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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동향: 한림대 한림과학원
학계동향: 한림대 한림과학원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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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원로 초빙, 재도약 선언

얼마 전 한림대 부설 연구기관인 한림과학원(원장 유재천 교수, 이하 과학원)은 특임교수 5명을 초빙했다.  서울대에서 퇴임한 정진홍 교수(종교학), 한영우 교수(국사학), 김용구 교수(외교학)와 이화여대를 퇴임한 진덕규 교수(정치학), 전 국방부 차권을 지낸 박용옥 박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퇴임 이후에 보직을 맞지 않겠다"는 정진홍 교수를 모셔오기를 위해서는 삼고초려를 해야했다. 이번에 '모셔온' 교수들은 한국종교, 한국정치, 한국 국방정책 등을 연구한 '한국학' 연구자들이다. 

국내외 최고 원로 교수와 대학의 유능한 교수진들이 파격적인 재정지원 아래 전문적인 연구에 전념하는 종합학술연구 기관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난 1990년에 발족한 과학원이 특임교수 초빙을 시작으로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원로들의 지혜, 저술 막강

그동안 한림과학원은 현승종 前한림대총장 외에 정범모 前한림대·충북대총장, 한달선 한림대총장, 조완규 前서울대총장, 고병익 前서울대총장, 고범서 前숭전대총장, 이만갑 서울대명예교수, 노명식 前한림대교수, 이기백 前한림대교수, 최영희 前국사편찬위원장, 양호민 前서울대 교수, 지명관 前일본동경여대교수, 김진만 前고려대 교수, 조규창 前고려대 교수, 김우택 한림대 교수 등 시대를 풍미한 학자군을 포섭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총장 출신의 학자들이 유난히 많아 '총장학교'라는 별칭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특히 이기백 교수, 노명식 교수 등이 포진함으로써 사학과 만들어져, 그 역사적인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의 저력은 저서출판에서도 드러난다. 1991년부터 출판하기 시작한 한림과학원총서는 지난 7월에 나온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기점으로 1백권의 학술총서를 제작했는가 하면, 산하 연구소인 일본학 연구소에서는 '일본학총서' 70여권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이와나미 총서 등 학술문고본 가운데 역작을 가려 뽑아 번역한 것으로 국내 일본학 연구를 대표하는 저작들이다.

그러나 설립 시기에 모셔온 석좌교수들이 최근 고령으로 인해 한 분 두 분, 연구소를 떠났다. 더불어 한림과학원이 학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이전에 비해서는 많이 축소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13년만에 다시 특임교수를 모셔온 것이다. 학계에서는 원로이지만, 이 곳에서는 청년이기에 일종의 '젊은 피 수혈'이기도 했다.

국학연구, 사회과학 영역으로 확장

더불어 과학원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초 한국학 연구소를 개설하고, 오는 2006년에는 한국학 대학원을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을 비롯해 주요대학의 한국학연구진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과학원이 가지고 있는 히든카드는 국학연구가 아닌 '한국사회과학연구'. 특임교수를 모셔온 것도 이런 계획과 연결돼 있다. 현재 대학 부설 연구소로 돼 있는 태동고전연구소와 민족통합연구소도 한림과학원 산하로 옮겨오기로 했다. 2008년까지 강원 춘천시에 별도의 한림과학원 캠퍼스를 마련해 이전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또 캠퍼스가 춘천에 있다는 입지를 살려 율곡사상 연구, 강원지역 고고학 등 지역학을 한국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내년에 또 한번 특임 교수를 초빙해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유재천 원장은 "특임·석좌 교수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연구환경을 보장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연구실을 제공 등 최대한의 배려를 하되, 연구성과를 강압적으로 요구하지도 않겠다는 것. '한국학'이라는 키워드로 학자들끼리 교류를 하며 학문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서포팅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원로교수들이 학문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들의 바램대로 원로교수들의 학문적공동체가 형성되기를, 그리고 이것이 학문 저변을 확대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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