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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조선근대 경제사①]인류 문명 위기 극복의 주체, 한국-한민족
[이정훈의 조선근대 경제사①]인류 문명 위기 극복의 주체, 한국-한민족
  • 교수신문
  • 승인 2020.05.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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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가 경제가 무너지고 세계화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 교수신문은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의 한 복판에서 한국의 경제 근대화 과정을 조망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글 싣는 순서
1 회 : 연재를 시작하며
2 회 : 생산성의 인문학 
3 회 : 공동체와 공공성
4 회 : 조선은 왜 가난하였는가 ?
5 회 : 조선의 자생적 근대화 1 : 북학파 지식인 
6 회 : 조선의 자생적 근대화 2 : 동학
7 회 : 대한제국기 : 주체로서의 민족 
8 회 : 협동조합운동 
9 회 : 대한민국 건국의 설계자
10 회 : 한국, 세계와 만나다
11 회 : 경제개발의 설계
12 회 : 중화학공업화 추진  
13 회 : 한민족경제공동체 
14 회 : 국가전략 
15 회 : 시대정신과 지식인

별자리의 움직임이 인간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념은 동서양에 공통이다. 20세기 초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시한 생명역동농법은 별자리가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념 위에서 이론화된 농업기술이다.
별자리의 움직임이 인간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념은 동서양에 공통이다. 20세기 초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시한 생명역동농법은 별자리가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념 위에서 이론화된 농업기술이다.

 

《첫 회 : 연재를 시작하며》

1. 시대정신과 근대화 주체

한국에서의 경제근대화는 역사적 단계를 거치면서 시기별로 진행되었다. 근대화는 왕조체제의 봉건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개발연대의 여러 시기를 거치며 민중의 이익에 반하는 다양한 압박에 대응하며 진행되었다. 각 시대에는 창조적 소수로서의 근대화 주체를 자임한 지식인이 등장하여 자신이 머물던 공간에서 시대의 아픔을 파악하고는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헌신하였다. 필자는 이들을 근대화 설계자(modernization planner)와 생산성 주도자(productivity implementor)로 역할을 구분한다. 이들은 근대화의 역사적 과업을 자신의 운명이라 받아들였다. 근대화 주체가 시대의 압박에 따르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행적을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자가 <경제근대화와 전환기의 지식인들>을 집필한 목적이다.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적인 것, 시대적인 것, 역사적인 것, 그리고 공동체적인 것, 보편적인 관점에서 인간적인 것이 포함된다. 여러 시대에 걸쳐 활동한 지식인의 행적을 정리하다가 이들의 정신과 행적에서 공통점이 발견되었으며, 필자는 이를 한국 민족 문화의 발현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하였다. 이렇게 여러 층위에서 이루어진 인식 틀을 ‘생산성의 인문학’이라 지칭한다. 이를 통해서 문화와 역사가 생산성의 지평 안에 포함되었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람은 누군가와 접촉하여 감각을 통해 인식될 때 다른 사람을 가슴에 담게 된다. 체험을 통해 깨달음으로 연결될 때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인간 사회의 역량이란 인간 존재가 세계를 인지하여 마음에 저장된 관념을 바탕으로 외부 사물을 다루고 만드는 가운데 내적 역량 성숙을 통해 형성된다. 고대인이 하늘을 보고 마음에 담긴 북두칠성 별자리를 고인돌 위에 그렸듯이, 생존을 위해 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에는 사람의 마음속에 담겨진 관념이 작용하는데 누가, 무었을, 누구를 위하여,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에는 관념이 작용하며, 이러한 생산성과 관련된 영역을 마음에 담긴 관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생산성의 인문학이다. 

