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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잠시 멈춤의 시간
【학문후속세대의 시선】잠시 멈춤의 시간
  • 교수신문
  • 승인 2020.04.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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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우리 삶 많은 풍경들이 바뀌었다. 도시가, 세계가, 그리고 지구가 잠시 멈춤의 휴식기를 갖고 있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결과에 정신을 쏟는 나머지 그 주변 풍경을 볼 수가 없다. 신발 끈이 풀려야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생긴다. 내가 달리고 있던 길이 얼마나 곧은지, 그 옆에 나무들이 얼마나 푸른지, 또 내 옆에 함께 뛰던 사람이 누구인지… 이렇게 멈추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가족과의 시간이 늘었다. 불필요했던 회식, 모임 등이 사라지면서 온전히 가족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누구나 어릴 적 한번쯤은 정전이 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빛이 사라진 공간에는 침묵이 함께 했는데 그 적적함이 어린 시절 나에겐 기분 좋은 기억이었다. 촛불 하나 켜놓고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지금이 바로 그 시간과 같아 보인다. 우리는 정전이 끝난 뒤처럼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겠지만, 가족과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을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세상과 조금의 거리두기를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거리두기의 범위를 좀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즘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들 중 하나가 ‘당연한 것’에 대한 거리두기다. 그중 하나가 내가 공부하는 분야이다. 그동안 너무 가까이 있었고 그 안에만 살아서 나 스스로 너무 자만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매일 봐야할 논문, 책, 정보와 거리를 두니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이렇게 생각할 여유를 얻고 보니 적당히 거리를 두고 여유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 자신의 별장에서 ‘생각 주간(Think Week)’를 갖는다고 한다. 그는 생각 주간 동안 직원들의 아이디어 보고서를 읽고 외부 사람의 접촉을 자제한 채 오롯이 생각만 한단다. 그는 ‘경쟁자의 생각’이 가장 두렵다고 말할 정도로 생각을 중요시 하고 있다. 또한 구글에는 ‘20% 타임제’가 있다. 직원들이 업무시간 중 20%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구글 뉴스, 애드 센스, 구글 어스, 구글 맵스 등이 여기서 나온 결과이다. 이렇게 속도가 중시되는 시대일수록 조금 천천히 깊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한 템포 쉴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마주했다. 온 사회가 멈춰있는 지금은 큰 용기를 필요치 않고 잠시 멈춤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속도에만 집중한 채 생각을 할 시간조차 용납하지 못했다. 빠른 성장이야 물론 좋지만 조금만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살펴본다면 더 좋은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07년 미국, 허름한 옷차림의 남성이 워싱턴 지하철역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43분 동안 클래식을 연주했는데 천여 명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갔고, 7명의 사람이 걸음을 멈춰 연주를 경청했다. 연주를 마친 그가 모자를 벗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는 무명의 음악가가 아닌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다. 실험을 기획한 워싱턴포스트는 지하철 일대가 마비될거라 염려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놀라운 순간을 그저 스쳐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모든 익숙한 것에서 거리를 두어보자. 그러면 늘 당연시 했던 것들도 놀라운 순간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경쟁사회에서 속도는 사실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생각할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우리 모두 세상이 잠시 멈춤을 외쳤을 때 세상과의 거리를 두고 탐색하고, 사유해보자. 그 결과만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두 번 다시없을 잠시 멈춤의 시간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나아가 인류에게 크나큰 변곡점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승영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
김승영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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