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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상속: 세습사회를 뛰어넘는 더 공정한 계획
사회적 상속: 세습사회를 뛰어넘는 더 공정한 계획
  • 장성환
  • 승인 2020.04.09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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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의 세대 간 이전과 영구적 순환 메커니즘 도입하라"

사회적 상속: 세습사회를 뛰어넘는 더 공정한 계획
김병권 지음 |이음 |228쪽 | 2020.3

한국사회의 ‘합법적 불평등’ 구조와 ‘기득권 카르텔’의 고리를 끊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최근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보편자산’을 제안하는 등,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불평등과 세습자본주의 문제에 맞서 세계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수준의 자산 이전과 재분배 정책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재산권 개념을 바꾸고 자산과 부의 순환구조를 다시 만드는 개혁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삶의 출발선을 맞추는 청년기초자산제, 노동시장의 격차를 묶는 최저-최고임금제를 중심으로 현 사회 전체 자산을 다음 세대에 정의롭게 이전시키는 사회적 상속 모델을 설계해 제안한다.

현재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장인 저자는 정책안의 이론적 배경과 사례를 심도 있게 논의할 뿐 아니라, 586세대의 판단 착오로 잘못 꿰어진 한국사회 불평등 담론의 한계를 차례차례 짚어 정책대안의 의의와 실효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피케티의 보편자산, 애커먼·앨스톳의 사회적 지분 급여, 독일 정부의 개인노동계좌, 영국 노동당의 시민자산펀드 등은 모두 불평등과 세습자본주의 문제에 맞서 고안된 정책대안들이다. 경제적 부는 물론, 정치·사회·문화적 자산 측면에서의 계급 간 격차가 세대를 넘어 점점 더 고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학자와 정치인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수준의 자산 이전과 재분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임명 논란 이후, 불평등과 세습자본주의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으나, ‘합법적 불평등’ 구조와 ‘기득권 카르텔’을 해결할 대책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 등 학계와 언론의 불평등 담론에서도 ‘세대론’과 ‘시장 메커니즘’ 한계에 갇힌 소극적이고 국지적인 해법만 도출되었을 뿐이고, ‘공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현재의 기울어진 시스템 자체를 문제 삼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이 책은 “자산의 세대 간 이전 및 영구적 부의 순환 메커니즘 도입”이라는 근본적 조치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청년기초자산과 최저-최고임금 제도를 중심으로 재산권과 교육제도 전반을 개혁하는 한국형 정책대안을 설계한다. 이들 개혁안은 현 사회 전체의 자산을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다음 세대에 정의롭게 이전시킨다는 의의를 지녔다는 점에서 사회적 상속안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연령대를 지원하는 일시적 방편이 아니며, 불평등의 고착 구조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비효율과 둔화 및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소하는 경제정책이다.

이 책 『사회적 상속』은 정책안의 이론적 배경과 사례를 심도 있게 논의할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 바로 도입할 수 있는 모델을 설계·제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 김병권은 민간 싱크탱크인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서울혁신센터장, 서울시 협치자문관 등을 역임하며 정책 연구와 실행 영역을 두루 거쳤고 현재는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책 내용 중 일부는 정의당 총선 공약이 됐다.

이 책은 기득권 엘리트층인 ‘586세대’ 저자의 자기 반성으로부터 출발했다. 저자는 사회의 전 영역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동 세대의 상위 20퍼센트가 불평등과 세습 문제에서만큼은 판단 착오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스스로 쏟아낸 비판만큼 “정말로 금수저-흙수저 사회, 성 안과 성 밖의 사회를 무너뜨리고자 했다면 상식적으로는 대규모 자산의 이동, 기회의 이동, 권력의 이동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들의 삶 안에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라는 분기점을 지나며 극적으로 심화된 세습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체감하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인식론적, 경험적 배경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저자는 586세대에게 남아 있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면 “청년세대가 스스로 느끼는 현실을 표현하고, 소망하는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그 설계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권력과 자원을 주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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