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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교육위 서울대 국정감사
국회교육위 서울대 국정감사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0.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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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14 14:00:11
“세계적 대학을 지향하는 대학이 저명한 외국인 교수 한 명 없이 모교출신만 뽑고 있는가”(이재정 민주당 의원), “백화점식으로 모든 학문 분야를 거느리는 것은 결국 콩나물·두부장사꾼까지 서울대가 길러내겠다는 것인가”(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서울대의 성장은 여러 모로 닮은꼴이다”(권철현 한나라당 의원).

지난달 30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의 눈은 서울대로 몰렸다. 개교이후 처음으로 ‘국립’ 서울대가 국정감사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오후 4시에 시작해 밤 11시30분에서야 끝난 이날의 감사는 ‘국립’을 명패로 공룡이 돼 버린 서울대의 정체성에 관한 물음과 여러 실패한 정책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이기준 총장을 비롯한 서울대 집행부는 낯선 첫 감사에, 쏟아지는 의원들의 질타에, 답변준비에 진땀을 흘렸다.
이날 국감을 통해 국회 교육위 위원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은 한국대학 구조개혁의 핵심적인 난제들이 서울대를 중심으로 얽혀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곧 교육위가 서울대를 감사대상으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성토장으로 번진 이날 국감의 화살은 겉으론 서울대를 향했지만 내면적으로는 우리나라 대학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와 연관된 것이었다. 서열화된 대학구조의 문제점과 방만한 대학의 운영에 관한 비판이 중심이었던 것이다. 의원들이 서울대에 대해 지적한 사항은 △국립대로서의 정체성 △구조개혁 실적 미흡 △BK21 사업 부진 △교수 벤처활동 폐해 △모교출신 임용 관행 △김민수 교수 재임용 탈락의 부당성 △강사지원제도 미비 등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서울대의 정체성을 따졌다. 이 의원은 “세계 수준의 연구종합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가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세계 일류대학들은 각기 다른 다양한 특성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는 외형적으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면서 모든 학문분야를 독점하려 하고 있다”며 “연구중심대학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초학문의 대학으로 거듭날 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임종석 민주당 의원도 “서울대는 개혁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정도로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다. 모든 분야를 안고 갈 것이 아니라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특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BK21 사업 부진은 의원들의 집중적 질타의 대상이었다. 김정숙 한나라당 의원은 “BK21 사업 예산 중 과학기술분야의 58.3%, 교육개혁지원비의 64.4%, 국제협력프로그램개설비의 50.8%를 서울대가 독식하고 있음에도 최근 평가에서 그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책을 물었다. 매년 모교출신자를 90%이상 교수로 임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모교출신자의 임용을 제한하기 위해 쿼터제까지 도입한 마당에 서울대는 실정법까지 위반해 가며 최근까지 95%이상을 모교출신자로 임용하고 있다”면서 “純種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몰아 세웠다.
특히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은 김민수 교수의 재임용탈락과 관련 “김 교수가 주장하는 원로교수의 친일행적비판에 따른 재임용 탈락이 연구실적 심사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서울대가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재임용을 체결하지 않은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의원들은 서울대의 인문학 경시 풍조, 교수들의 벤처활동으로 인한 교육·연구 소홀, 대학강사의 처우개선책, 2002학년도 입시정책 등에 관한 대책을 물었다.
의원들의 성토는 빗발쳤지만 서울대의 답변은 궁색했다. 답변에 나선 이기준 서울대 총장은 “대학이 개혁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혁이 더딘 이유를 정부 탓으로 돌렸다. BK21 사업 부진에 대해 이 총장은 “기본방향에는 문제가 없으며, 홍보가 미흡한 탓”으로 설명했고, 구조개혁의 지연이유에 대해서는 “학부규모를 줄이고 대학원을 강화해 2005년에는 세계 40위권에 드는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장미빛 청사진만 되풀이 했다.
특히 김민수 교수 건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절차상 하자가 없다”면서 학문적 사건을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고집했다. <안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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