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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조선근대 경제사②]주체성, 생산력, 공동체와 창의성
[이정훈의 조선근대 경제사②]주체성, 생산력, 공동체와 창의성
  • 교수신문
  • 승인 2020.05.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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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가 경제가 무너지고 세계화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 교수신문은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의 한 복판에서 한국의 경제 근대화 과정을 조망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글 싣는 순서
1 회 : 연재를 시작하며
2 회 : 생산성의 인문학 
3 회 : 공동체와 공공성
4 회 : 조선은 왜 가난하였는가 ?
5 회 : 조선의 자생적 근대화 1 : 북학파 지식인 
6 회 : 조선의 자생적 근대화 2 : 동학
7 회 : 대한제국기 : 주체로서의 민족 
8 회 : 협동조합운동 
9 회 : 대한민국 건국의 설계자
10 회 : 한국, 세계와 만나다
11 회 : 경제개발의 설계
12 회 : 중화학공업화 추진  
13 회 : 한민족경제공동체 
14 회 : 국가전략 
15 회 : 시대정신과 지식인

 

《두 번째 주제 : 생산성의 인문학》

○ 문화와 역사의 지평에서 바라본 생산성
하늘과 땅을 가르는 가상의 선을 지평이라 한다. 지평은 인간이 바라봄으로 해서 인식되는 공간이다. 인간이 인식 가능한 범위 내의 것 가운데 그 동안 간과하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을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인식하여 우리의 삶에 대하여 의미하는 바를 음미할 때 현재의 난관을 극복할 통찰력이랄까 지혜를 이끌어낼 수 있다.

< 생산성 형성요인과 형성과정 >
생산성은 인간 사회가 풍요롭고 성숙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형성하여 주체가 다른 인간과 관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생산하는 능력을 개발하여 형성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러한 네 개의 영역을 문화인류학적 개념으로 변형시키면 주체성 · 생산력 · 공동체 · 창조성의 서로 다른 영역으로 분화된다.
이들 영역을 인류학적 개념으로 형성 원리를 규명하면 인간 정신이 향하는 근원적 두 가지 성향과 관련된다. 하나는 리비도 즉 인간 욕구의 방향을 뜻하는 외향성-내향성의 축이다. 다른 하나는 생명체가 개체로서 독자성을 누리면서 동시에 자기 이외의 것과 통일적 조화를 구현하는 유기체적 통합의 질서를 이룬다. 이는 안정성-유연성의 축으로 개념화된다. 분화(分化)는 개별성 · 전문성이며, 통합(統合)은 전체성 · 안정성이다.
주체성은 인간 욕구의 내향과 생명질서의 안정적 통합으로 향하는 생명현상의 영역이다. 생산력은 인간 욕구의 외향과 생명질서의 안정적 통합으로 향하는 생명현상의 영역이다. 공동체는 인간 욕구의 외향과 생명질서의 유연한 분화로 향하는 생명현상의 영역이다. 창의성은 인간 욕구의 외향과 생명질서의 유연한 분화로 향하는 생명현상이다. 모든 개인과 사회는 이 네 가지 영역에서의 생명 활동이 이루어지는데 성향에서의 상대적 강도에 따라 우열의 정도가 정해진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 그림 >에서와 같이 내향/외향의 축과 분화/통합의 축이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네 개의 영역으로 묘사된다. 인간과 사회의 공통되는 관심사는 인간과 사회 모두에 있어서 내향(內包)과 외향(外延) 그리고 유연성(分化, 전문성)과 안정성(統合, 주체성)의 균형을 어떻게 이루어내는가이다.

