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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천성적으로 자애롭지만 그를 둘러싼 제도에 의해 타락한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자애롭지만 그를 둘러싼 제도에 의해 타락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04.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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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아나키스트 열전 27
에티엔 가브리엘 모렐리

신은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인간에게 자기 이익을 만들어 줬지만
기존 제도는 그것을 악랄한 이기주의로 변모
에티엔 가브리엘 모렐리(Etienne-Gabriel Morelly, 1717~1778) 초상화

에티엔 가브리엘 모렐리(Etienne-Gabriel Morelly, 1717~1778)라는 18세기 프랑스 사상가는 한글 인터넷에도 나오지 않는 무명의 인물이다. 영어는 물론 불어로 쓰인 프랑스 사상사에도 최근까지 그의 이름을 보기 어려웠다.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그는 프랑스의 유토피아 사상가이자 시인으로 교육에 관한 두 권의 책과 몽테스키외 사상에 대한 비판론을 썼지만, 프랑스 북서부 지방 시골의 가난하고 평범한 교사였다는 것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그를 디드로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그는 1755년 프랑스에서 익명으로 출판된 《자연법 또는 그 법의 참된 정신》(Code de la nature, ou le veritable esprit de ses lois)(이하, 《자연법》으로 표기)의 저자로 짐작되지만, 그 점도 확실치 않다. 그 책은 비슷한 시기에 발간된 루소의 책들보다 더욱 급진적이어서 과연 디드로의 저술인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루소를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시조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모렐레는 그 두 가지는 물론이고 아나키즘의 시조로도 꼽힌다. 

모렐리가 1743년에 쓴 《인간정신론》(Essai sur l’esprit humain)이나 1745년에 쓴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에세이, 또는 교육의 자연적 원칙》(Essais sur le coeur humain ou principes naturels de l’education)은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유토피아 작품으로 논의되는 첫 작품은 모렐리가 1753년에 쓴 《떠 있는 등대 또는 유명한 필파이의 바실리아드》(Naufrage des isles flottantes, ou Basiliade du celebre Pilpai)이라는 제목의 우화시다. 그 시는 가정을 꾸리기 전에 어떠한 실수도 저지르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아담과 이브가 조직한 이상적인 사회를 그렸다. 

위 작품에 내포된 사회이론을 보다 과장된 스타일로 쓴 《자연법》의 처음 세 장에서는 불평등한 재산 관계와 계급을 구분 짓는 기존의 도덕과 정치 체제를 공격하고, 넷째 장에서는 영원한 법에 지배되는 이상적인 법 패턴을 제시한다. 모렐리에 의하면 불행히도 인간들은 자연의 명령을 따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의 가장 단순하고 가장 훌륭한 교훈이 일상 도덕과 정치에 의해 계속 모순되는 것을 꽤 분명히 보게 될 것이다.’라고 한다. 특히 사유재산의 시스템은 모든 것의 모든 다른 악의 기초이자 수단인 부자연스러운 ‘소유 욕구’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항상 이렇게 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모렐리에 의하면 인간은 악랄하고 사악하게 태어나지 않고 도리어 천성적으로 사교적이고 자애롭지만, 그를 둘러싼 제도에 의해 타락한다고 보았다. 이 점은 앞에서 본 루소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모렐리는 신이나 최고의 지혜(모렐리는 멜리에 같은 무신론자 사제가 아니라 이신론자 교사다)는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인간에게 자기이익(amour propre)을 만들어 주었지만, 기존의 제도는 그것을 악랄한 이기주의로 변모시켰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은 또한 모럴을 북돋울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그의 필요를 혼자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그를 돕는 사람들에게 자애로운 애정을 느낀다.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망은 근본적인 것이고 ‘행복하고자 한다면 자비하라’는 것이 된다. 

