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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6] 약용버섯으로 항암작용과 항균 효능이 있는 한입버섯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6] 약용버섯으로 항암작용과 항균 효능이 있는 한입버섯
  • 교수신문
  • 승인 2020.05.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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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버섯
한입버섯
한입버섯

필자는 집 가까이에 있는 애막골 산등성이를, 환갑에 시작하여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1시간 넘게 걷는다. 야트막한 산기슭 길이라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가 되풀이되는 꼬부랑길이라 다리근육을 고르게 써서 좋다. 주로 소나무 숲길인데 송이버섯은 나지 않으나 참 많은 종류의 버섯이 철철이 난다.

그런데 자주 만나는, 칠십 줄에 들었을 만한 사람이 놀랍게도 소나무에서 버섯을 따고 있었다. 동글동글한 것이 도토리(굴밤), 밤톨, 호두만 한 것까지 다종다양하고, 색깔도 밤색, 오렌지색, 허연색인 것을 한가득 땄다. 그의 안내를 받아 그 버섯이 열린 나무를 여럿 만났고, 역시 햇빛을 피해 원줄기 아래 그늘에 조롱조롱 붙었었다. 난생처음 보는 버섯(mushroom)이라 궁금증이 또다시 폭발한다.

글방에 빨리 달려와 찾아보니‘한입버섯’이었다. 미국과 캐나다, 아시아 전역에 나며, 침엽수가 죽은 지 1~2년 된 나무에 달린다. 북한에서는 모양, 색깔, 크기가 밤톨 같다 하여 ‘밤알버섯’이라 부르고, 통째로 한입에 쏙 집어넣기에 알맞은 크기라 ‘한입버섯’이라 불렀으리라. 

늦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침엽수에, 특히 죽은 소나무의 줄기와 가지에 무리지어 자란다. 즉, 소나무 고사목(枯死木)에 줄지어 나는 일년생 목재부후균(木材腐朽菌,wood-rotting fungus)으로 포자가 싹터서 버섯(자실체)을 형성하면서 나무를 썩히는(腐朽) 버섯(菌類)으로 흰색 부패를 일으킨다. 생태계에서 분해자(分解者,decomposer)로 세균들은 풀을 썩힌다면 버섯은 나무를 삭힌다.

그리고 한입버섯 채취는 4~5월이 적기로 여름이 가까워 오면 말랑말랑하던 버섯이 딱딱해지면서 사라진다. 그리고 처음에는 오렌지색을 띠다가 자라면서 차츰 밤색이 된다. 

약용버섯으로 항암작용, 항균 효능이 있고, 특별히 기관지염, 천식, 마른기침에도 좋다고 한다. 앞의 버섯친구는 해마다 서너 되 따놓고 1년 내내 달여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솔향이 강하고, 어려 부드러울 때에는 식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애막골 현장에서 딴 밤알만하고 말랑한, 날걸 꾹꾹 씹어봤더니 쓴물이 오래오래 나오더라. 지금도 입안에 그 쓴맛이 도는구려.

한입버섯은  갓 2~10cm, 높이 5~10cm 정도로 둥글고, 표면은 황갈색 또는 갈색이며, 밋밋하고 윤기가 있고, 버섯(자실체)을 갈가리 찢어보면 질깃한 가죽질이고 희다. 그런데 버섯 몸체를 자실체(字實體)라 하는데, 이것은‘fruiting body’를 번역한 것으로, 균사(菌絲,팡이실)가 빽빽하게 모인 영양체덩이를 말한다. 

한입버섯(Cryptoporus volvatus)은 담자균류 민주름버섯목 구멍장이버섯과에 든다. 속명(屬名) Cryptoporus란 “Crypto(hidden,숨어 있는) porus(pore,구멍,)”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린 똥그란 버섯 갓 밑에는 편평하고, 백색 또는 담황색의 질긴 막으로 덮여있어 구멍이 잘 보이지 않다가 커서 포자를 쏟을 무렵에는 드디어 구멍이 생겨나서 그리로 포자가 나간다. 다시 말해서 다 자란 버섯의 갓 아랫면에 타원형처럼 생긴 구멍이 열리는데 구멍의 지름은 3~6㎜이고, 그 구멍이 있기에‘구멍장이버섯과’란 말이 붙었다. 또 홀씨는 10~13×4~6㎛로 무색의 긴 원통형이다.

버섯 밑바닥에 난 구멍은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일   쑤다. 잔구멍들이 얇은 조직으로 가려져 있어서 곤충의 공격을 막고, 수분손실을 예방한다. 그런데 많은 구멍에서 결국 1~2개의 큰 구멍이 생기고, 햇빛과 바람 탓에 자실체가 마르면서 홀씨(胞子,spore)가 구멍으로 흘러나간다.

한입버섯은 침엽수의 나무껍질 바로 안쪽인 변재(邊材)를 분해하는 균류(菌類,곰팡이,fungus)이다. 그런데 보통 4~5mm인 딱정벌레 일종인 나무좀(bark beetles)이 소나무줄기를 갉아 먹느라 낸 작은 구멍자리에 한입버섯이 난다. 이렇게 나무좀이 상처 낸 곳에 버섯이 자라는 것을‘후유증(after effect)’이라 한다. 그런데 버섯을 딴 자리(흔적)가 하얀 싸라기처럼 빠끔빠끔, 점점이 남아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무척 실감이 났다!

그런데 나무좀이나 곤충들이 온도와 습도가 적당한 버섯 아래 구멍에 은신(隱身)하거나 자실체를 뜯어먹기도 한다. 그리고 나무좀은 포자를 온몸에 뒤집어쓰고는 딴 나무에 가서 구멍을 뚫으면서 버섯포자를 옮긴다. 이렇게 포자를 퍼뜨리는 전달매체(vector for spore dispersal)역할을 하니 결국 버섯과 곤충은 공생관계(symbiotic relationships)를 이룬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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