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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정책
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정책
  • 조재근
  • 승인 2020.05.19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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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정책
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정책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서정건 책임편집  | 사회평론아카데미 | 370쪽

이번 『세계정치』 32호 〈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정책〉은 미국의 정치와 외교를 분석함으로써 국제정치를 이해(inside-out)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동시에 국제정치로 인해 변화해 온 미국 정치를 탐구(outside-in)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미국의 정치 제도(대통령, 의회, 관료)와 정치 과정(정당, 여론, 이념)을 망라하고 있다. 물론 미국 정치와 외교의 모든 측면을 다루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최근에 점점 관심이 더욱 커져 가는 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정책의 상관성을 이해하는 데 흥미롭고 유익한 연구 성과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고 자부한다.

1장은 서론 격으로, 서정건은 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정책의 상관성을 미국 정치 제도 및 과정 전반에 걸쳐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도 큰 관심사인 미국의 중국 외교정책을 사례로 삼아 미국의 상대적 쇠퇴론을 미국 정치에서는 어떻게 파악하는지 분석한다. 나이(Nye)의 반론, 그리고 레인(Layne)의 재반론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국제 위상 변화라는 결과물이 어떻게 미국 정치라는 과정을 통해서 이해되는지 검토한다. 그리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만들어 놓은 기존의 미국 내 군사주의와 정치적 합의가 새로운 국제질서 대응에 미치는 일종의 지연 효과를 살펴본다.

2장은 트럼프 시대 인간 트럼프를 다각도에서 심층 분석한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거의 유일한 국내 정치학자이기도 한 김준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 정치의 이단아이다. 그런데 이단아로 취급하는 미국 주류 사회와 언론의 맹점이 크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규범적 시각에서 볼 때 전통적 대통령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트럼프 모습으로 인해 트럼프를 폄하하느라 트럼프의 정책 성공 및 정책 일관성을 간과하기 쉽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트럼프는 성과가 없다, 트럼프는 소통하지 않는다, 트럼프 정책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조목조목 실증적 자료로 반박한다. 한 마디로 트럼프는 충실한 공약 이행자인 셈이다.

3장은 미국의 행정부와 관료 체계가 보여주는 대외정책 특징을 살펴본다. 네오콘 분석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수훈은 국제정치 전공자에게 익숙한 앨리슨(Allison)의 관료정치 모형을 분석 도구로 이용한다. 이를 통해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안, 사람, 단계에 대한 관심을 복원하고 부시(George W. Bush)부터 오바마(Obama)까지 20여 년간 끌어온 테러와의 전쟁 정책을 단순히 확전/종전 프레임이 아닌 그룹 결정 방식으로 재평가한다.

4장은 세계 의회 중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미국 의회가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의회정치와 대외정책 분야 전문가인 김주리는 무역, 이민 등 전통적 의회 영역을 넘어선 군사-안보 영역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의 비준 과정과 의회 차원 양극화 영향력을 분석한다. 미국과 러시아 간 군축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국제 이슈인데 기존의 연구와 달리 국내적 합의 부분에 초점을 맞춘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볼 수 있다.

5장은 제도와 과정을 이어주는 미국의 정당이 대외 정책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탐색한다. 싱크탱크에서 트럼프 대외 정책 분석을 이끄는 권보람은 공화당의 내부 구성 및 역학 관계에 주목하였다. 우선 트럼프 탄핵을 둘러싼 공화당 내부 사정을 살펴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 능력, 공화당원들의 정체성 위협 중시, 그리고 트럼프의 돌발 세력 관리 등을 발견한다. 116대 의회 당시 트럼프 견제 공화당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 본 이후에는 미국의 의회-대통령 관점에서 본 최근의 대북 정책을 총망라한다. 특히 “트럼프 공화당원”과 “정당 공화당원” 개념 도입은 향후에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6장은 여론과 외교를 주제로 다룬다. 현재 탈냉전 시대와 양극화 시대를 동시에 겪고 있는 미국의 여론이 달라지고 있다. 여론과 정치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하상응은 여론의 영향력에 대해 국내정치와 외교정책을 구분하고 나아가 양극화 이후 특징을 분석한다. 유권자들이 주어진 정보에 대해 정향성을 중심으로 접근한 결과 자신의 정향성만을 확증하려고 하거나 이에 어긋나는 정보를 반박하기 위해 애쓴다는 것이 주된 논지다. 이후 무역, 이민, 안보 분야 트럼프 정책과 여론 반응을 설명한다. 그리고 정당 지지도와 정책 선호 간의 관계를 다차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미국을 “당구공” 취급해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7장은 제도와 과정을 관통하는 미국의 자기 정체성에 대해 다룬다. 미국 예외주의 담론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차태서는 우선 예외주의의 기원과 전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미어샤이머(Mearsheimer)와 왈트(Walt)의 저서 제목을 원용하여 “거대한 망상”과 “선한 의도”가 결국 미국 외교의 과잉 팽창과 정책 실패를 가져왔다고 파악한다. 최대 관심사인 트럼프 시대의 예외주의 현황에 대해서는 고립주의적 예외주의 부활, 퇴행적 자기 정의, 홉스적 현실주의 부상 등을 소주제로 내세워 면밀히 따져 본다. 2016년 대선을 통해 불거진 예외주의 회의감이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국제정치에 관한 이론과 같은 기초적인 연구에서부터 군사와 안보, 정치경제, 환경과 과학기술 등의 기능적인 분야와 주요국의 외교정책, 동아시아 국제 관계 등 지역적인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는 『세계정치』 시리즈는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사회평론아카데미가 펴낸다. 한국의 국제정치학이 과도한 정책지향성을 극복하고, 세계정치의 보편성과 동아시아와 한국의 경험과 관점을 균형 있게 바라보면서 한국 국제정치학의 정체성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에 발간된 19권(젠더와 세계정치), 20권(국제정치학 방법론의 다원성), 21권(동아시아의 보편성과 특수성), 25권(국제정치사상: 다원적 접근과 보편적 교훈)은 2014년, 2015년, 2017년 연속으로 세종도서 학술부문(구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어 『세계정치』 시리즈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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