      

 

1. 주체성
⑴ 사회화와 주체성
인간은 물질이면서 생명이다. 인간은 개체이자 생명체이자 주체이다. 개체가 자기의식을 지닐 때 주체성이 성립된다. 의식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지적 작업을 위한 인식의 주체이면서 지향성을 나타내는 느낌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통합적인 주체가 되어 사실의 인식과 판단에서 일관되게 결론을 내리고, 가치에서 일의적인 느낌을 지닌다. 주체성이란 자기가 누구인가에 대한 인식으로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자기규정을 이끄는 인격 구성의 핵심 영역이다.
사람은 미완성의 존재로 태어나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며 구성원이 된다. 개성과 주체성과 같은 인간적인 특성은 사회화 과정의 산물이다. 교육은 사회화 과정을 돕는 활동이다. 사회화란 개인이 사회적 규범과 역할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역량과 문화적 가치를 습득하는 과정이다. 의식의 주체는 세계를 삶의 공간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지니는 어떤 프리즘을 통해서 바라본다. 주체성은 문화적 환경과 사회적인 구조와 대인 관계를 통해서 형성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문화적 환경이 형성하는 지평 안에서 사회적 구조의 법칙에 의해서 지배된다. 생명체는 삶을 살아가면서 바깥에서 부딪혀 오는 사건에 대응하는 가운데 누적되는 경험이 시간적으로 종합되면서 주체성을 형성한다. 자아의 주체성은 사회적인 주체성과 개인적인 주체성의 균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자기의식은 다른 존재와 다르다는 것을 의식할 때 발생한다. 주체는 타자라는 존재와 마주침으로 해서 인식변화와 감정 변화를 겪는 가운데 주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객체성과 주체성은 시간 속에서 밀고 당기면서 변형된다. 주체성은 타자와의 얽힘이라는 공간성 내에서 형성된다. 주체와 객체에 대한 인식은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 속에서 생성되는 생명 현상이다. 주체가 세계를 향해 던지는 시선은 그림자가 되어 주체에게로 돌아가 의미를 형성함으로써 개념화 된다. 주체는 개념을 통해 세계를 조작하게 된다.

 

 

⑵ 주체성과 근대화

주체의 경험은 사회적 맥락에서 역동적으로 종합되면서 시간이라는 지평 위에서 동일성을 구축한다. 개체의 경험은 계열화되고 시간적으로 종합되면서 공간적 주체성과 시간적 주체성이 형성된다. 공간적 주체성은 문화가 되고, 시간적 주체성은 역사가 된다. 주체성은 문화역사적 구조를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존재 의미는 역사를 살아가는 문화적 존재라는 인식을 통해서 적절히 파악된다.

주체성은 내가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영어의 self, identity와 상응하며, 독일어로 subjektivität 라고 표현되는 것으로서 인간존재의 능동적 핵심을 지칭한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문화를 공유하는 만큼 내적 정체성을 지니며 동시에 외부 세계와 접한다. 내적 정체성은 자생적 요소로서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외부 세계에 대한 이해는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주체성은 자생성이며, 타자성은 외부성이다. 주체성은 외부의 압박을 극복하고 내부의 이견을 조절하는 가운데 사회통합을 이루고, 개발이 유효하게 이루어지도록 자원을 조달하고 투입하는 과정으로 표출된다.

인간의 주체성이란 변화하는 대상의 세계에 대하여 동일적인 존재로서의 능동적 핵심을 말한다. 과거와 미래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가 주체적 존재이다. 주체성의 형성과 유지를 위한 조건은 반성하고 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역할에 대하여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의 역할과 대면하는 것이다. 주체성은 근대화라는 사회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⑶ 주체성과 정신문화

인간의 행동과 역량은 인간이 지니는 주체성 위에 형성되며, 주체성은 영적(靈的) 영역에서 비롯되는 인간 정신이다. 허구적인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해 인간은 타인과 협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종교와 민족의 신화로부터 동력(動力)을 공급받고, 문화와 관습을 통해 정신적 뿌리가 전해진다. 신화는 문화로 전환된다. 인간의 욕망을 결정하는 상상의 질서는 신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기꺼이 협력하게 만든다.

신화는 사회적 교육적 기능을 지닌다. 신화의 사회적 기능이란 사회에서 질서를 일으키고 그것이 유효하게 만드는 것이다. 신화의 교육적 기능이란 인간에게 주어진 삶을 이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하는 방향 찾기의 지침을 제공한다. 신화는 인간에게 고통 없는 인생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고통을 직면하고 극복해서 다른 것으로 변용시킬 것인가를 가르친다.

