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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몸의 문제
마음과 몸의 문제
  • 조재근
  • 승인 2020.04.2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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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관계 문제에 대한 학자들의 역사적 해석 집대성
마음과 몸의 문제 / 조너선 웨스트팔
마음과 몸의 문제 / 조너선 웨스트팔

조너선 웨스트팔 지음 | 한정라 옮김 | 한울 | 240쪽

이 책은 마음과 몸의 관계를 다룬다. 저자는 서문에서 분명하게 밝힌다. 자아나 의식이나 영혼이나 그 어떤 것이든, 마음과 몸의 문제는 그것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이 책은 전적으로 심-신 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철학과 과학에서 연구하는 심-신 문제는 데카르트 이후 확고해진 마음과 몸의 구별에 기초한다.

심-신 문제는 네 가지 명제가 만들어 내는 역설이다. 네 명제 모두 참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으나 이를 합치면 모순이 되어 적어도 하나는 거짓이어야 한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명제는 다음과 같다.

1. 마음은 비물리적인 것이다.
2. 몸은 물리적인 것이다.
3. 마음과 몸은 상호작용한다.
4. 물리적인 것과 비물리적인 것은 상호작용할 수 없다.

저자는 네 가지 명제의 역설을 풀어내고자 했던 철학과 과학의 시도들을 하나씩 점검한다. 여러 철학자들이 이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 풀어나간 논리를 따라가 보고 그들의 시도가 가진 논리적 허점을 밝혀준다. 철학자들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마음과 몸의 관례에 대해 질문해 온 과학자들의 가설들도 최근의 눈부신 신경 과학적 발견과 더불어 살펴보고 있다.

1장에서는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 심-신 문제를 소개하고 그 역사를 살펴본다. 2장에서는 대표적인 이원론적 심신이론 몇몇을 소개한다. 각 이론들은 마음이 비물리적인 실체라고 주장하지만, 물리적 몸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을 통해 보여지는 마음이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3장에서는 물리주의적 입장에서 심-신 관계를 주장한 몇몇 이론을 살핀다. 이들은 마음도 물리적인 것이라 주장하며 물리적 몸과의 관계를 설명하지만 심적 사건들이 펼쳐지는 마음의 영역을 부인하거나 제거하는 문제가 있음을 보인다.

4장에서는 반유물론적 이론들을 살피며 이 이론들이 물리주의적 심신이론의 허점을 올바르게 지적한 점을 높이 산다. 그러나 모두 마음이 비물리적임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에 봉착한다고 설명한다. 5장은 의식에 대한 최근 신경 과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등장한 마음과 몸에 대한 가설들을 살핀다. 뇌의 신경세포 활동에 근거해 마음의 물리성에 다가가는 과학적 주장들은 철학적 전통과는 다른 물리주의적 입장의 부활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들도 철학적 전통의 물리주의적 이론들이 지닌 문제를 되풀이한다. 6장에서 여러 중립적 이론들을 소개하고 7장에서 중립적 일원론의 입장에서 심-신의 네 명제가 만드는 역설이 발생하지 않는 하나의 본보기를 제시해본다. 저자는 중립적 일원론이 감각질이라 불리는 마음의 경험의 고유성과 독특성도 살리고 물리적 몸과의 상호작용도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주장한다.

역자는 심-신 문제는 마음 경험의 독특성과 마음의 물리성에 대한 주장들을 아울러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적이면서 논리적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서 누구든 마음과 몸의 역설을 풀어낼 특별한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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