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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정가’의 시대를 기다리며
[학문후속세대의 시선]‘정가’의 시대를 기다리며
  • 교수신문
  • 승인 2020.04.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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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로트가 전 연령의 사랑을 받으며 예상치 못한 트로트 열풍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트로트에 관심 없던 10대, 20대, 30대도 트로트를 듣고, 40대, 50대 중장년층은 그동안 10대만의 전유물이었던 ‘덕질’을 하고 있다. TV를 틀 면 거의 모든 예능에서 트로트를 부르고, 트로트를 얘기하고 있다. 트로트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말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1970년대까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70년대 포크음악이 유행하기 시작하며, 발라드, 힙합, 댄스음악으로 대중가요가 변화하며 트로트는 점차 설 곳을 잃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트로트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트로트가 다시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현재 트로트의 인기를 이끌어가는 송가인, 임영웅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았다. 그동안 트로트는 뽕짝이나 흥이 넘치는 다소 촌스러운 음악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송가인, 임영웅의 트로트에서는 깊이 있는 서정성이 보여졌다. 나이불문하고 청중들에게 그 진심이 통한 것이다.

트로트가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기 훨씬 이전 우리나라에는 ‘정가’가 있었다. ‘정가’를 간단히 설명하면 대중화 되지 않은 국악이다. 아정한 노래란 뜻으로 기품이 높고 바르다는 뜻을 가진 정가에는 가곡과 가사, 시조가 있는데 이런 노래들은 우리 조상들이 오랜 옛날부터 즐겨 불러왔던 노래로서 오늘날의 유행음악과 같이 당시의 유행 음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정가’라는 자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잊혀지고 소외된 국악의 한 장르이다. 필자는 이런 ‘정가’를 전공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국악을 전공한다고 하면 흔히들 판소리, 민요를 떠오른다. 국악 자체가 일반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낯설게 만 느껴질 것이다. 전공자도 대학마다 한 학년에 1,2명 정도이기에 더더욱 알려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필자도 처음부터 정가를 알았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는 작곡을 공부했는데, 우연히 정가를 접하면서 정가의 매력에 빠져들어 대학 전공을 정가로 선택했다. 필자가 빠진 정가의 매력은 간단하다. 판소리같이 극적이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굉장히 표현이 절제되어 있다. 또 긴 호흡으로 가기 때문에 곡 자체가 여유롭고 느리게 진행된다. 현대 대중가요들은 감정을 그대로 다 노출하는 식이기 때문에 감정을 절제하여 표현하는 정가의 감동은 더 크다.

하지만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에 점점 정가의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 국립국악원에서도 초급반이 새로 편성되지 않을 정도로 정가에 관심 있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중에게 관심을 가지려면 요즘 대중가요처럼 많이 들려져야 하고, 미디어에 노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정가를 접할 기회조차 없으니 정가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불구하고 ‘정가’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가는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아름다운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정가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체능 분야에서도 많은 연구 기회가 생겨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정가 역시 많은 전수자들이 생겨 누구나 정가를 알고, 일상 속에서도 자주 듣게 되길 바란다. 아직까지는 비록 대중들에 사랑을 받지 못했더라도 지금 트로트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정가도 언젠가는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순간이 올 거라 기대하고 있다. 그 순간을 곧 맞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많은 지원이 함께 하길 바란다.   

김아련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였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자로 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음악과 정가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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