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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말하는 ‘좋은 강의’를 찾아서
학생들이 말하는 ‘좋은 강의’를 찾아서
  • 김범진
  • 승인 2020.02.13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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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강의 발굴하는 인하대 ‘좋은강의에세이’
소개된 강의비결 엿보니
인하대 학생들이 정연재 교수(프런티어학부대학)의 ‘크로스오버1: 인간의 탐색’ 수업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이 과목은 ‘인하좋은강의에세이’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사진=정연재 교수 제공
인하대 학생들이 정연재 교수(프런티어학부대학)의 ‘크로스오버1: 인간의 탐색’ 수업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이 과목은 ‘인하좋은강의에세이’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사진=정연재 교수 제공

“이런 양질의 수업을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나 혼자 수강하기 너무 아깝다.” 인하대에 재학 중인 박현아 학생은 지난해 2학기 강재택 교수(금융투자학과)의 수업을 듣고 이렇게 후기를 적었다.

어떤 강의가 좋은 강의인지에 관해서는 여러 기준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면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가 아닐까. 학생들이 직접 강의를 듣고 쓴 추천사의 의미가 언제나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인하대는 11일 “최근 ‘인하좋은강의에세이’ 공모전을 열어 우수작을 발표한 학생과 좋은 강의를 맡은 교수를 뽑아 시상했다”고 밝혔다. 교내 재학생들에게 지난 학기 수강했던 과목 중 알리고 싶다고 생각한 강의를 에세이로 소개하도록 한 것이다. 모두 36편이 출품된 이번 공모전에서는 최종 10여 편이 선발됐다.

이 중 최우수상에 뽑힌 것은 강재택 금융투자학과 교수가 맡은 ‘금융기관론’을 주제로 한 금융투자학과 3학년 박현아 학생의 발표였다. 학생은 어떤 점에서 다른 강의와의 차이를 느꼈던 것일까. 후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다른 교수님이었다면 아마 ‘이 공식은 이런 것’이라고 설명해 주시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강재택 교수님은 이 공식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부터 단계별로 설명해 주셨고,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제를 만들어 같이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 밖에도 강의의 장점으로 특별한 강의 자료, 끊임없는 소통, 공정한 평가 등을 언급하며 “교수의 모습에 감동받았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단계별 학습으로 어려운 내용도 완벽 이해, 교수 열정에 감동”

박현아 학생은 강 교수의 교수법에 대해 “늘 기초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계속 내용을 덧붙여가면서 심화내용까지 학습한 다음에, 관련된 기사를 통해 배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고 적용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교수님께서는 늘 진도를 많이 나가는 것보다 하나를 배워도 제대로 배우고 이해하고, 스스로 경제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모두 이해할 때까지 3번이고 4번이고 똑같은 부분을 계속 설명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박현아 학생은 또한 “더 나아가 앞으로 중앙은행이 목표이자율을 어떻게 설정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같이 예측해보는 시간도 가졌다”면서 “놀라웠던 것은 우리가 예측한대로 한국은행이 목표이자율을 설정했다는 부분이었다”고 언급한 뒤 이를 통해 자신감,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현아 학생은 마지막으로 “처음에는 내용이 어려워 포기하려고 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교수님의 열정에 하나 둘씩 다시 펜을 잡기 시작했다”고 전한 뒤 “단 한명의 포기학생 없이 끝까지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강재택 교수는 이에 대해 “학생들이 현실경제와 금융 상황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진전과정을 스스로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연습을 시키려고 노력했다”면서, “학생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논리력을 길러주면 이 학생들은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남겼다.

“학점 외의 동기부여가 되는 강의”

건축학과 5학년 이명헌 학생은 홍승완 건축학과 교수의 ‘디지털미디어2’를 소개한 ‘디지털미디어, 자신을 디자인하다’로 이공·의학계 부문 우수상을, 언론정보학과 4학년 김민선 학생은 이인순 연극영화과 교수의 강의 ‘연극감상과 비평’을 주제로 ‘전화주기 바랍니다’를 써 이공·의학계 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먼저 이명헌 학생은 해당 강의의 수강을 신청한 이유로 “건축학도에게 요구되는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여러 도구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장차 건축가로 성장하는데 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점에 있어서는 김민선 학생도 다르지 않았다. 일전에 이인순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그 방대함과 심오함에 감명받았던 것이 이번 수강 신청의 계기로 작용했다고 밝힌 그는 “지난 8번의 학기를 통틀어 이번 수업이 가장 충격이었고, 가장 심도 있는 인문학 수업이었다”고 추천사를 전했다.

“수업 외적인 조언들 가장 만족스러웠어”

장려상은 이공·의학계, 이공·의학계 외 부문에서 각각 5편씩을 뽑아 시상했다. 그중 황성원 화학공학과 교수의 ‘공장설계’를 수강한 남수현 학생은 “다른 걸 제쳐두고, 이 수업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교수님이 수업시간마다 보여주시는 동영상과 수업과 관련이 없는 조언들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교수들은 진도를 나가기 급급한 경우가 많았는데 황 교수만큼은 특이하게도 강의에 여유가 있었다는 것.

이 학생은 이어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들 가운데에서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조언이 있다면 받아들였다. 실제로 저번 학기에 고민이 많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졸업한 선배들을 초청한 것도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 덕분에 각 기업의 실무에 대해 듣고 입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하대 교수학습개발센터는 학기마다 이러한 내용들을 담은 에세이 모음집을 발간해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좋은 강의를 발굴해 노하우를 나누고 학생에게 강의정보를 전해 수업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의의가 있다고 인하대 측은 설명했다.

조명우 인하대 총장은 “시대 흐름에 따라 학생들이 원하고 사회에 필요한 강의가 달라지기 때문에 강의 방법, 내용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공모전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구태의연하지 않은 강의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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