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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숙련인력양성을 위한 고등직업교육체제 혁신은 세계적 추세
고숙련인력양성을 위한 고등직업교육체제 혁신은 세계적 추세
  • 양광호
  • 승인 2020.06.1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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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직업교육 법제 정비해야

인공지능(AI), IoT 등 기술혁신이 촉발하는 4차산업혁명은 빠른 산업 및 직업의 생성과 소멸 등으로 사회의 인력수요분야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업무자동화로 다수의 중간층 근로자의 일자리는 감소하는 반면에 고숙련 일자리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고숙련인력양성은 산업 및 고용구조의 변화 대응 뿐 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요한 국가과제이다.

직업교육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발 빠르게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고숙련인력 양성이 가능하도록 고등교육체제를 혁신하고 있다. 미래인재 양성, 실업문제 해결 및 고등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의 혁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들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2019년 들어 4차산업혁명시대 고등교육 변화요구에 고등교육의 시스템혁신차원에서 기존의 단과대학, 일반대학과는 다른 ‘전문직대학’이라는 새로운 고등교육기관모델을 도입하였다. 이와 같은 시도는 1964년 고등교육체제가 완비된 이후 55년만의 일로 그만큼 인력수요의 변화가 급격하여 기존의 대학체제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이다. 또한, 실천적 직업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전문직 대학’은 현장실무능력 외에 4차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융합역량을 갖춘 현장실무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직 대학’은 학사학위까지 수여할 수 있고, 기존대학들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전환을 허가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는 90년대 후반 고등교육을 Two-Track, 즉, 기술직업교육과 일반교육의 양립체제로 전환하며, 직업교육을 고도화하였다. 동아시아 국가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기술 직업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직업교육과 산업체의 미스매칭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위상이 낮았던 직업교육을 일반대학 수준으로 육성함으로써, 효율적 국가인력양성체제를 갖추기 위한 시도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전문대학을 일반대학에 상응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인 과학기술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으로 심사를 통하여 전환하였다. 과학기술대학은 석박사과정까지 개설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총 대만의 157개 대학 중 과학기술대학은 63개 규모이다. 

직업교육과 일반교육이 동등하게 존중받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유럽은 오래 전부터 직업교육기관에서도 학사이상의 학위를 수여해 오고 있다. 특히, 핀란드는 급변하는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의 해법으로 고등단계 직업교육의 확대와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폴리테크닉을 학문 및 연구중심의 일반대학과는 차별화된 실무중심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응용과학대학(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구 폴리테크닉)으로 위상을 부여하고, 학사 및 석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또한, 재정지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동부담에서, 2015년부터는 국가가 부담하며 국가책무성을 강화하고 있다. 핀란드는 2019년 현재 교육문화부 산하에 응용과학대학(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25개와 일반대학 14개를 설립 운영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뿌리 깊은 학벌주의 사회에서 전문대학은 인력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획일적인 수업연한 규제, 국가재정지원의 불균형한 재정지원 등으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능동적으로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으로 재입학하는 유턴(U-turn)의 증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대학전공과 직업선택 간의 높은 불일치 비율(Job Mismatching) 등 대학교육 비효율성을 낳고 있다. 이로 인한 매몰비용은 국가 및 개인차원의 큰 낭비요인이 되고 있다. 고등교육 비효율성은 학문중심의 일반대학 진학으로 단순화된 경력경로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려는 학벌주의, 진로교육의 미흡, 직업교육 선택자들에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가질 수 있는 성장경로를 만들어 주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는 전문대학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새로운 고등직업교육모델 도입’ 과제를 제시하며 고숙련 실무형 전문기술인재 육성을 위해 석사과정까지 가능한 ‘(가칭) 마이스터대학 도입’을 구체화하고 있다. (가칭) 마이스터 대학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을 졸업한 실무전문가의 체계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직업교육 선택자에게 성장경로를 제공하고, 재직자 등 성인학습자의 직무역량 향상지원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 특성화 고등학교 등과의 수직적 연계, 지역 산업체 및 지자체 등과의 수평적 협력을 통해 지역의 일-학습-삶이 연계된 직업교육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전문대학 및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심사를 통하여 마이스터대학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가칭) 마이스터 대학 도입은 4차산업혁명 등 미래 사회변화에 고숙련인력양성을 위한 체제전환 모델이 될 것이다.

양광호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
양광호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

 

고숙련인력양성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체제전환과 더불어, 국가의 직업교육에 대한 책무성 강화를 구체화한 직업교육법제 정비를 통해 완성해야 할 것이다.

 

양광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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