있을까? 여전히 하나의 철학, 더 이상 헤겔적이지 않은 하나의 철학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사유에서, 헤겔적이지 않은 사유는 필연적으로 철학적이지 않은 것일까? 반철학적인 것은 반드시 헤겔적이지 않은 것일까? (96쪽)

- 만약 철학이 절대적 담론으로서 스스로를 시작해야 한다면, 철학의 역사란 무엇이며, 특정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 특정 사회 계급에 속하며, 투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고유한 특정의 개별자와 함께 시작하는 이 시작이란 무엇인가? (99-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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