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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룡의 징비록 연구
유성룡의 징비록 연구
  • 조재근
  • 승인 2020.04.2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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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룡의 임진왜란기 역할과 『징비록』의 역사적·정치사적 의미
유성룡의 징비록 연구 / 장준호
유성룡의 징비록 연구 / 장준호

장준호 지음 | 카모마일북스 | 268쪽

임진왜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臣秀吉)가 1587년 시마즈(島津) 세력을 복속시키고 규슈(九州)를 평정한 후 동아시아 정복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었다. 일본의 일방적인 침략으로 시작된 임진왜란은 조선 건국 후 최대 위기로 이전까지의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참화(慘禍)였다.

유성룡은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당했을 때 영의정·도체찰사·비변사와 훈련도감 도제조 등을 역임하면서 전란의 한복판에서 활약한 인물이지만, 전란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임진왜란 발발 이후 전란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유성룡은 북인들의 탄핵을 받아 실각한 후 고향에서 『징비록』을 기술했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임진왜란의 원인을 구명하고, 전란의 전개 과정에 따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중심으로 찬술하였다. 『징비록』은 내훈적 동기에서 출발하여 전란에 대한 반정적 고찰과 전란책임론에 대한 변핵이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징비록』은 강목체로 기술된 역사서이다. 강목체는 역사서술의 한 방법으로 편년체의 일종이나 강에 큰 주제를 설정하고 목에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사건과 인물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 강목체는 대단히 탁월하다. 유성룡은 임진왜란이라는 사건을 주제로 강목체라는 서법을 이용하여 『징비록』을 서술·완성하였다. 따라서 『징비록』은 박상의 『동국사략』과 같은 조선 전기 강목형 역사서 간행의 학적 전통과 16세기 개인 학자들의 야사형 사서 편찬의 흐름 속에서 간행된 강목체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초본 『징비록』은 1969년 국보 132호로 지정되었다. 간본 2권본 『징비록』도 번역·간행되었다. 국역서는 유성룡 연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성룡에 대한 학계의 관심에 비하면, 『징비록』 자체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자 장준호 박사는 유성룡이 찬술한 임진왜란 관련 문헌들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징비록』이 임진왜란을 연구하는 중요 사료로서 갖는 기사의 신빙성·사료적 가치와 한계점과 『징비록』이 역사서로서 갖는 사학사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제1장에서는 『징비록』의 저술 배경을 유성룡의 정치적 활동과 연계하여 살펴본다. 『징비록』을 단순히 징비(懲毖)의 차원을 넘어, 그가 처한 위기의식의 산물로 이해하고, 『징비록』의 저술 체재와 내용 분석을 통해 그 사료적 성격을 살펴본다.

제2장에서는 저자는 임란 사적으로 『징비록』이 어떠한 과정으로 현전하는 체재와 내용으로 구성되었는지 천착한다. 『난후잡록』의 저술 의도와 서지학적 특징을 파악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여 그 사료적 성격을 고찰한다. 이와 함께 다른 친필 자료인 초본 『징비록』과 『난후잡록』의 기사를 비교·검토하여 두 자료의 차이점을 파악해『징비록』의 성립 및 간행 과정을 담았다.

제3장에서는 『징비록』이 후대에 미친 영향에 주목한다. 『선조실록』의 수정 논의 및 그 과정에서 『징비록』이 어떻게 인용되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살펴본다.『징비록』이 후대 역사서와 사행록 등과 같은 여러 문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더 나아가 일본으로 유출된 『징비록』이 일본 학계와 독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를 고찰한다.

제4장에서는 간본 『징비록』의 사학사적 의미를 구명한다. 『은봉전서』를 통해 안방준의 유성룡 비판과 『징비록』 서술 내용의 시비점을 살펴본다. 『은봉전서』를 중심으로 『징비록』·『선조실록』·『선조수정실록』의 관련 기사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안방준의 유성룡 비판의 타당성 여부를 파악한다. 또한 『징비록』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평가를 통해 저술 성격을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한다.

『징비록』이 임진왜란을 연구하는 중요 사료로서 갖는 기사의 신빙성·사료적 가치와 한계점을 살펴보고, 『징비록』이 역사서로서 갖는 사학사적 의미를 고찰한다. 유성룡이 찬술한 『징비록』에 대한 내용 분석을 통해 그 성립 과정과 후대의 영향을 연동하여 고찰하고, 『징비록』의 사학사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유성룡이 활동했던 정치적 상황과 그의 개인적 감정과 학맥 등 다양한 상호 관계를 이해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징비록』이 갖는 사료적 가치와 그 성격을 다각도로 규정할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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