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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가] 전국조직 만드는 미국대학 시간강사들
[해외대학가] 전국조직 만드는 미국대학 시간강사들
  •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 승인 2001.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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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0 21:31:12

극빈의 임계점에서 오직 학문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보따리장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고급인력, 시간강사문제는 우리 학계의 또 다른 치부이다. 우리보다 여건이 낫다는 미국대학의 강사들은 어떨까? ‘크로니클’지 최근호는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려는 미국 시간강사와 교수들을 다루고 있다.

* * *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의 San Jose 시티컬리지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시간강사들을 조직화하기 위한 모임이 열렸다. 1백60명 이상의 각각 다른 전공의 학자들이 강사모임의 조직화, 연합건설, 단체교섭과 같은 문제에 매달려 3일간을 바쁜 일정 속에 보냈다. 그 모임은 COCAL(아카데미 ‘부가’노동력연합 the Coalition of Contingent Academic Labor)의 네 번째 회의였다. COCAL은 시간강사, 대학원생, 종신재직권 없는 전임교수들이 만든 모임을 말한다.

COCAL 회원 가운데는 이미 대학에 자리잡은 전임교수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한다는 개인적 이유와 더불어, 시간강사 문제를 교육 전체로 그 외연을 넓히려는 시각 덕분이다. 시간강사모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일리노이대학의 인문학 담당 캐리 넬슨 교수의 말은 경청할 만하다. “이 운동은 특정개인들에게 더 나은 직업조건을 제공하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고등교육 전체를 살리려는 것입니다.”

전임교수들의 참가와 지지는, 강사연합이 배타적인 권리주장을 일삼는 이익집단이 아니며 그들의 활동이 사회운동으로 커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맥매스터대의 영어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비키 스몰맨은 올해는 전적으로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비키 스몰맨은 캐나다 강사연합을 만들었으며 지금까지 개최된 COCAL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녀는 “지금까지는 이런 상황을 개탄하고 서로 의지하려고 모였지만 이번에는 진정한 의미에서 운동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도 모여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좀더 긍정적이기도 하구요.”

강사연합의 활동은 제도적이고 조직적인 연대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98년에 보스턴의 매사츄세츠대의 시간강사들은 임금인상, 즉 한 강좌당 최소한 4천달러 이상의 임금과 의료보험수급을 요구하며 협상을 벌인 끝에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당시 보스턴 지부의 회장을 맡았던 철학강사 개리 자벨과 그의 동료들은 개별 학교에 한정하지 않고 보스턴시의 모든 대학이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고등교육은 개별대학과 무관하게 시 전체를 지배하는 하나의 산업입니다. 우리가 대학들을 조직화해낸다면 시당국의 귀를 뚫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양심이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는 것이다. 자벨씨의 말처럼 “사람들은 도덕적인 압력 때문에 어떤 결정을 감행하지 않으며, 종신재직권을 가진 교수들은 권력에만 응대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들은 법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었고 이들의 노력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도록 요청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그 안에 따르면, 지역단과대학 시간강사들의 급료인상을 위해 6천2백만달러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고, 현실화된다면 전임교수들의 급료와 동등한 정도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더구나 지역대학 시간강사들의 근무환경과 보수에 대한 전국적인 연구가 곧이어 발표될 것이라 한다.

미국의 강사제도는 현황에 대한 적실한 진단과 현실가능한 해결방안 모색 끝에 변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몇 년간의 강사 생활 끝에 ‘업종변경’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미국의 강사들에게 그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적절하게 느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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