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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의학과 생물학, 두 마리 토끼 잡기
[학문후속세대의 시선]의학과 생물학, 두 마리 토끼 잡기
  • 교수신문
  • 승인 2020.06.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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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이후로 임상 의사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박사 학위를 위하여 간단한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한 것이 이후 기초 연구에 할애한 거의 모든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정신없이 환자 진료와 내시경 시술에만 치중하던 나머지 중요한 걸 놓치며 살고 있지 모른다는 생각 혹은 도태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다. 대부분의 진료 환자가 췌장암 혹은 담도암 환자인데 암의 발생 과정, 전이, 항암제 내성의 기전 등의 생물학적 최신 지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욕구에도 항상 목말라 있었다. 같은 췌장암이라도 환자마다 진행 속도와 양상이 다르고 항암제의 효과 및 내성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1차 약제가 실패하면 2차 약제를 권유하고,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처치를 하는 것 외에 큰 대안이 없다. 주치의 역시 이런 치료 알고리즘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반복되는 루틴에 자동화되고 안이해짐은 물론이다. 췌장암은 워낙 돌연변이가 다양하고 진행이 빠르며 항암제도 암세포까지 침투가 잘 안되기 때문에 예후가 나쁠 수밖에 없다며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 

몇 년 전부터 암환자의 조직 및 혈액을 이용하여 췌장암 및 췌장신경내분비종양 (pancreatic neuroendocrine tumor)의 조기 진단을 위한 중개 연구를 시작하였다. 마침 한국연구재단에서 한-유럽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 과제가 공고되었고, 유럽 연구이사회(European Research Council)에 소속된 연구자 목록을 살펴보던 중 췌장암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독일의 연구자를 발견하였다. 과제 마감 데드라인이 촉박했고, 진료 업무 로딩으로 인해 그 분과 접촉하여 추천서를 받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중개 연구에 뜻이 있다면 하루 속히 연수를 가는 것이 좋겠다는 선배의 권유에 마감이 2주 정도 남은 시점에서 독일의 책임 연구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흘 간 매일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장이 없자 결국 현지 대표전화로 전화를 하였고, 몇 번의 교환 끝에 연구소의 조교수와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조교수의 도움으로 다행히 수일 뒤 책임연구자와 접촉하여 과제 마감 바로 전날에 초청장을 받아 무사히 과제 접수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운 좋게도 연구재단과제에 선정되어 지난 3월부터 독일 연구소에서 췌장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개월간의 짧은 경험이지만 절실히 느낀 점 하나, 기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한한 인내심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종합병원 생활 탓에 뭐든지 빨리 진행하는 것에 익숙한 필자에게 이점이 가장 힘들었다. 각 실험 때마다 매번 프로토콜을 숙지하고 단위에 맞춰 용량을 계산하고 정확한 용량인지 반복해서 체크하며 한 단계씩 나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기다림의 연속이다. 계산이 하나 잘못되면 잘못된 계산 하나로 시약 하나가 잘못 들어가 단계 하나를 놓치면 실험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별 문제없이 실험이 끝났다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연구실 동료가 ‘수천 번 실험을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은 손에 꼽힌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을 수없이 보며 모든 연구자 분들께 경의를 표하게 된다. 지난 수개월 코로나19로 연구 환경이 어려움에도, 멤버들에게 성실하고 인내심 있는 연구 태도에 대해 재차 강조하며 격려하는 책임 연구자분께도 매우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동료 의사와 생물학 연구자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의학 및 생물학 모두 질병없이 건강한 삶이라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상 이 양 분야 간에 교류와 협력이 생각보다 적고 힘들었다. 독일의 연구소를 택한 주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연구소의 책임연구자도 의사 출신이고, 아무래도 의사 과학자이기에 필자의 생물학에 대한 무지함과 어려움을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곳 독일의 연구소조차도 책임연구자 외에는 거의 대부분 생물학 전공자이며 임상과 기초 연구 간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양 분야의 원활한 협조가 향후 의학의 발전에 필수적일 것이라 생각되며, 앞으로 효과적인 교류를 위한 제도 및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몇 년간 해오던 중개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이런 기초 연구소에서 연구 경험을 쌓게 되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의사라면 의학과 생물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이상적인 목표이지만, 현실적인 연구비 문제로 본인의 연구 방향과 정체성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해외 연수 경험이 정체성을 잃지 않는 주도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한 발판이 되길 희망한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도 모든 연구자들이 그 결실을 맺길 바라며, 끝으로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이라는 좋은 과제로 많은 도움을 주신 한국연구재단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백우현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임상부교수서울대학교에서 임상의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췌장암,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의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뮌헨공과대학 TranslaTUM에서 장기 연수 중이다.

 

 

 

 

 

 

 

 

백우현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임상부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임상의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췌장암,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의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뮌헨공과대학 TranslaTUM에서 장기 연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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