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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과 청년실업-3. 변화하는 대학교육
대학교육과 청년실업-3. 변화하는 대학교육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3.1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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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목표 뚜렷하게 … 유형별 인재양성에 주력

미국의 스탠포드대 공대는 ‘활용성’에 목표를, 캘리포니아 공대는 ‘창의성’에, 미시간 기술대학은 ‘현장 엔지니어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우리 대학들은 특성화된 교육목표가 없어, 교과과정도 ‘그 밥에 그 나물’인 실정이다. ‘국내 몇 위’, ‘세계 몇 위’를 달성하겠다는 식의 교육목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순위 매기기’식 대학발전전략이 여전히 일부 대학의 발전계획서에 그럴 듯한 지표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대학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교육목표를 제시하면서 인재양성을 시도하고 있는 경향이 눈에 띄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양한 인재 양성 추구

 

성균관대는 인재양성의 목표를 다양화, 구체화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실시된 ‘교육과정개정(안) 설명회’에서 이 대학이 제시하는 교육목표는 ‘전문적 지식을 응용할 수 있는 국제적 리더’로 학생들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연구조정위원회의 한신일 교수(교육대학원)는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응용력을 갖춘 사회 리더 육성을 교육목표”로 새 교육과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교육목표에 따라 성균관대는 2005년부터 교양기초교육을 △성균중점교양 △핵심균형교양 △계열별 교양 △일반교양으로 영역화하고, 기본적인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 사고의 기초, 디지털 정보, 유학사상과 가치관, 글로벌 문화를 집중 교육한다. 이를 위해 교양기초교육과정을 전담하는 학사조직으로 학부대학을 설립해 2학년 1학기까지 학생들을 학부대학에 소속시키고 이후 각 전공으로 분화시킬 계획이다.

 

성균관대는 모든 학생을 동일한 유형으로 길러내기 위한 교육과정이 아닌, 총체적인 이상형이 ‘세종형’이라면 학문적 역량을 갖춘 율곡형, 기술적 측면을 강화한 장영실형, 국제적 경영마인드를 갖춘 장보고형 등 다양한 유형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포항공대, 연구자지도자 교육 구분

기초과학과 공학분야의 고급인력 양성을 교육목표로 하는 포항공대도 99년 교양학부를 인문사회학부로 개편하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교양교육에 힘쓰고 있다. 포항공대는 국제화 교육과 함께 우리말 잘 하기, 우리글 잘 쓰기, 우리문화 잘 알기 등 이른바 ‘한국화’ 교육을 통해 국제화시대에 맞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뒀다.

홍기상 포항공대 교무처장(전자전기공학과)은 “이공계 전공역량과 더불어 ‘지도자 역량’을 강화하려고 한다”라며 “앞으로는 학부 교육을 강화해 지도자 육성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2005년 시행을 목표로 지도자 양성 교과과정 개편 중인 포항공대는 교수 학생간 멘토링(Mentoring)이 가능하도록 교수 1명당 학생 4명을 연결해 일주일에 1번 씩 진로지도와 생활상담까지 하는 과목을 개설해 학점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 전망 속에서 새로운 교육목표와 그에 따른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마련 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창의적 공학교육 프로그램

 

구체적인 교육과정 영역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현재 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창의적 공학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는 산업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재단이 지난해부터 실시해온 수요자 중심의 공학교육과정을 일컫는 것으로, 공학계열의 학생이 실제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졸업논문 대신 하나의 작품을 기획, 설계, 제작하는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광운대, 중앙대, 인하대, 울산대, 호남대 등 20개 대학이 교과과정과 교재를 개발하고 E-Learning 기반 구축, 창의적 종합설계 과제 제작, 창의적 공학교육 워크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창의적 공학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대학들은 창의설계와 정보기반형 실용공학을 위한 교과목, 교재, 교육방법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산학연관을 중시하는 교육프로그램은 현장성과 취업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구체적 교육현실에서 소기의 자질과 능력을 성숙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위기의식이 심각할수록 그에 대한 대응능력 또한 진지하게 이뤄질 수 있다. 대학교육에 대한 비판은 반성의 기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큰 맥락에서 보면 대학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내용을 담아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이러저러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하는 구체적인 교육목표가 서고, 이러한 교육목표를 구현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내용, 그리고 평가시스템을 갖출 때 대학교육의 정상화는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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