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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사회적 거리 두기
[원로칼럼]사회적 거리 두기
  • 교수신문
  • 승인 2020.05.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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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는 미국을 향해 속도전을 펼치더니 이제는 서방 세계를 점령하고, 들어보지도 못한 생피에까지 상륙하여 전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그칠 줄 모르는 코로나의 전파속도를 보노라면 핵 전쟁이 아니라 전염병에 의해 인류가 멸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천연두가 로마 시민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상당수를 몰살시킨 역사적 사례를 볼 때 코로나의 기세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하다.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한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라는 책이 나와 읽는 이들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최고의 권력자들도 전염병 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을 보면 인류는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다.      

코로나의 전파로 우리 국민은 마스크 한 장에 목숨을 의존한 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버티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란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자는 의미다. 정부는 집단 감염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해외 유입 사례가 급증한 점을 고려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을 전개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려고 한다. 지하철 안에서는 기침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한다. 기침을 하면 이목이 쏠리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공간이 좁은 엘리베이터는 높은 층이 아니고서는 탑승하고 싶지 않다. 실내에서 하는 일은 모두 취소되었다. 교육기관도 두 달 이상 문을 걸어 잠갔다. 이러다가 ‘사회적 대인기피증’이라는 또 다른 정신질환이 유행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지만, 정작 거리를 두어야 할 사람들이 있다. 공자는 겉치레에 빠져 올곧지 못한 사람을 벗하고(友便僻), 아첨으로 남을 기쁘게 하는 사람을 벗하며(友善柔), 말만 잘하는 사람을 벗하면(友便佞) 해롭다고 했다. 한 마디로 실력이 없으면서 그 밖의 방법으로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힘쓰는 사람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공자는 “교묘하고 화려한 말과 얼굴빛과 표정을 좋게 꾸미는 자 중에는 어진 사람이 적다(巧言令色鮮矣仁).”라고도 했다. 실력을 쌓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그럴듯한 말과 표정으로 힘 있는 사람에게 환심을 사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학 사회에도 교언영색형(巧言令色型)의 교수들이 많다. 교수의 사명은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일 텐데 교수라는 직함만 갖고 엉뚱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폴리페서들(polifessors)은 교단을 떠나 정치권에 들어가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을 하면서도 얼굴색도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의 눈에 있는 티는 보지만 정작 자기 눈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믿는 학설을 굽히어 이 세상 속물들에게 아첨하는(曲學阿世) 사람들이 교육계에 있는 한 후학들 역시 오염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학내에서도 가르치는 일보다는 동료 교수를 무시하고 짓밟으면서 보직 탈환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이비 교수들이 있는 한 대학 사회는 결코 밝지 않다. 대학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발붙이기에는 너무나 신성하고 고귀한 곳이다. 책과 담을 쌓고 다른 일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진정한 교수라고 할 수 없다. “배우는 데 싫증 내지 아니하고,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않은(學而不厭 誨人不倦)” 사람이 진정한 교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범국민운동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은 이참에 본분을 망각한 사람들과의 거리 두기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대학에서도 연구하지 않고 옆길로 샌(?) 교수들과의 거리 두기로 번지길 기대한다. 교수직은 다른 일을 하기 위한 ‘빛 좋은’ 직함이 아니다. 연구․교육․사회봉사라는 교수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기도 벅차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하여 자기 할 일을 잊은 사람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대학 사회가 진정한 ‘학문의 전당’이라는 이름을 되찾길 소망한다. 이리하여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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