2. 생산성의 인문학

유럽이 인류 문명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한 것은 과학과 기술을 통해서다.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년)는 과학과 기술의 이성은 존재론적 모태로부터 분리돼 단순화됨으로써 비인간화될 가능성을 갖는다며 과학 안의 합리성에 대하여 비판한다.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사상이 보편화되면서 인간은 전통과 역사와는 별개인 독립된 존재로 간주되고, 현대 사회는 정신적 측면에서 뒷걸음치게 된다. 과학과 기술의 밀착은 인간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켰으나,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명적 위기를 동반하였다. 생산기술이 발전하여 물질은 풍부해졌으나 인간 삶이 보다 행복해지지도 않고, 신자유주의라는 풍조아래 확산된 경제양극화는 빈곤 등 어두운 측면을 구조화시켜 오히려 인간의 품위를 훼손시키는 결과를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교정하기 위해 인류는 중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인류는 인간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을 문명 차원에서 도출하지 못하였으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백 년 전 조선이 주권을 상실하게 된 이유로서 당시 조선인은 과학기술력의 결핍을 최우선적으로 지목하였다. 백년의 시간이 경과한 시점에서 한국의 과학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였다. 이렇듯이 과학기술역량은 증대되었으나 이것이 인간 삶을 물질적 풍요를 넘어서는 행복으로 연결되지는 못하여 세계와 함께 문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삶을 의미 있게 꾸리고 싶어 하는 소망은 인류 보편의 것이며, 인문학이 인간의 삶이 보다 인간답도록 꾸려갈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

문명 전환의 시발점은 정치영역이 아닌 생산영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산업기술의 발전이 생산성을 더 넓은 이해의 지평을 통해서 인식하는 관점의 확장을 절실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역사적 친연성을 지니는 터어키와 멕시코와 더불어 신자본주의의 그늘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멕시코와 터어키에서는 미국 패권과 공생관계에 있는 글로벌 자본의 횡포가 극심하다. 한때 제국이었고 독자적 문화를 지니는 세 나라는 미국 자본이 만들어 놓은 신자유주의체제 아래에서 근로시간과 산업재해가 최고 수준이며, 높은 실업율과 경제 불평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자살률은 높고 출산율이 낮아 미래가 밝지 못하다.

한국의 경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지니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유사종교가 포섭 대상으로 삼아 정신을 황폐케 하여 인간의 일상적 삶과 존엄이 손상되었다는 뜻밖의 사실이 전염병 코로나 방역 단계에서 드러나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여러 사회적 병리현상은 생산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데 공공성을 상실한 자본주의의 폐해와 종교 영역으로 침투한 상업화가 구성원의 삶을 더욱 피폐케 하고 있다.

해결책은 신자본주의의 폐해를 가장 첨예하게 마주하는 나라에서 대안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제국주의에 침범하자 조선에서 동학이 등장하듯이, 신자유주의적 생산시스템을 넘어서는 생산시스템이 모색되어야 한다. 한국의 산업이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술의 결합 구조를 공공성 원리로 재편성하여 생산시스템을 건전한 운영체제에 의해 재편성하는 과감한 혁신이 생산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서세동점의 추세 속에서 동양이 현대 문명을 받아들여 산업화되었지만 전통 사상이 동양 사회에서 통째로 멸실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정치제도는 서양의 정치체제를 따라 성립되어 동양 전통 사상과는 다른 맥락 위에 구축되어 있다. 한국인의 생활문화가 근대화 과정에서 상당히 변화하였지만, 한국 문화에는 동양의 전통적 생활문화가 상당부분 남아 있다. 예로 한국의 사찰에는 고려시대에 확립된 선불교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석존대례가 성균관에서 연례적으로 치러진다. 이처럼 동양의 전통 인문사상이 한국인 생활문화의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인류가 마주한 문명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있어서는 동양 사상으로부터 새로운 운영원리에 관한 어떤 지혜를 얻으려 한다면 한국에서 실마리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화변화가 소수에 의해 촉발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방안이 수용되고 확산되려면 생활 속에 묻어 들어있는 전통적 관습을 환경으로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유교적 생활철학이 문화의 저변에 살아있고 근래에는 의식화되고 활성화되면서 고유의 정신문화는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백 년 동안 근대 이후 유럽에서 형성된 학문체계를 기준으로 과학기술과 학문이 발전되었다. 세계적 수준으로 격상된 학문수준을 융합하여 인간 삶을 풍요롭고 바람직하게 연결시키는 데에는 동양적 생활철학과 마음이 기여할 수 있다. 예로서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적시고 감동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인이 유교적 전통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동시에 유교문화가 다른 문화의 세계인에게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는 정신문화임을 시사한다. 세계인이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에 감동한 것은 궁녀의 음식 솜씨가 아니라 건강한 생명력이 인간존중으로 향하는 휴머니즘이었다.

