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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가장 치열했던 시대에 드러나는 인간 군상들의 성공과 좌절 이야기
[BOOK] 가장 치열했던 시대에 드러나는 인간 군상들의 성공과 좌절 이야기
  • 교수신문
  • 승인 2020.04.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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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한다 - 이현태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을 이해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
책을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는 재미

춘추전국이야기(1~11권) |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904쪽

중국 관련 이슈가 수년간 신문사 헤드라인에서 빠지지 않는다. 중국이 모든 면에서 한국에 중요해졌다는 것은 이미 진부한 사실이다 굵직한 것만 따져 봐도 2017년 사드 제재, 2019년 미·중 통상분쟁, 2020년 코로나19가 있다. 모두 한국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강대국이 된 중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자장(磁場)이 점점 넓어지고 강해지고 있다. 결국 좋거나 나쁘거나 남은 세기도 우리는 중국과 더욱 더불어야 할 것 같다. 황해 넘어 한반도로 불어오는 서풍은 점점 강해질 것이다. 바람을 막는 병풍을 세우든지 풍차를 세워 곡식을 빻든지 간에 모두 우리가 할 일이다. 이에 갈수록 '중국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춘추전국이야기의 작가 공원국은 역사를 돌아보자 말한다. 그는 먼저 '중국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춘추전국시대로 향했다. 유구한 중국 역사에서 왜 하필이면 '춘추전국시대'인가. 중국 아니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의 필독서였던 사서오경, 삼국지, 사기 등 중국 고전의 원형은 이 시기에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천 년 동안 명멸한 모든 중국 왕조의 제도도 춘추전국시대의 그것에 기반하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 사상과 제도의 원형이 태어난 시대이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다.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줄줄이 고전 경구를 읊는다. 결국 중국 정신의 원류가 춘추전국시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가 이 시대에 주목하는 이유다.

작가의 작업은 2007년 구상에서 2017년 완간에 이르기까지 10년을 필요로 하였다. 어지간한 인내심과 가벼운 엉덩이로는 하기 힘든 작업이다. 이렇게 탄생한 '춘추전국이야기'는 춘추시대의 질서를 설계한 제나라 관중의 등장(1권)부터 진나라의 멸망과 한나라의 탄생(11권)까지 550여 년 역사를 두루 살피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춘추전국시대는 역사 속 어느 시대보다 치열한 생존과 경쟁의 싸움터였다. 많은 국가가 융성과 쇠락을 거듭하였고, 패자(覇者)와 효웅(梟雄)이 자웅을 겨루었으며 원교근공(遠交近攻 )과 합종연횡(合從連衡)의 전략들이 치열하게 맞섰다. 난세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와 인간의 지혜가 결집되기 마련이다. 이때 형성된 지혜는 오늘날에도 중국을 저변에서 뒷받침하는 뼈대이자 원동력이다. 결국 춘추전국시대는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인 것이다.

물론 디지털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11권에 이르는 종이책 '춘추전국이야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 춘추전국이야기는 별로 무겁지 않다. 중국 정신의 원류를 이해한다는 다소 무거운 의도로 시작한 독서가 의외로 빠르게 나아간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글솜씨가 가볍고 매끄럽다. 수년간 현장답사에서 추가한 사진과 지도는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삶과 운명, 성공과 좌절의 이야기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작가는 가장 치열했던 전쟁의 시대에 자신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인간, 군상들을 탁월하게 묘사하였다. 이는 오늘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결국 춘추전국이야기는 두 가지 '미', 즉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잡은 듯하다. 중국을 이해하는 수단으로서 의미와 책을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는 재미, 코로나19로 인해 막혀버린 외부 활동 대신 곁에 두고 읽어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현태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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