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6-05 21:21 (금)
[이동은 고려대 교수] 경제학자가 케냐 학교 화장실 연구한 이유는?
[이동은 고려대 교수] 경제학자가 케냐 학교 화장실 연구한 이유는?
  • 이진영
  • 승인 2020.02.28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도국 교육불평등 해결할 실마리
초등학교 화장실 보급
교사수준·급식유무 보다 출석률에 큰 영향
이동은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이동은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한눈에 보기에도 수강생의 절반이 외국학생이었다.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인 그들은 한국의 경제성장 비결을 가장 궁금해 했다. 뜨거운 눈빛과 질문 속에 교수자도 차츰 우리와 다른 그들 사회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 케냐의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고려대학교 국제학부·국제대학원 이동은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교육을 위한 학교 화장실 공급: 케냐 초등학교 자료를 이용한 실증분석(Toilets for education: Evidence from Kenya’s primary school-level data)”이란 논문을 『International Journal of Educational Development』에 발표했다. 케냐의 학교 단위 자료를 이용해 초등학교 출석률을 높이는데 학교의 어떤 속성이 중요한가를 실증 분석한 연구였다. 

이 논문은 세계적인 학술 출판사 엘스비어가 수여하는 ‘아틀라스 상(Elsevier Atlas Award)’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다. 과학저널 <셀(Cell)>,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 등 2200여 종의 저널과 전문서적을 출간하고 있는 엘스비어는 2015년 이 상을 제정해 1,800여 개 국제저널에 실린 연 40만 편의 논문 중 세계인의 삶에 현저하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는 논문을 매월 한 편씩 선정해왔다. 

 

경제학자가 케냐 학교 화장실에 관심 간 이유

거시경제학을 전공한 이동은 교수는 그전까지 국책연구기관에서 국제금융, 정부정책 효과분석 등을 주로 연구해오다 2015년 고려대 국제학부에 부임하면서 KOICA석사과정 학생들을 처음 만났다. 고대 국제대학원이 2007년부터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으로 탄자니아, 스리랑카, 네팔, 르완다, 케냐 등 47개 개발도상국 공무원 230명이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도 16개국에서 온 학생 20명이 공부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초고속 발전 비결을 가장 알고 싶어 했다. 개도국일수록 정치적 어려움으로 교육에 투자하지 못하고, 인적자원을 양성하지 못하니 장기적으로 발전이 더딘 악순환을 겪고 있었다. 저개발국은 초등교육부터 안 되고 있어 이 교수는 어떻게 하면 이 비율을 높일 수 있을까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 인도의 초등학교에 화장실이 있으면 학교 등록률이 올라간다는 논문을 찾았으나 학교 등록은 부모의 소득과 의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못 가는 것은 아이들의 판단일 수 있으니 화장실 유무와 출석률의 관계를 분석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케냐 데이터가 있어 논문을 쓸 수 있었다. 


 
불평등 극복을 위한 시작, 화장실

연구 결과 성별이 분리된 화장실은 학년, 성별에 관계없이 출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수준, 급식 유무, 운동장 유무 등 학교의 다른 어떤 속성보다도 여학생의 출석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학교 화장실은 위생·건강뿐만 아니라 안전과 프라이버시와도 연결되므로 성별이 분리된 학교 화장실 건설은 개발도상국의 교육 수준 향상과 함께 성차별을 줄이는 정책 목표가 될 것으로 이 교수는 결론지었다. 

이 논문은 두 가지 측면의 교육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단서를 제공했다.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의 교육격차와 저개발국가 안에서도 남녀학생 간의 교육격차를 줄이는데 초등학교 화장실 보급이 효과가 있을 것이란 힌트를 제공한 것이다. 

이는 UN이 정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17개 하위 목표 중 10번째에 해당하는 ‘불평등 감소(Reduce inequality)’에 부합하는 것이었고, 마침 이 주제에 맞는 논문에 수여할 예정이던 엘스비어 아틀라스 상을 수상하는 행운을 얻었다.

케냐의 지역별 남녀학생 1인당 학교 화장실 수를 농도로 표현한 그림. 연구 결과 성별이 분리된 화장실이 출석률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케냐의 지역별 남녀학생 1인당 학교 화장실 수를 농도로 표현한 그림. 연구 결과 성별이 분리된 화장실이 출석률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회에 유익한 연구와 교육 위해 노력

“제가 하는 연구가 다른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동은 교수가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에서 직접 사회 상황을 파악하거나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연구를 할 때와 달리 대학에 와서 학문적인 연구에 도전하게 되자 어디로 나아갈지 막막함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상이 큰 힘과 지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국제이슈에 관심 갖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이 공부가 세상을 이해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왜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특히 노력해왔다. 고려대 부임 이후 학생들의 만족도 조사를 토대로 수여되는 석탑강의상과 우수강의상을 매 학기 수상한 이유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었다. 

지금도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아동 노동이 학습 성과에 미치고 있는 영향과 해외직접투자(FDI)가 해당 국가의 교육수준을 높이는데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노력을 알 리 없는 이들의 더 나은 삶을 바라며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의 방에는 오늘도 트로피가 말없이 응원하고 있었다.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한 이동은 교수


<이 교수 약력>
고려대학교 경제학 학사·석사
인디애나대학교(블루밍톤) 경제학 박사
現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現 KIEP 거시모형 환율 전문위원
前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팀장/연구위원
現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