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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강의는 계속된다
그래도 강의는 계속된다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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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03 10:33:02
석연찮은 재임용 탈락 처분을 받고, 보복성 파면 처분을 당했지만 교수들은 여전히 강단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남동신 덕성여대 교수(사학과), 김민수 서울대 교수(디자인학부), 김영규 인하대 교수(행정학과), 심희기 동국대 교수(법학과)(사진은 순서대로)는 이유는 다르지만 대학으로부터 이번 학기에 정식강단에서 내몰린 교수들이다. 그러나 이들 교수들은 대학에서 인정하지 않는 ‘강단 밖 무학점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인하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맡아 총장 중간평가를 진행하고, 법인의 부채전가 의혹을 제기하다 총장과 이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파면당한 김영규 교수는 지난달 20일부터 민교협 소속 교수들과 함께 교양강좌 ‘정부와 기업’ 릴레이 강좌를 꾸려가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오세철 연세대 교수(경제학과)와 ‘노동자 정치운동의 과제와 전망’을 강의했고 ,오는 3일에는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과)가 ‘김대중 해외매각 신앙과 대우차 죽이기’를, 10일에는 성낙돈 덕성여대 교수(교직과)가 ‘대학 교수노조의 의의와 과제’를 강의한다. 김 교수는 대학의 부당한 징계처분에 항의하며 현재 ‘천막농성’을 계속하면서 학생들의 요구로 무학점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인성평가 점수부족’이란 모호한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심희기 동국대 교수도 자신의 전공과목인 ‘형사소송법’ 강의를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3시간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의 강의 모습은 재임용 탈락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판례를 준비하고, 강의 결과를 인터넷에 올리는 모습은 그대로이며 쏟아지는 학생들의 질문에 강의시간을 넘기기도 다반사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학생들이 학점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박원국 이사장이 복귀하면서 또 다시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덕성여대에서도 무학점 강좌가 개설됐다. 지난 2월말 재임용에서 탈락한 남동신·양만기·김경남 교수는 대학이 폐강 결정을 내린 강좌를 학생들과 함께 무학점으로 꾸려가고 있다. 남동신 교수는 ‘문화유적 탐사’, ‘한국고대사’, ‘한국사특강’ 등 3개 과목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98년 8월말, 원로교수의 친일행적을 들춰 선배교수들의 괘씸죄에 걸려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민수 서울대 교수도 이번 학기에 ‘디자인과 생활’ 무학점 강좌를 예년과 다름없이 개설했다. 이로써 김 교수는 강단 밖 강의를 6학기째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학기에는 서울대의 김상환(철학과)·임홍배(독어독문학과)·주경철(서양사학과)·고원(독어독문학과)·박창범(천문학과) 교수와 함께 릴레이 강좌를 꾸려갈 계획이다.
대학의 부당한 처분에 맞서 학자의 본분인 교육을 싸움방식으로 택한 이들 교수들의 모습은 아직까지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대학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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