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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사회 '설마'가 깨졌다
교수사회 '설마'가 깨졌다
  • 장성환
  • 승인 2020.04.0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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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대학교수, 학생 문제 풀게 하고 담배 피워
숭실대 교수는 유튜브 댓글로 학교 비하
예전 온라인 강의 재사용한 고려대 교수도
한 대학의 교수가 16년 전 온라인 강의를 재사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최근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물의까지 일으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부산의 한 대학교수가 온라인 강의 중 담배를 피운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대학에 따르면 지난달 말 A교수가 온라인 강의를 하던 도중 담배를 피웠다는 학생의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대학 측이 확인한 결과 A교수가 학내 연구실에서 실제로 담배를 피우며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교수는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문제 풀이를 시킨 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피웠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대학 내 온라인 게시판에는 항의가 잇따랐고, 해당 대학은 A교수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며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온라인 수업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교수는 "온라인 강의 도중 긴장이 돼 담배를 피웠다"며 "학생들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숭실대학교의 한 교수도 학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숭실대 등에 따르면 해당 대학 기계공학부 소속 B교수는 지난달 31일 '숭실대 vs ○○대 비교하기'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에 "내 수업에 ○○대 다니다 수능 다시 보고 숭실대 온 학생 있었는데 '미친 X' 다시 돌아가라고 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어 "이유를 들어보니 'in(인) 서울'이라고 했다"며 "여러분들, 'in 서울'이 밥 먹여 주지 않습니다. 대학 졸업할 때 느낄 거예요. in 서울이고 나발이고 기업에서 아예 안 뽑습니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숭실대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는 이 대학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B교수는 숭실대 학생뿐만 아니라 숭실대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공개적인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본교 얼굴에 먹칠을 했다"며 "취업이라는 단편적인 부분으로 학교의 가치를 판단해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코로나19로 어려운 학습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학생과 학교를 뒤통수쳤다"고 비판했다.

또 "B교수는 지난해 12월 말에도 담당 강의 단체 채팅방에서 '성적에 불만 있는 놈들은 직접 연락하고 찾아와', '그냥 웃어주니까 날 만만하게 생각하는 XX들이 보이네'라고 했다"며 "같은 숭실대 구성원이라 칭하고 싶지 않을 만큼 부끄럽고 치욕스럽다"고 했다.

숭실대 관계자는 "고발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라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합당한 조처가 취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B교수는 현재 문제가 된 댓글을 삭제한 상태다.

앞서 2일에는 고려대 교수가 온라인 강의에 16년 전 녹화한 영상을 재사용해 비판받았다. 

고려대 재학생·졸업생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와 해당 교수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과대학 C교수는 이번 학기 전공 수업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2004년 촬영했던 강의 영상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왔다.

교수가 올린 영상에는 모 인문학 강좌 사이트의 워터마크가 표시돼 있었고, 이는 관련 사이트에서 3만 9천 원의 수강료를 내면 볼 수 있는 영상으로 확인됐다.

고파스에 글을 쓴 한 수강생은 "단순히 예전에 녹화된 강의를 재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3주 차)까지 강의에서 다룬 내용은 강의계획서에 올라온 학습 목표와 현저히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또 "시중에서 판매되는 강좌가 전공 강의로 제공되는 게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교수는 "(해당 영상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교양 강의가 아니라 고려대 철학과 전공 수업 내용을 그대로 찍은 것"이라며 "처음 2∼3주 도입부로서 서툰 온라인 강의보다는 훨씬 전달력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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