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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 (57)]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적 변화
[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 (57)]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적 변화
  • 교수신문
  • 승인 2020.05.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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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불리

코로나 시국에서 유불리를 말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을 안다. 다들 힘든데 누구한테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얄밉다. 그러나 좋던 싫던 사회를 보는 눈은 살아있어야 하는 법, 한 번쯤은 따져보아야 한다.

IMF 지원 금융 사태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으로 남는다. 대학에 있다고 모를 것 같지만, 아니다. 학생들의 많은 수가 군대에 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그들의 상처를 껴안아야 했다. 돌아온 학생들의 의식도 바뀌었다. 동료, 협력, 우애보다는 적, 경쟁, 무정함을 체화시킨 체 젊은이들이 대학으로 돌아온 것이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더 할 것이다. 젊은이들 의식의 변화를 탓하는 늙은이의 한계가 이런 것이다. 젊은이가 변하고 싶어서 변하나, 사회가 그들을 변하게 만드니 변하지. 그들 가슴 속의 한을 나이든 사람은 기억해야 한다.

그런 IMF 때도 돈을 버는 사람이 있었다. 수출하던 사람들이었다. 달러가 천정부지로 오르니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천 원짜리 하나 살 돈으로 두 개를 살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수출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커미션이 두 배로 들어왔다. 커미션이 100달러라면, 그걸 우리 돈으로 바꾸니 두 배가 되었다. 이른바 더블 장사가 된 것이다. 아직도 기억한다. ‘드러내고 웃을 수는 없지만…….’ 물론 그 반대 처지의 수입 무역상도 있었다.

당시 현상 유지를 하는 내가 못내 죄스러워 친구들에게 술을 샀더니 세 번 만에 월급을 탕진한 것도 기억이 난다. 이때만큼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믿었던 순간이었다.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드러내놓고 웃을 수는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다들 아니라고 할 테지만 또 개인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민망해보자.

의사들은 정말 민감하다. 잘못하다가는 병원 폐쇄니 말이다. 방역 철저다. 사람들도 웬만하면 병원을 가지 않거나 미룬다. 그런데 잘 되는 곳은 피부과란다. 학교를 가지 않는 중고생들이 미뤄놓았던 피부 치료를 몰아서 받는단다. 유사한 진료과목도 있을 것이다.

배달업도 그다지 나쁘지 않단다. 특히 대면을 꺼려해서 약속 장소에 물건을 놓고 가면 그만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줄었단다. 늘어난 인터넷 주문량도 한몫을 하지만 배달 서명을 받는 행위가 잡아먹은 시간 부담이 많이 없어진 것이다.

지역에서는 동네의 우리 농산물 센터가 매출이 두 배로 올랐다. 대형마트를 꺼려 하니 동네의 지역 농산물 센터를 찾는단다. 공식적인 언론 보도도 있었으니 믿어도 된다. 나도 두 배까지 올랐는지는 몰랐다.

폐쇄된 관람지의 근무원도 논다. 출근은 원칙적으로 한다지만 관람객 방문을 금지해놓고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는 것이다. 개문 휴업 상태가 아니라 폐문 근무 상태이니, 출근 하나 마나다. 박물관, 전시관, 도서관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가르치는 직업은 어떨까? 비정규직 강사는 외부 강의가 뚝 끊겨서 수입이 줄지만 정규직은 일정한 월급을 받기에 일단 경제적인 타격은 없다. 동영상 촬영, PPT 녹음, 화상 강의라는 새로운 업무 스타일로 수고로움이 두세 배는 되지만 MT, 개강총회, 답사 등 학교 밖에서 벌어지는 학생 활동의 지도 의무도 없고, 게다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교수들의 경우에는 집에만 있어 시간 낭비도 없다. 녹화는 한 번 해놓으면 남는 것이라서 또 써먹을 수 있다. 그래서 해외도 못 나가고 똑같이 집에만 박혀있어야 하는 안식년 교수가 못내 억울해한단다. 정상근무나 간신히 얻은 안식년이나 재택근무라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으니 말이다.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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