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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
나는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
  • 조재근
  • 승인 2020.04.2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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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하림의 시와 삶을 기억하는 시인들 장석남 박형준 나희덕 이병률 이원 김민정이 엮어낸 시선
나는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 / 최하림
나는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 / 최하림

최하림 | 문학과지성사 | 132쪽

시간과 존재, 언어와 예술의 고민을 치열하게 밀고 나가며 70여 년을 시인으로서 오롯이 살아낸 시인 최하림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10년이 흘렀다. 가르침과 다독임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여전히 ‘시인들의 시인’으로 기억되는 최하림의 10주기를 맞이하여, 여섯 명의 시인과 문학과지성사가 함께 묶어낸 기념 시선집 『나는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를 출간했다.

5ㆍ18의 역사적 기억을 시의 주된 질료로 삼으면서도 동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정교한 언어의 탐구가 빛나는 초기 시에서부터(1부 밤은 시나 쓰며 살아야 할 나라), 자연의 생명력으로 조금씩 치유되어가는 전환기의 시(2부 가을, 그리고 겨울), 역사마저도 시간의 한 경과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후기 시까지(3부 다시 구천동으로), 습작 시와 시집 일곱 권, 근작 시를 아우르는 시인 최하림의 시적 여정을 되짚어 엄선된 시 60편이 수록돼 있다.

이 시선집의 의미가 더욱 각별한 이유는 최하림의 문학 자장 안에 있던 시인, 장석남ㆍ박형준ㆍ나희덕ㆍ이병률ㆍ이원ㆍ김민정이 시 선정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최하림의 시를 다시 읽고 돌아보며 시 10편씩을 고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최하림과 후배 시인들이 나누는 따뜻한 문학적 대화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을 거친 진솔한 산문을 여섯 시인이 직접 추린 시들 말미에 덧붙였으니 일독을 권한다.

『나는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는 시인과 시인, 시인과 시가 오로지 문학이라는 이유만으로 만나는 각별한 장소이다. ‘침묵을 쓴다’는 일의 지난함을 아는 시인 최하림의 문학적 숨결을 동시대 독자들과 다시 나누기 위해 기획된 이 책은 최하림을 기억하고 다시 읽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고요한 공감의 자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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