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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교수업적평가점수 공개
대구대, 교수업적평가점수 공개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1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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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 공개 범위 둘러싸고 논란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이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나서 교수와 갈등을 빚은 가운데 대구대(총장 이재규)가 전체 교수들의 연구·강의평가 점수를 책자로 발간·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대는 지난 9월, 교수들의 '교수연구업적' 자료집 1권(8백74쪽)과 '교수교육업적' 자료집 1권(6백32쪽) 등 모두 2권으로된 교수업적자료집을 전체 교수들과 각 부처 행정실, 부속기관 등 학내에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집에는 교수 각각의 연구실적 목록 뿐 아니라 논문·저서에 대한 환산 점수 및 총점, 각 교과목의 강의평가 점수, 학생상담횟수, 현장지도, 학생들의 취업실적 등이 공개됐으며, 연구업적은 1997년 3월부터 2003년 2월까지, 강의업적은 2000년 1학기부터 2002년 2학기까지 공개됐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수들의 업적 평가 결과를 해당 교수에게만 알리고, 교수 개인이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한 것과 달리, 이번 대구대처럼 대학측이 일률적으로 공개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교수들의 업적평가점수가 공개되자, 대구대는 지난 9월 이후 대학의 자료집 배포가 교수들의 연구·교육 능력 향상을 위한 자극제로 기능하느냐, 교수노동에 대한 대학당국의 통제 강화로 기능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한 교수는 "교수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목적과 달리 자신을 비롯한 다른 교수들에 대한 교수업적평가 점수 공개는, 교수들에 대한 노동 통제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게 만들 것"이며 "교권침해와 일부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도 문제시되고 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교수협의회(회장 김인숙 미술디자인학부 교수, 이하 교협)는 최근 교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수업적 자료집 발간·배포와 관련해 "공정하지 않은 기준으로 연구업적을 평가해, 그것을 점수화해서 인쇄물로 공개한 것은 교수들을 상업적으로 자극하고 통제하려는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교협이 설문조사한 결과, 교수업적 자료집의 발간·배포에 대해 55.7%의 교수들이 '잘못된 처사'라고 응답했다.

한편, 대구대 관계자는 "연구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 발간한 것이며, 교수들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더욱 분발하라는 취지에서 기획됐다"라고 설명했다. 

강의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교수들과 강의 선택권을 내세워 평가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교수업적평가결과를 전격적으로 공개한 대구대의 조치가 대학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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