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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고령화-디지털 문화-코로나 시대의 생활 양식
[학문후속세대의 시선]고령화-디지털 문화-코로나 시대의 생활 양식
  • 교수신문
  • 승인 2020.06.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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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채널의 에피소드 중 박막례 할머니가 혼자서 키오스크로 햄버거를 주문하는 것이 있다.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까? 글씨가 작다거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인터페이스가 특히 노인 계층에게 이질감이나 난처한 점으로 다가오리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노인 계층이 자동화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지털 기기 자체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음으로 하여 어떤 기기들이 ‘전혀 모르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이질감과 거부감 때문이기도 하다. 노동력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자동화 기기의 보편화가 필연적 미래의 모습이라면, 노인 계층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할 수 있는 ‘일시적’인 방편을 마련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생애주기를 고려한 전 국민 차원의 제도 교육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러한 기기에 충분히 노출되어 거부감을 덜어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디지털 문화와 관련된 문제들은 코로나 시대를 전면적으로 맞이하게 된 현재에 보다 근본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100세 시대를 넘어 150세 시대를 바라보는 고령화 사회에서 디지털 문화가 전면화되어 생활 양식이 빠르게 개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 및 보편적 교육 제도 등 궁극적인 방책들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이것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있는가 정도의 문제로 해소될 것이 아니다. 현재 초등 교육 과정에는 ‘코딩’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코딩을 공통 지식으로 습득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며 구축할 삶의 양식은 ‘키오스크’ 때와는 다를 것이다. 세대 간 디지털 문화에 대한 접근성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을 국가 차원의 평생 교육 제도 없이 디지털 감수성이란 항구적일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전염병이 지속적으로 발발하는 미래를 생각하면 디지털 감수성 문제는 본격적으로 숙고해야 한다. 코로나 진입 초기 단계에서 마스크 대란이 났던 것을 떠올려보자. 디지털 기기를 소지하고 있고 다루는 데 어려움이 없는 청년 계층에 비해 그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다수의 노인 계층은 공적 마스크 판매처를 찾아내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노인 가구에 우선 방문하여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의 임시 조치를 취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전염병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예측을 고려하면 언제까지나 같은 ‘임시적’ 방편을 취할 수는 없다.

코로나 시대의 전면화와 디지털 문화의 접근성 문제는 사실 더 넓게 포진되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전면화된 현재 매주 온라인 강의를 만드는 현재의 상황을 보라. 과연 강의 하나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능력을 과연 대부분의 교수자가 일정 수준 이상 갖추고 있을까? 수업 자료 제작, 영상 촬영 및 편집의 과정은 분량과 상관없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성과 이해도가 있어야 하고, 영상을 촬영하는 데 필요한 장비 및 촬영 방법 지식이 필요하다. 아무리 간단한 편집이더라도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장비 및 기술의 습득을 교수자 개인의 책임으로 미뤄둘 수는 없다. 학교나 국가 시스템의 차원에서 해결 가능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구축된다 하더라도 교수자가 그 시스템을 이용할 의사가 있냐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디지털 감각이 더 뛰어난 아래 세대의 관계자들, 이를테면 조교나 학생에게 일시적인 도움을 얻는 것은 급박한 상황에서 감수될 수 있는 일이기는 하다. 단 이 모든 도움이 언제까지나 그저 선의로 주어질 수는 없다. 만약 이 모든 과정을 전문가에게 일임하거나 국가가 제공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지불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다.

이런 디지털 감수성과 관련한 제도적 고안에는 젠더 감수성의 측면 또한 반영되어야 한다. ‘n번방’이 함께 터진 이 시점에 화상 강의가 온전히 ‘전염병 시대’의 대안적 수업 체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실시간 강의에서 참여자의 사생활을 불법 유포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고령화-디지털 문화-코로나 시대의 문제는 단지 세대별 감수성에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축소되어 이해될 수 없다. 이것은 지금 우리의 삶이 어떤 미래로 향해가고 있는지와 관련한 전방위적 문제다. 학술의 장에서 다뤄지는 어떤 제도의 고안이나 기술의 발전, 담론의 생산은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학문이란 바로 지금 여기의 현실의 문제들을 제대로 보고 바로잡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선우은실
인하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성서사 및 여성문학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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