영적 영역은 사회를 통합하고 도덕적으로 결속시키며, 그 구성원들에게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주체성을 형성하는 원천이다. 영적 영역은 공동체 내에 존재하는 성스럽고 존중되는, 공유 내지는 합의된 가치 그리고 그와 연관된 신화 · 의례 · 장소 · 인물 등이다.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서 인지하는 자기규정은 사회적 관계의 바탕이며 관계를 통해서 인간 주체성이 발현된다.

인류 역사에서 근대화는 합리화 과정으로 서술하지만, 동시에 이는 사회가 활력을 상실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합리화는 인간의 삶을 수단 – 목적관계가 지배하는 도구적 계산의 형태로 바꿈으로써 영적 요소를 탈각시켰다. 베버는 근대화 과정에서 대두된 이러한 현상을 세계의 탈주술화(disenchantment of the world)라고 묘사하였다. 영혼 없는 전문가, 가슴 없는 감각주의자들이 세계를 이끌어가게 되었음을 지적하였다. 즉 베버는 주관적 윤리가 결여되고 몰입되지 않는 전문가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근대화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전통문화에 기반하는 주체성을 위축시켰다. 한국 역시 전통 사상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면서 공동체가 구심력을 상실하여 허약해졌다. 여기에 대하여 해방정국에서 민족혼을 지키려던 지도자들이 쓰러지고 이어서 나라가 전쟁에 휩쓸리자, 영적 지향성이 강한 민족문화는 사회영역에서보다 종교영역에서 새로운 구심점을 찾으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주체성은 여러 수준 즉 개인 · 집단 · 조직 · 사회 단위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본 연구는 사회 단위에서의 분석으로, 사회구성원을 계층별 또는 집단별로 구분하여 상호작용하는 다원적 존재로 이해한다. 분석 단위가 국민경제 단위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생산 당사자 또는 이해 관계자라는 개인 혹은 집단을 분석 단위로 하여 고찰하기도 한다. 다른 층위를 넘나드는 분석이 가능하다.

생산적 사회는 개인의 삶과 조직의 행위가 협동을 통해 연관성을 이루어낼 때 발전한다. 주체성이 결여된 사회는 자기성찰이 위축되어 축적될 구심점을 결여한다. 사회 내부에 개혁 중심 세력이 형성되지 못하고, 사회 내 여러 부문은 유기적으로 통합하지 못한다. 이런 사회 또는 조직의 발전은 생산력 위주로 발전하며, 효율성으로 파편화(破片化)된 생산성을 이룬다. 피상적으로는 합리적이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매우 비합리적이다. 통합을 추구하기 위해 분화를 도외시하면 상황에 대응하는 전문성을 결여하게 된다. 전문성은 전체 맥락 속에서 미래를 예견하는 역량으로 주체성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⑷ 역사주체와 경제주체

개항기의 조선이 외세에 대하여 대응력이 취약했던 것은 공동체차원에서 주체성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이 주권을 상실할 시점에 이르러 비로소 역사주체로서의 민족(民族)과 경제주체로서의 인민(人民) 개념이 대두된다. 한국인이라는 민족의식은 제국주의라는 타자의 침탈에 대한 반응으로 부상하였다.

제국주의의 침범에 대응하는 조선의 역사적 과제는 민족형성과 민족적 결집이었다. 제국주의 외세라는 타자에 대응하는 가운데 개화사상, 위정척사사상, 동학사상 등이 대두되며 이는 공동체적 공공성을 지닌다. 민중적 정체성은 국가보다 상위개념인 천(天)의 개념을 바탕으로 민족 이익을 지키는 공동체적 공공성과 성격상 중복된다. 천리(天理)의 공공성 개념이 민의(民意)의 경로를 통해서 드러났다.

근대사에서 민족주체성이 집단적으로 발현되는 계기는 3.1 운동과 4.19 혁명을 경험하는 가운데 형성되었다. 정부수립은 3.1 운동을 계기로 민족주의가 분출된 점이 동력이었고, 민주주의는 4.19 혁명을 통해 젊은이들의 분노 표출이 동력이었다. 경제주체로서 정부가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은 민족 부흥에 대한 염원이 동력으로 가동된 것이 배경이다.