한국은 문명적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할 수 있는 잠재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크다. 특히 생산성 분야에서 잠재력이 크다. 생산성은 특정 분야에서의 깊은 연구 보다는 다양하고 넓은 영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여 이를 생산과 생활세계에 적용하여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최근 한국 농촌진흥청은 아랍의 사막 지역과 아프리카에 적합한 벼품종을 개발하여 현지에서의 시험재배에 성공하였다. 개발연대에 통일벼 개발을 통해 식량증산을 도모하던 농업기술력을 아랍과 아프리카의 자연환경에 적용하여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벼농사 영역을 확장하였다. 농업기술력은 다른 나라도 지니지만, 다른 환경에 이를 변용시켜 적용하여 다른 지역의 식량생산에 기여하는 확장성은 한국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비슷한 맥락에서 적정기술은 깊은 과학적 지식보다는 여러 분야의 기술을 융합하여 인간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실용성을 지닌다. 생명공학과 적정기술은 보편적 지식이지만 다른 지역의 자원·환경·문화와 조건 등을 반영해 지역사회에서 생산과 소비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인간 중심적 의지가 작용하였다.

생산성이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지향점을 지니기 위해서는 생산성은 효율이나 실용성 이상의 무엇이다. 인문학은 영어 단수 humanity로 표기하면 ‘인간다움’을 의미하고, 복수 humanities로 표기하면 ‘인문학’을 의미한다. 저자가 ‘생산성의 인문학’ 이라 지칭하는 것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생산성’이란 의미로 사용하며, 따라서 영문으로는 ‘humanity of productivity’ 라 표기한다. 삶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포괄하는 인식의 틀을 마련하고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방향성을 연구 내용에 포함하는 연구범주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역경(易經)』 문언전(文言傳)에는 <곤괘(坤卦)>를 해설하는 <敬而直內 義以方外> 구절이 있어, 생산성의 인문학 개념을 구성함에 있어 원리를 제공한다. 이 구절은 우리가 내적 측면과 외면 측면을 다룸에 있어 다른 기준으로 접근할 것을 제시한다. 내부에 대하여는 경(敬)의 원리를, 외부 세계에 대하여는 의(義)의 원리를 적용하라는 가르침이다. 경은 인간존중이며, 의는 바름이다. 주체성과 공동체의 영역에서는 삼가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바르게(直) 하고, 시장 영역과 외부세계에 대하여는 의로움으로 반듯하게(方) 하라고 가르친다. 과학기술과 대외관계 및 경제개발계획 등의 영역은 義의 원리를 적용하고, 교육과 분배 등 공동체 내부의 문제에 대하여는 敬의 원리를 적용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학업이나 경력 등의 개인사, 가정 및 직장 생활 영역의 사안은 존중을 기본으로 하고, 학문과 경제분야의 공적 영역의 사안은 의로움을 바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3. 공동체와 공공성(公共性)

공동체 구성원은 문화적 정체성을 통해서 공동체 안에서 삶을 안정시킨다. 동시에 미지의 세계에 대하여는 설렘과 호기심을 지니고, 외부 세계에 대하여는 두려움과 모험심을 지닌다. 미지의 세계와 외부세계는 개체로서는 안정추구와는 반대되는 영역이다.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생산 도구 발명이나 새로운 개념이 출현하고 기존의 것과 섞이고 융합하는 창의적 영역으로서 외부세계와의 소통을 통해서 더욱 촉진된다. 인간은 안정을 갈구하는 동시에 모험을 갈구한다, 인간 정신은 결합과 분리, 친밀함과 독자성, 헌신과 자유 사이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성장하고 인간 삶은 변화한다. 이러한 원리는 연인관계에서 가정생활과 생산관계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정신 에너지이다. 이 모든 현상은 공공성이라는 윤리적 구심력을 통해 공동체의 영역 안에서 통합을 이룬다.