모렐리는 이어 사람들이 자연법에 순종하고 원래의 청렴과 가치관으로 되돌아간다면 인위적인 법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기존의 사유재산 체계를 공동 소유로 대체한다면, ‘재산이 존재하지 않는 곳, 그것의 어떤 치명적인 결과도 일어날 수 없다’는 이유로 악랄한 행위에 대한 요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자연법 또는 그 법의 참된 정신 표지

모렐리가 제안한 법에서, 인간은 그가 필요로 하든, 그의 즐거움이든, 그의 일상 업무이든 간에, 그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개별적으로 그의 유일한 재산으로서 누구에게나 속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짓는다. 그는 개인이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의 재산 소유, 특히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데 사용되는 사유재산에 반대했다. 그리고 모든 시민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공동의 이익에 자신의 몫을 기부하고 공적 비용으로 유지되기를 기대했다. 모렐리는 후대의 아나키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본래 게으르지 않고 사회 제도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노동자가 직업상 필요로 하는 경우 어떻게 개인 소유 이외의 도구와 장비에 접근 할 수 있을까? 모렐리에 따르면, “이 모든 내구성 제품은 모든 시민에게 매일 또는 다른 특정 간격으로 배포하기 위해 공공 상점에 모을 것이다.” 

그는 또한 개인 간의 상거래 금지를 제안했다. “성스러운 법에 따라 시민들 사이에 아무것도 팔거나 교환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채소, 채소 또는 과일 등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공공 광장에 갈 것이다. 그것들을 재배하는 사람이 가져 왔을 것이고, 그는 하루 동안만 필요한 것을 가져갈 것이다.”

정부보다는 사유재산을 악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모렐리는 공산주의의 선구자였다. 게다가, 그는 《자연법》의 넷째 부분, 즉 자연법에 상응하는 사회의 법칙인 ‘자연의 의도에 부합하는 법의 모델’을 실현하고자 시도했다. 그가 제안한 공산주의 사회는 엄격한 교육과 강제 노동과 결혼으로 엄격하고 권위적이다. 그 가족은 도시와 농촌에서 조직된 부족들로 구성된 사회 계층의 기반이 될 것이다. 경제의 운영은 최소한의 정부가 주기적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단순히 회계상의 문제일 뿐이다. 엄격한 전반적인 계획이 있을 것이고 유일하게 가르치는 철학은 법을 지지할 것이다. 그 결과는 ‘매우 훌륭한 질서’가 될 것이다. 그 명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벌을 받게 될 것이고, 최악의 범죄자들은 동굴에 격리되어 결국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그는 공산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부 엄중함’의 과도기적 사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렐리는 거의 모든 사회 및 도덕적 병은 사유재산의 결과라고 믿었으므로 그가 제안한 헌법에서는 당연히 사유재산이 폐지된다. 이 책은 당대 사회를 비판하고 욕심이 없는 사회 질서를 촉진하며, 재산, 결혼, 교회 또는 경찰이 없는 평등주의 사회로 인도하려는 헌법을 제안하여 후대의 바뵈프, 푸리에, 프루동, 블랑, 엥겔스, 마르크스와 같은 사회주의자 및 아나키스트 사상의 기초가 되었다. 

모렐리는 프랑스 혁명의 평등주의적이고 공산주의적인 측면을 고무시켰다. ‘평등의 음모’를 주도한 그라쿠스 바뵈프는 《자연법》의 저자가 혁명적 음모에 대한 진정한 리더라고 주장했는데, 둘 다 권위와 안보를 혼동한 것이 분명하다. 동시에, 제도는 자연의 의도에 따라야 한다는 모렐리의 주장은 그것에 대한 진정한 아나키즘적인 고리를 가지고 있다. 자선을 장려하고 행복을 가져다줄 환경을 조성하려는 그의 관심은 샤를 푸리에를 예상하게 했다. 프루동이 그의 ‘정부 거부’를 칭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크로포트킨과 같은 아나코-공산주의자들은 자연의 교훈을 단순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더 많은 아나키적 결론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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