2. 생산력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장의 영역은 생산과 소비와 관련된 제도와 기술을 포함한다. 시장 영역은 경제제도이면서 정치제도와 사회제도를 포함한다. 생산에서의 중심주제는 효율성이다. 생산은 효율성 논리를 바탕으로 하며 경제활동은 효율성에 종속된다. 전통적 봉건사회는 자급자족의 농업 중심사회였다. 시장이 개방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제조업 비중이 증대되고 해외의존도가 높아졌다. 세계자본주의 시장과 밀접하게 연계되는 가운데 산업을 규율하는 제도가 변화하고 산업화에 따라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

풍요롭고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생산시스템은 의(義)를 구조화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정부수립 직후 이루어진 농지개혁은 고려 · 조선 1,000 년 역사 이래 경제부문에서 가장 파급효과가 큰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를 통해 지주제도가 소멸되고 한국은 봉건성을 탈피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된다. 봉건적 신분제가 소멸되자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근대적 주체로서의 국민이 탄생하였다. 1950년대 이후 교육투자 확대의 계기로 작용했다. 그 바탕위에서 농업협동조합운동이 전개되었다. 노동3법을 입법화하여 노사관계시스템이 어떠한 원리 위에서 작동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방향을 정립하였다.

전쟁 후 정부는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경제기획기구를 설계한다. 계획(planning)은 정부 여러 관련 부처의 조정과 합의를 거쳐서 국가정책이 되고 예산 배정을 통해서 실행에 옮겨진다. 정책이 실행(implementing)되기 위해서 갖추어져야 할 행정 체계에 대하여 정부 내 개혁세력이 합의에 도달하면서, 경제개발계획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

이 시스템은 기존에 정부에 없었던 기능을 새로이 설치하기보다는 여러 부처에 산재되어 있던 기능을 경제개발이라는 목적 아래 재편성하여 경제 부처 간 이견조정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여 이루어졌다. 이는 1950년대 중반 - 60년대 초반에 걸친 시점에 정부와 민간부문의 혁신집단이 함께 창출한 탁월한 결과물이다. 경제개발에 있어 한국적 모델이 있다면 추진 주체로서의 경제계획기구가 행정조직으로서 갖춘 위상에 관한 것이다. 국가주도 산업화는 재벌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역할이 부여되었다. 경제개발 초기에 취해진 경제주도 집단의 선정은 경제력의 집중현상으로 이어졌다.

세계경제가 표준화된 생산을 통해 국제적 분업이 보편화되고, 신자본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과 긴장이 심화되었다. 시장의 지배력이 커지자 재력과 국가권력이 유착하여 모든 존재를 효율성의 시스템 속에 녹여 사라져버리게 만들었다. 현재 인류는 인간의 위기, 사회의 위기, 자연의 위기와 마주하게 되었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기술 발전이 인간존엄성과 가치를 침해하여 인간 소외 현상이 대두된다고 예견하면서 생산성을 건강한 정신 상태로 이해하였다. 마틴 부버(Martin Buther)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생산적이라 이해한다. 야스퍼스는 기술에 의한 인간의 비인간화가 궁극적으로는 부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화의 추세 속에서 네트워크에 의한 상호의존적이고 협력적인 사회시스템이 진전되고 있다. 국가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인류의 삶에서 이동이 일상화되는 유목민적 삶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학기술문명을 반성적으로 재평가하는 생태학적 세계관을 기초로 하여 인간의 삶의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경제 주체가 생태계 중심주의로 그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

3. 공동체

인간은 개인과 집단 또는 사회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주체성이 확장된다. 경제주체는 공동체에 속하는데, 준거가 되는 집단이 어디인가에 따라 공동체와 개인의 상호작용이 규정된다. 현대사회에서 주체는 가족을 주된 준거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원시사회에서는 소속 집단이 일반적으로 부족이나 계층으로 확장된다. 주체가 국민경제 단위라면 국민 전체가 경제적으로 관계된다.

공동체는 집단의 체험이 응축된 전통을 지니며 이는 구성원에게는 정체성의 근간이며 성찰의 자료가 된다. 사회의 중심 가치는 사회를 통합하고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공동체는 그 자체로서 생산성의 목적이면서 또한 한편으로는 공동체가 지니는 성격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공동체는 경제활동의 목적이면서 동시에 자원의 원천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심적 관심은 공동체의 복지이다. 복지는 실용성으로서 질적 수준으로 판단된다.