한민족은 이상세계 홍익인간과 이를 이루기 위한 지도원리로서 재세이화(在世理化)에 대한 이해력을 지닌다. 이상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역량이 필요한 가에 대하여 전승되어 온 가치를 접하지 못한 정복자 위주의 역사를 지니는 문화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상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헌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세력 갈등과 대립을 거쳐야 가능한 문화는 공동체가 질적으로 차이를 지닌다.

인류 역사는 공동체를 통합하는 도덕적 운영 원리로서의 공공성이 구심력으로 작용하여야 공동체가 존속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선 말기에 발생한 민란은 공공성에 대한 민중의 욕구를 반영한다. 조선이 근대화에 실패한 것은 정부가 지주적 근대화의 길과 농민적 근대화의 길을 조정하는 데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동학군과 초토사 홍계훈이 체결한 폐정개혁안(弊政改革案)을 이행하지 못하고 정부가 시대가 필요로 하는 공공성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조선은 주권 상실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것이 임시정부 인사들의 인식이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대한민국 건국강령의 핵심은 공공성을 공화국 수립의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였다.

건국기에 활동한 조소앙과 조봉암이 확보하고자 한 공공성에 대한 신념은 국가건설 방향이다. 헌법정신의 근간은 이러한 각성 위에서 만들어졌다. 공공성이 공동체에 대하여 지니는 의미에 대한 인식은 생산성의 인식체계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공공성은 정신과 물질세계를 포함한다.

그런데 공공성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동양과 서양에서 차이가 있다. 동양적 사고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과 분리를 바람직하지 않은 사(私)로 본다. 타자와 소통하고 연결되어 함께 공생(共生)을 추구하는 것을 공(公)이라 본다. 공자(孔子)는 공공성을 인간 삶에서 균(均)과 안(安)으로 규정한다. 현대 경제학 용어로는 균(均)은 평등에 대응하고 안(安)은 조화에 대응하는데, 이것이 실현되는 이상사회를 대동(大同) 세계라 불렀다.

인간 생명을 소홀히 취급하는 사회에서 사회통합과 안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인(仁)의 의미가 ‘사람다움을 추구하는 정신’이며 이것이 공동체의 문제로 확대하면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된다. 공공성을 문화적 개념으로 재구성한다면 삶과 생명에 대한 배려를 통해 형성되는 인격적 관계가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운데 개인의 자기정체성이 친밀한 공간 속에서 형성되도록 짜여져 있다. 공동체가 생활 속에서 삶을 함께 모색하는 협동조합운동은 근대화 주체에게 있어 몰입하게 되는 주요 영역이었다.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고 담담히 협동조합 운동에 몰입한 건국기의 전진한과 공진항의 삶은 개발준비기의 권태헌과 개발연대의 이재영의 헌신으로 이어졌다. 건국기 국민이 희망을 가지고 생산활동이 지속되고 발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조봉암이 농지개혁을 이루어내어 봉건제도의 잔재를 청산한 것이 시대적 배경이다. 농지개혁은 고려·조선 1,000년 역사 이래 경제부문에서 가장 파급효과가 큰 역사적 사건이었다. 근대화 과정에서 협동조합운동은 권력과의 대립 속에서 진행되었다. 협동을 거부하는 세력이 협동운동을 지체시킬 수는 있었어도 저지할 수는 없었다.

4. 시대별 전개

모든 인간 사회는 한계를 지니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이것이 시대정신이다. 시대정신에는 역사의식과 세계관이 담긴다.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인물이 근대화 주체이다. 조국의 근대화를 자신의 사회적 역할로 규정한 지식인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가 마주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실천한 행동과 그 성과를 정리하였다.

