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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자는 이 글을 의자에 앉아 썼을까?”
“그렇다면 저자는 이 글을 의자에 앉아 썼을까?”
  • 교수신문
  • 승인 2020.04.1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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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칼럼리스트 방성용의
읽고, 느끼고 그리고 쓰다

의자의 배신
저자 바이바 크레건리드 | 박한선 해제 | 고현석 역 | arte(아르테)

춘래불사춘이 요즘처럼 잘 어울리는 시절이 없다. 2020년 봄은 코로나19로 인해 벚꽃 한번 쳐다볼 여유도 느낄 수 없고 좋아하는 지인에게 같이 식사하자는 말도 걸기 힘든 시절이다.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보고 싶었던 드라마 정주행하거나 읽을 만한 책을 한 권 들고 내면의 자신을 살 찌워볼 만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생은 양면적이고 모든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그렇다. 여기 괜찮은 책이 하나 나왔고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추어적 서평을 가볍게 읽으시고 얼른 책을 구입해 맛독하셨으면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의 내용은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던 ‘의자’ 라는 물건에 대한 대서사시다. 건강, 운동, 자연, 환경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해 온 바이바 크레건리드 박사는 이 책에서 19세기 이전 문학작품에는 허리가 안 좋다는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는 점을 지적한다. 또 미국 성인의 절반은 해마다 요통을 겪고 성인의 약 80퍼센트는 살면서 한 번씩 요통을 앓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결국 이러한 척추질환, 정신 질환. 더 나아가 신종 전염병 등의 중심에는 편리함과 쾌적함의 상징, 의자가 있다고 명쾌하게 결론을 내어주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설명으로 영장류의 변화가 시작된 5억년 전부터 3억년까지의 1부, 3억년 전부터 1700년대까지의 2부, 1700년 전부터 1910년까지의 나쁜 노동습관 들이기 3부, 1910년부터 현재까지의 의자에 갇힌 삶, 마지막으로 손과 디지털 혁명 5부로 나눠 우리 몸과 그를 통해 함께 변화한 사회의 모습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면 1부를 시작으로 5부까지를 한번 주요 맥락을 찾으며 살펴보자. 1부를 보면 우리의 손은 뛰어난 촉각능력, 조작능력, 창조능력을 가졌고 20만 개가 넘는 피하 수용체를 가진 우리의 발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생인류는 그 발을 250밀리미터짜리 관에 가둔 채 모양과 기능을 변화시켜 약하고 쓸모없게 만들어 버렸다.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애지중지해온 우리의 발은 감각 언어를 상실해 버렸고 이는 외부 자극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두발걷기 덕분에 도구나 음식을 만들거나 물건을 옮기는 것이 더 쉬워졌고 자유로운 손과 강한 발을 이용해 대륙을 횡단하거나 다른 대륙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인류의 큰 발명품 중 하나인 신발기술이 나타났다. 신발은 우리가 움직이는 방식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혹독한 기후에서 더 멀리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줬다. 이처럼 우리 종이 처음 나타나고 일어서고 또 걷고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은 인류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부는 3만 년 전부터 기원후 1700년까지로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시대 전반을 다룬다. 인간이 수렵채집 생활을 벗어나 이제 걸어서 돌아다니기를 멈추자 인간의 몸은 변화하기 시작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치아의 숫자도 달라지고 턱의 모양도 변하게 됐고 식생활의 변화도 이뤄졌다. 부족민이 모여 정착지를 확장하고 경작지에서 모여 일을 하면서 먹거리 재배는 쉬워졌고 가축을 통해 생존과 성장의 기회를 얻었지만 이를 통한 질병과 대형 독감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처럼 도시의 개념이 생기면서 인간들은 많은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서 ‘운동’이란 말이 생기기 시작했다. 80세 이상의 분들에겐 운동이 필요 없었고 그 분들의 삶은 필요한만큼 움직일 기회를 많이 가졌다. 아이러니하지만 오늘날의 올림픽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노예와 소작농이 해줬기 때문에 운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다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들은 이제는 돈을 주고 운동을 하고 트레이닝을 받고 또 시간을 정해놓고 운동을 해야 하는 시대로 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3부인 1700년부터 1910년까지를 살펴보면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그 당시 소설에서 묘사되듯이 노동자들은 창백하고 마르고 파리하고 깡마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산업화가 일으킨 병은 피부병, 골격질환 그리고 가장 앉아 일하기를 요구하는 직업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의자’에 대해 사람들은 구석기시대의 발명품이라 생각하지만 이 발명품은 놀라울 정도로 역사가 짧다. 물론 수세기동안 인간은 의자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몸은 발전하는 도시와 반대로 나빠지고 있고 요통이라는 새로운 질병에 노출되게 됐다 할 수 있다.

4부는 1910년부터 현재까지를 조명한다. 인간은 편한 환경에 반비례로 다양한 질환과 당뇨병, 비만, 심장질환에 노출되게 됐다. 그래서일까? 사무직 노동자들 간에 '서서 일하는 책상'이 현재 꾸준히 유행이다. 무엇보다 온종일 자세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책상을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하고 일주일에 40~50시간을 한곳에 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지지 않는 것이 성공한 삶의 시대가 됐다.

마지막 5부를 살펴보면 우리의 손과 발가락은 네발걷기를 하는 동안 몸무게를 지탱하고 양팔로 매달려 이동하던 시절로부터 지금까지 진화해 왔고 우리의 손은 문자 메시지, 인스타그램, 트위터, 이메일 등을 통해 사회적 연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손이 다양한 작업을 위한 평균적 적응을 이뤘고 두발로 기나긴 길을 걸어왔다며 또 다른 미래를 손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하며 긴 이 글을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가장 먼저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인류의 진화와 문명은 결국 질병을 위한 꾸준한 달리기었던 것인가?  답은 아니다이다. 우리는 의학적 혁신을 통해 질병에서 자유스러워질 수 있었고 이전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임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자 정리해보자면 이 책을 보는 즉시 독자는 이것 하나만 실천해보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좋고 읽다가 쉬는 시간도 좋다. 당장 잠시라도 당신의 의자를 한쪽으로 밀어버리고 밖으로 나가 광합성을 즐기며 잠시나마 걷기를 즐기고 들어오기를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이 이 책을 읽어 본 보람은 충분하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2020년 봄날, 당신의 서서 읽는 체력증진형 일독을 추천해 본다.   

-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영국속담)

방성용 북칼럼니스트
방성용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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