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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복지국가로 간다
우리는 복지국가로 간다
  • 조재근
  • 승인 2020.05.19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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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복지국가로 간다
우리는 복지국가로 간다

 

윤홍식 , 정준호 , 김유선 , 신진욱 , 김영순 , 이영수 , 이충권 , 김도균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416쪽

이 책은 한국의 복지체제의 특징을 ‘역진적 선별성’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역진적 선별성’이란 상대적으로 안정적 고용과 소득을 보장받는 계층에게 공적 사회보장제도와 사적 자산이 집중되어 있으며,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사회보험에서 배제돼 있고 사적 자산도 가지고 있지 못한 현상을 일컫는다. 이로 인해 한국의 복지체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계층이 공적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이 책은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특성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겼다고 진단한다. 즉, 민주화 이후 탄생한 보수대연합이 재벌 대기업들이 노동을 배제하고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만들었으며, 이 기반 위에 재벌 대기업은 수출을 위한 조립형 성장체제를 주도함으로써 노동의 불평등을 가속화해온 점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 복지체제의 특성이 한국의 정치경제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보편복지 복지국가는 증세나 사회지출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와 더불어 한국에서의 복지국가 건설 과정은 지금까지 걸어온 성장체계와 정치체제를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간 한국의 복지문제를 다룬 여타의 연구가 복지체제와 제도 변화라는 관점에서 지엽적으로 살펴본 것과 달리, 이 책은 지금 한국의 복지체제를 형성해온 정치경제체제의 역사적 유산에 주목함으로써 각 영역에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한국 사회의 핵심 쟁점과 과제를 도출한 점이 돋보인다. 특히 이 책은 보편적 복지국가는 단순히 사회지출의 증가를 위한 몇 가지 좋은 복지정책을 제도화하고 실현하는 단면적 변화만으로는 만들 수 없으며, 지금의 복지체제를 형성해온 정치ㆍ경제의 역사적 유산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이를 함께 개혁해 나갈 때 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정치ㆍ경제와 무관한 복지는 없으며, 복지와 무관한 정치ㆍ경제도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사적 사회보장체제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의 정치경제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부동산 인질사회’라 일컬을 만큼 부동산에 의존적인 한국의 사회구조는 산업화 이후 오랫동안 유지해온 저부담-저복지 체제에 기원한다. 즉, 낮은 세금은 낮은 복지지출을 불러오고 이는 사적 복지수단의 발달로 이어졌다. 특히 1970년대 경제성장기 강남 개발과 아파트 건축은 부동산을 통한 자산 형성에 대한 학습효과를 가져온 것에 더해 복지국가의 부재로 인한 주거불안에 대한 두려움은 국민들로 하여금 최후의 안전망으로 주택자산을 선택케 했으며, 민주화와 외환위기는 이러한 부동산 의존성을 더욱 확대재생산해왔다.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보편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복지체제의 구축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에 관한 핵심 쟁점은 이 책 7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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