가. 시대와 인물들

근대화 주체는 역할에 따라 근대화 설계자와 생산성 주도자로 구분된다. 근대화 설계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박제가·전봉준-고종·신채호-청우당·전진한-조소앙·조봉암-이기홍-USOM·국토부로 이어지고, 생산성 주도자는 각기 다른 역사 현장을 주도하며 근대화의 흐름을 형성시킨 손병희·이용익·박정양-전진한-권태헌-이은복·이재영-바텔연구소·오원철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에 천도교 산하 운동기구 청우당과 미국의 연구소가 위치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만으로 경제개발을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 발전의 특정 국면에서 민족운동 조직이 역할하고 미국 정부의 정책방침에 따라 지식이전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한 지식인이 주체성을 지닌 경우에는 각 시기에 생산력을 한 단계 도약케 하는 방안을 계획하거나 추진하여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지식인들이 그 시절 그 장소에 남긴 흔적은 그들이 머물던 시대가 마주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친 결과물이었다. 그들의 몸부림은 그들이 머물던 공간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게 하였다.

나. 역사과정

역사에는 강물처럼 흐름이 있으며, 그 흐름 속에서는 의미가 있다. 동학이 등장한 이후 근대화의 궤적은 경제주체 형성 → 공동체 복원 → 생산시스템 변화 → 세계와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흐름으로 이루어진다. 명성황후가 살해되는 것을 계기로 민족의식이 대두되고, 대한제국이 망하면서 국민이 탄생하고, 공공성을 복원하는 데에 대한 민족적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건국 후 생산시스템을 정비하는 와중에 한국전쟁을 겪으며 세계와 연결된다.

각 시대의 전환기에 신채호, 조소앙, 조봉암, 전진한, 권태헌, 이기홍은 역사의 무게를 감당하며 현장을 지켰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설정한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한국이 국제관계에서 올곧은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 한계로 작용했다. 제2, 제3 공화국을 주도한 지식인은 역사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민족적 과제를 남겼다.

역사과정을 통해서 민족공동체의 보존과 발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드러나는 중요한 요소는 공공성이다. 건국기 지도자들은 한국 사회가 자존과 미래의 번영을 위해서는 공공성을 사회운영의 중심원리로 설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조소앙과 조봉암은 공공성의 가치를 목숨을 걸며 지켜내고자 하였고, 일제 패망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새롭게 건국할 나라가 지킬 최우선 가치로서 공공성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소중한 존재로 사회 속에 위치하기 위해서 그리고 장래의 한국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이 사회운영의 중심원리에 위치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원인으로서 조선이 공공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라 여겼다. 그들은 새로운 공화국 건설이 담아야 할 가장 핵심 가치로서 공공성을 주장했다. 건국기 지도자들의 신념과 헌신에 비추어보면 오늘날의 보혁(保革) 논쟁은 하찮게 느껴진다. 그들의 신념은 건국강령에 담겨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바로 이것이고 우리가 열어나가야 하는 미래 역시 이로부터 비롯된다. 보수와 혁신은 한국 사회가 공공성을 지키는 가운데 포괄하여야 할 영역일 뿐이다.

公共性은 보수와 진보 두 방향으로 확장되는 가치로서, 우리가 지켜내고 또한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가치이고, 제3세계로 확산되어 발전의 기초를 마련하는 사회적 역량의 기반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보수와 진보의 논쟁은 공공성이 지니는 무게에 비하면 가벼운 논쟁에 불과하다. 진정성을 상실한 시대의 모습이다.

이정훈전 관동대학교 교수. 한국생산성본부 생산성연구소장, 노동연구실장을 역임했다.  '패러독스 경영연구' 등의 책을 썼다.

 

 

이정훈 전 관동대학교 교수. 한국생산성본부 생산성연구소장, 노동연구실장을 역임했다. '패러독스 경영연구'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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