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9:35 (금)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5] 공중에서 노래부르지만 관심대상보호종으로 분류된 새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5] 공중에서 노래부르지만 관심대상보호종으로 분류된 새
  • 교수신문
  • 승인 2020.05.04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달새

다음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시대를 대표하는 명신으로 소론의 거두로도 활약하였던 남구만(1629년∼1711년)의 시조이다. 고등학교 때 외웠던 시조인 터라 아직도 술술 읊조리게 되는 시절가이다.

 “동창(東窓)이 발갓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소치는 아해놈은 상기 아니 일엇느냐/재 너머 사래 긴 밧츨 언제 갈려 하나니.(동창이 밝았느냐 종다리 우짓는다/소치는 아이는 여태 아니 일어났느냐/산 고개 너머 이랑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여기서 노고지리는 종달새의 예전명칭(옛말)이고, 종다리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가곡에‘농군의 노래’라는 것이 있어서 어릴 적에 많이 따라 불렀지. 3절 중에서 1절만 보자. “노고지리 앞서가자 해가 뜨는 이 벌판/초롱불에 돌아가자 해가 지는 이 벌판/황소굴레 풍경소리 자고 깨는 농부야/새 나라 새 천지에 어서 가자 어서 가.//”

또한 북한 속담에 “종달새 깨 그루에 앉아 통천하(通天下, 온 천하)를 보는 체한다.”란 것이 있으니 하찮은 자리에 올라선 자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쭐댐을, ‘종달새 삼씨 까듯’이란 역시 북한으로 끊임없이 조잘거림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종달새(Eurasian skylark)는 참새목(目) 종달 이과(科)에 속하는 조류로 영국에서 일본에 이르는 북위 30°이북의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분포하고, 번식지의 남쪽 지역에서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이고, 우리나라 종다리를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11아종(亞種, subspecies)이 있다 한다.

종다리(Alauda arvensis)는 참새보다 좀 큰 몸집인데, 18cm 정도로 몸 윗면은 갈색 바탕에 검은색을 띤 세로 얼룩무늬가 많이 나고, 아랫면은 잿빛 바탕에 가슴에 갈색 세로무늬가 있다. 종다리는 머리에는 뿔 모양으로 세웠다 눕혔다 하는 털인 작은 관모(冠毛, 도가머리, crest)가 있어서 흥분하면 그것을 바짝 세운다. 그리고 가까이서 보면 연한 황갈색 눈썹 선이 보이고, 꽁지는 길며, 흰색 바깥꽁지깃이 뚜렷하다.

서식지는 주로 논밭이며, 겨울철엔 무리를 지운다. 암수가 비슷하여 구분되지 않고, 2살이면 새끼를 치며, 1년에 4번을 번식한다. 강가 풀밭이나 보리밭·밀밭 등지에 흙을 오목하게 파서 둥지를 틀고, 3∼6개의 알을 낳으며, 알은 회백색 바탕에 어두운색 반점이 있다. 보금자리는 삼사월에 암놈 혼자서 짓고, 새끼도 혼자 품으며, 품은 지 11∼12일이면 부화하고, 18~20일 후면 둥지를 떠나 홀로 공중을 날아오른다.

잡식성인데 식물성먹이로는 잔디 같은 볏과 식물의 씨앗을 먹고, 동물성먹이는 딱정벌레나 벌․나비의 유충․매미․파리․메뚜기 따위들이다. 새끼치기를 할 때에는 단백질이 풍부한 동물성먹이만을 잡아 먹인다.
한국 전역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이다. 그런가 하면 가을에 북쪽에서 날아와 겨울을 보내는 겨울새(冬鳥)도 있다. 이듬해 봄에 다시 북쪽으로 가서 번식하며 그곳에서 여름을 보낸다. 다시 말해서 여름철에 만주․연해주․사할린․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하고, 겨울철에 한국․중국․일본 등 남쪽으로 이동하여 월동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겨울철에는 탁 트인 평지나 농경지에서 30∼40마리에서 수백 마리씩 무리를 지우는데, 눈이 내린 뒤에는 더욱 강하다. 또 봄여름의 생식시기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 

수컷은 텃세권을 가지나 비교적 좁은 범위이다. 번식기의 수컷은 수직으로 공중을 날아오른 뒤 한곳에 멈춰 지저귀다가 다시 땅에 내려앉는다. 보통은 3~4월에 지저귀기 시작하는데(따뜻한 지방에서는 1월부터 시작함) 암컷을 부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세력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우가 더 많다.

사실 종다리를 풀밭에서 찾기는 매우 어렵고, 보통은 공중에서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를 때 알아본다. 그리고 수놈이 50~100m나 되는 높은 곳에서 정지한 상태(hovering)로 울부짖는데 이때 땅에서 보면 새가 하나의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이다. 또한 노래 부르기는 보통 2~3분간 이어지지만 생식시기에는 20~30분을 잇따라 지저귀기도 한다.

학교를 끝내고 집으로 오는 하학(下學) 길에서 하늘 여기저기에서 우짖는 종다리 울음소리를 듣느라 목을 꺾어 하늘을 쳐다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 농약 등의 피해로 마릿수가 점차 줄어들어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세계 자연보전연맹에서는 관심 대상 보호종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