구성원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고려하지 않는 곳에서는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회의 분화와 통합을 여하히 조정하고 조화시키느냐 즉, 공동체적 사회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하는가를 다루는 영역이다. 사회는 상호의존적 협동을 바탕으로 통합하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공동체 내에서의 신뢰가 결여되면 사회는 파편화하고, 사회적 비용이 높아 생산성이 낮아지게 된다.

현대 한국사회는 공동체 의식이 약화 되었다. 유교적 전통이 가문 위주의 사고방식을 형성시킨 점도 있겠으나, 식민지를 거치며 공동체의 의미가 약화되었다. 배타적 가족주의 가치관과 독특한 자녀양육 양식에 기인하는 대인관계성향, 그리고 한편으로는 공동체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 지도력 결여가 그 배경이다. 한국의 지배적 문화인 배타적 가족주의를 극복하여 자발적 사회성을 배양하고 사회적 신뢰 기반의 조성을 통해 참여 속의 협동을 촉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공유되지만 이러한 동양사회의 전통적 이상이 현실세계에서는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다.

임시정부 인사들은 새로이 건설할 한민족의 국가가 어떠한 원리에 따라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결집시킨다. 다양한 노선으로 분기되었던 민족운동노선의 대표들은 그가 제시한 공(公)과 균(均)의 원리에 대하여 동의한다. 민족공동체를 공공성으로 결속시키는 원리가 담긴『대한민국건국강령』은 민족적 합의로 도출되었다. 1941년 임시정부는『대한민국건국강령』을 헌법의 기본원리로 천명하고, 이는 1948년의 제헌헌법에 반영된다. 강령 초안자 조소앙은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이다.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이용익, 조소앙, 오원철, 권태헌, 조봉암. 이기홍(앞줄 가운데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이용익, 조소앙, 오원철, 권태헌, 조봉암. 이기홍(앞줄 가운데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건국 헌법의 취지는 국민경제의 확립 위에서 공동체주의적이며, 민주사회주의적 정치이념을 지향한다.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 이 조항은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를 선언한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는 경제에 대한 계획과 통제에 기반하고 있는 계획적 민주주의이다. 즉 경제 주체는 생산성을 자유롭게 추구하지만 인간 존엄성이 존중받는 범위 내로 한정함으로써 경제 질서는 인간존중의 생산성 추구의 방향성을 규정한다.

4. 창의성

모든 생명체는 외부로부터 자원을 얻어 생명을 유지하므로 외향성을 지닌다. 주체가 다른 세계 즉 국가 · 산업 · 집단과 관계를 형성함에 따라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여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모색된다. 다름은 다양성과도 연결된다. 다른 문화와의 교류 및 공동작업의 빈도가 높아짐으로 해서 그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문화소통능력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인간 사회는 서로 다른 영역, 다른 사회와 만나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영역과 상대에 대한 이해가 체계화되고 학문이 발달한다. 영역 · 집단 · 문화 사이에는 인력과 반발력이 작용하여 양방향으로 진화한다. 이는 상상의 영역이기도 하다. 상상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비전은 내부로부터 생겨나 외부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한다.

개체가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은 상상 때문에 가능하다. 자신의 한계를 반성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그리는 방법이자 역량이다. 상상을 매개로 자신의 이상적 가치를 자신의 현실적 자기와 관계시킨다. 역동적 활동체가 자유로운 존재라면 이상적 자기와 현실적 자기를 관계시키는 관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자기는 결단의 개념을 내포한다.

물질을 어떻게 대하고 이용하느냐는 과학의 영역은 상상을 통해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과학적 성과를 이룬다. 새로운 생산 방법의 탐구는 창의성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독창적이고 가치 있는 작품이나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능력이 형성된다. 창의성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이러한 개인차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지능, 성격특성 및 사고기능의 조직형태 세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조직 수준에서의 창의성은 창의적 역량과 이를 유효한 결실로 유도하는 관리적 특성으로 나누어진다.

이정훈 전 관동대 교수.
이정훈 전 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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