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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이제, 문화교육이다』(심광현 엮음, 문화과학사 刊, 351쪽)
주간리뷰 : 『이제, 문화교육이다』(심광현 엮음, 문화과학사 刊, 351쪽)
  • 노진호 경동대
  • 승인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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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교육 패러다임 제안

이 책은 우리나라의 교육분야에 있어서 대표적 진보세력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전국교과연합이 연합해 문화교육위원회를 조직하고, 자신들의 정체성 및 활동방향에 대한 연구 및 논의 결과들을 정리해 묶은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활동방향을 확인하고, 대외적으로 선포함으로써 범시민적 교육개혁운동을 일으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슬로건 아래 21세기를 대비한 정부의 교육정책들과 7차 교육과정이 교육에 경제의 논리를 적용함으로써 사회적 빈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입시제도와 지식중심의 교육으로 인지기계적 인간을 양성할 뿐만 아니라 학교붕괴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저자들이 단지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무책임한 시비걸기가 아니라 이론적 탐구와 교육현장 연구를 통해 자신들이 설정한 교육의 위기를 타개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공교육 패러다임으로 문화교육을 제안한다. 문화교육이란 지식교육·예체능교육·인성교육의 역동적 균형 발전을 통해 국민의 문화적 잠재력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문제는 교육부, 전문가, 학부모의 차원에 한정돼, 전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지 못했는데 이는 범국민적 사회운동으로 확산돼야 한다."-본문 103쪽에서

문화교육운동을 주도한 심광현은 이론적 근거를 칸트의 인간능력론에서 끌어왔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의 인식능력은 오성, 판단력, 이성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각각 자연과학적 탐구(진), 미학적 탐구(미), 도덕적 탐구(선)에 작용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미적 판단력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예체능교육을 중심으로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을 통합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교육은 문자 텍스트만이 아니라 이미지와 소리, 촉감과 후각, 신체감각을 다양하게 절합할 수 있는 능력인 '문화적 리터러시'를 길러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교육과정을 문화의 형식에 따라 언어문화교육, 시각문화교육, 소리문화교육, 영상문화교육 등으로 재편하자고 제안한다. 과목별 교육내용은 학생의 발달단계에 맞고, 실생활과 연계성을 가져야 하며, 파편화된 지식을 배제해 통합교과적 성격을 갖게 하자고 했다.

이 문화교육론은 지식보다 인간의 능력 개발을 교육목적으로 삼는 점과 지덕체의 균형을 추구하는 점, 21세기의 다양한 첨단 매체 및 그것이 만들어내는 문화와 실생활을 교과구성 및 교육내용에 반영하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을 준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능력의 구조와 작용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18세기 관념론자 칸트에서 찾은 것은 그 후 2백여년 간의 연구결과에 비춰볼 때 타당성이 낮다. 그리고 문화교육론은 예체능교육에 대한 논의에 치우쳐서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에 관한 논의가 거의 없으며, 과연 세 교육간의 역동적 통합이 어떤 것인지 제시되지 않는 등 완성도가 낮다. 문화교육론은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아이디어 수준의 초기상태에 머물고 있다.

노진호 / 경동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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