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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생방송 학술토론회
학이사-생방송 학술토론회
  • 윤찬영 전주대
  • 승인 2003.11.07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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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찬 영 전주대·사회복지

가을은 학회의 계절이다. 몇 개 학회의 학술대회에 참가하다보니 가을이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주제발표를 하기도 하고 토론자나 사회자로 참여하기도 하고, 평회원으로 청중석에 앉아 토론을 지켜보기도 했다. 자연과학이나 예술분야는 모르겠지만,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술대회에서 식상함을 느낀 지 오래 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학술토론의 진행 방식에 대해 참으로 따분함을 느낀다. 학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천편일률이다.


사회자의 인사말씀과 주제발표자 및 토론자에 대한 소개로 토론회가 시작된다. 20여 분 내지 30여 분 정도의 발제, 5분 내지 10여 분 정도씩 토론이 이어진다. 이렇게 해서 거의 1시간이 소비된다. 졸립다. 단상에 앉은 사회자, 토론자, 발제자 모두 제각각 분산된 표정과 시선, 심지어 단상에서 조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각자의 모노로그는 계속된다. 게다가 시간도 늘어진다. 저마다 시간관계상 간단하게 말하겠다면서 왜 그리 말이 많은지….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1∼3명 정도의 청중들에게 발언권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발제자가 종합적으로 답변하고 역시 시간관계상 토론을 마무리하자며 박수를 친다. 가끔 항의자가 있으나 시간관계상 나중에 얘기하란다. 끝이다. 발표자, 토론자, 사회자 모두 시간관계상 할 말을 다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가끔씩은 알맹이 있는 토론이 식사 또는 뒷풀이 자리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조는 사람은 없다. 주거니 받거니 토론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식적인 학술대회장에서 학문적 희열을 맛보기는 어렵다. 리셉션에서 음식 맛이나 볼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학술대회방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서, 자료집만 구할 수 있다면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 자료집에 발제문과 토론문이 다 들어 있으니까 말이다. 교과서를 그대로 전달하는 강의가 그러하듯이, 준비된 글을 그대로 옮기는 토론회는 맥이 빠진다.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토론, 그것도 상당 부분은 덕담이거나 아니면 자기 얘기 늘어놓으면서 시간을 탓한다. 미진함과 공허함이 교차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한꺼번에 소진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학술 토론회를 TV 생방송 하듯이 해보면 어떨까. 이 경우 무엇보다도 사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자는 발제문과 토론문의 핵심을 숙지하고, 이를 토대로 토론 쟁점들을 추출해 방송대본처럼 토론대본을 짠다.

사회자가 토론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정리하여 청중들에게 소개하고 발제자와 토론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해서 상호 토론을 유도한다. 가끔씩 청중들에게도 토론에 끼어 들도록 한다. 1시간 짜리 생방송이라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결론을 향해 토론을 몰고 가는 사회자의 역량 또한 필요하다.

이렇게 하려면, 생방송을 진행하듯이 시간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따라서 발언자들도 무절제하게 마이크를 독점할 수 없다. 주어진 시간 내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토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학술대회에 참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별적인 효과가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현장감과 긴장감이 있겠는가.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지식의 향연을 기대해본다. 지면관계상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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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 2003-11-08 13:29:03
생방송까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기존 학회 운영 방식의 개선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