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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장, 빛나는 조연? 빛좋은 개살구?
부총장, 빛나는 조연? 빛좋은 개살구?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3.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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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대학 부총장의 현재와 미래

발전기금 모금이나 예산 확보 등 대학총장의 대외업무가 늘어나면서 '집안 살림'을 총괄할 수 있는 부총장제도의 필요성은 공감을 얻고 있으나 실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위상정립이 미흡한 실정이다. 대학운영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빛나는 조연'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상반된 평가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규모, 총장의 성향과 분권화 의지, 재단과의 역학관계속에서 부총장의 역할과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부총장은 교내 '집안살림'을 대체로 떠맡고 있다. 사진은 중국 산동대 교환학생들과 면담중인 경원대 백승기 부총장. © 경원대 홍보팀

총장 성향따라 위상·역할 달라
부총장제도는 1960년대부터 등장했다. 총장의 유고시 총장권한대행을 맡을 사람이 필요했고, 보통 원로교수의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1980년대는 대학생들의 사회 민주화 투쟁이 활발했던 시기에 학생관련 업무를 챙기는 '교학'부총장의 역할이 대두되는 시기였다. 대학이 급속한 팽창을 이루던 1990년대 중반이후부터는 대학간 경쟁도 치열해 지면서 'CEO 총장'이라는 말도 생겨나는 등 총장의 대외적인 활동이 많아졌다. 총장은 대외업무를 맡고 부총장은 일상업무를 담당하는 역할분담이 정착되면서 부총장은 교내의 연구개선위원회 등 각종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러한 가운데 "처장보다는 위상을 높여주고 대내·외적으로 관련 당사자들을 만날 때 대표성을 주도록 하기 위해 부총장직을 늘리기도 했다"라고 한 대학의 관계자는 부총장직 신설배경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대학병원을 두고 있는 대규모 종합대학은 교학부총장과 함께 의무 부총장을 두고 있으며 제2캠퍼스를 총괄하는 부총장직도 보편적인 모습이다.

전문영역별 특화추세속 자리 늘어
이와 함께 부총장의 역할이 점차 교학, 대외, 의무, 산학, IT, 행정, 재정 등 전문영역별로 특화되고 담당영역별로 최고의사결정권을 갖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원대는 지난 2001년 단과대학인 소프트웨어대학을 신설하고 대학특성화분야를 IT분야로 정했고 지난 9월에는 특성화분야를 종합적으로 책임지고 이끌어 갈 IT부총장제를 도입했다.

경원대는 숭실대에서 부총장을 지내면서 숭실대의 IT특성화 노하우를 가진 오해석 교수를 IT부총장으로 영입했다. IT부총장은 소프트웨어대학·대학원, 전산정보원, IT교육원, 소프트웨어 연구소, 창업보육센터 등을 총괄하는 한편, 학교재단 소속의 병원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추진중이다.

오해석 경원대 IT부총장은 "총장 보좌역할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고유 업무를 맡아 책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원대 관계자는 "학교의 특성화 방향이 명확해 졌고, 결재도 IT관련 행정과 일반행정을 분리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제2캠퍼스를 총괄하는 부총장의 경우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학사운영, 예·결산, 교수채용 등 재정, 인사와 관련한 주요 결정사항을 부총장 권한으로 처리하는 대학이 많다. 주요 사항 대부분을 총장으로부터 위임받아 전결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최종 결정은 총장이 하지만 특별한 일이 아닌 경우에는 제2캠퍼스 부총장의 재량권을 인정해 주고 있다.

이성호 연세대 행정·대외부총장은 "서울캠퍼스에 있는 교학, 의무, 행정·대외부총장간에 역할분담이 분명하다. 최고 책임자는 총장이지만 권한위임이 많이 돼 있다"면서 "반드시 소관 부총장의 결재를 거치고 상당수 내용은 부총장 전결사항이다"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원주캠퍼스와 의료원을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면서 부총장에게 재정권, 인사권 등의 권한을 위임한 상태다.

서울대 제외한 국립대 부총장제 없어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에는 '국립대 설치령'에 따라 부총장제가 없다. 김기현 경북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총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과 책임이 부여돼 있기 때문에 부총장제가 필요하다"면서 "IMF외환위기 이후 '부'자가 붙은 보직은 모두 없앴는데 겸임을 통해 역할을 맡기고 있는 형편이다"라고 강조했다.

부산대는 학칙개정을 통해 대학원장이 총장 유고시 권한대행과 교무회의 부의장을 맡는다는 학칙을 마련해 두고 대학원장이 부총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부산대 대학원장 겸 부총장을 지냈던 임광식 교수(제약학과)는 "각 부처의 대립되는 의견을 조정하고 부처 소관이 애매한 사안을 책임있게 처리하는데 일일이 총장이 하기 힘들다. 부총장이 안성맞춤이다"며 "부총장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또 "국립대 규모가 모두 다른데 일률적으로 규정을 개정하기 힘들면 규모에 따라 개정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2001년 3월 국립대 설치령을 개정하면서 총보직한도제를 도입해 보직수를 줄여왔고 앞으로도 이같은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장과 재단에 권한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부총장이 제 역할을 해내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부총장의 위상과 역할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총장의 분권화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기용할 필요 있다"
지난 8월까지 교학부총장직을 수행한 정지창 영남대 교수(독어독문학과)는 "총장은 업무처리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과 조정권을 가지나, 전문 영역에 관해서는 해당 참모에게 위임해야 한다"면서 "총장이 사소한 문제까지 관여하고 결정하게 되면 참모들의 역할은 축소되고 총장의 업무량은 과도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부총장을 여러명 두는 것은 보직 수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있으나 경영측면에서는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과 필요할 경우 교수가 아닌 일반 전문가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교수가 보직을 맡을 경우 전문성이 떨어 질수 도 있고 보통 2∼3년마다 보직이 바뀌어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며 보직을 그만두면 평교수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업무처리 과정에서 자기가 속한 학과나 대학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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