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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퍼런스
디지털 디퍼런스
  • 조재근
  • 승인 2020.06.04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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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퍼런스
디지털 디퍼런스

 

W. 러셀 뉴먼 지음 | 배현석 옮김 | 한울아카데미

이 책은 인간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명, 즉 디지털 디퍼런스에 대한 연구이다. 이 책은 컴퓨터-기반 미디어 기술이 점진적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용자와 미디어 간의 관계와 매개되는 소셜 네트워크 내의 개인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는지 살펴본다. 미디어 세계에서 그것은 ‘푸시(push)’, 즉 밀어내기에서 ‘풀(pull)’, 즉 끌어당기기로의 변화이다.

한때는 단지 소수의 헤드라인이나 채널에서 원하는 것을 골랐던 수용자들이 이제는 자유로이 검색 엔진에서 사실상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쿼리(query)를 통해 전 세계에서 수집된 무한한 양의 기사와 책과 동영상을 살펴본다. 그것은 또한 일방향적인 매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양방향적인 매스 커뮤니케이션으로의 변화, 즉 방송과 출판으로부터 소셜 네트워킹으로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 책의 논지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혁명이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방식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혁명에서 이러한 ‘디지털 디퍼런스’는 ‘커뮤니케이션 효과’의 기초 개념과 갈수록 더 복잡해지는 커뮤니케이션 효과의 역학(dynamics)을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기법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인간관계의 매개가 오랫동안 자리 잡아왔던 미디어 효과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설명될 수 없음을 사려 깊고 정교하며 경험적으로 풍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는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첫 번째 부분에서는 미디어 효과 이론의 발전과 급격하게 확대된 미디어 흐름의 등장으로 인해 그러한 이론들의 기본 가정 대부분이 직면해 있는 중대한 도전에 대해 통찰력 있게 설명한다.

3~5장으로 구성된 두 번째 부분에서는 풍부함(profusion), 다의성(polysemy), 그리고 양극화(polarization)라는 세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더 커진 해석적 변동성이 불러일으키는 미세한 파문들에 대해 살펴본다. 디지털 재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커뮤니케이션 생태계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지식의 원천이 더 많고, 주관적인 재상징화(subjective resymbolization)의 기회 또한 더 많으며, 원치 않는 정보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이념의 누에고치(ideological cocoon) 속에 계속 머묾으로써 기존의 신념을 강화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6장 및 7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적 변화로 인한 정책적 딜레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뉴먼 교수는 ‘사상의 시장(marketplace of ideas)’ 은유에 대해 추궁하고 상업화된 공적 지식 및 토론 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위험을 폭로한다. 그럼에도 그는 “인터넷은 공적 영역에서 들을 기회만을 가지고 있었던 모든 사람에게 이제 말할 기회도 제공한다”, “어쩌면 뉴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구조적 혁신은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킹과 정보 공유 그리고 콘텐트의 체계적인 통합(aggregation)을 가능하게 하는 협업 미디어(collaborative media)와 소셜 미디어의 폭발적인 증가이다”라고 말하면서 낙관적인 듯 보인다.

값싸고 즉각적인 광대역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가까이 다가와 있지만 전제적인 정치, (다양한 수준의 폭력을 수반하는) 정치 시위, (국가의 지원을 받는 혹은 그 밖의 다른) 테러, 참여적인 공개 민주 선거, 민족적·종교적 편견, 경제적 불평등, 혹은 경제 성장에서 그에 상응하는 분명한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문화적·지리적·종교적·경제적 차별이 이루어지는 여러 영역에서 양극화가 그야말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또 하나의 역설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다는 것은 폭력적인 갈등 성향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실제로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논지는 디지털 디퍼런스가 새로워진 문제의식, 절박감, 그리고 관련성의 중심 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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