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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출판동향 : 『세계민담전집』 1차분 출간
국내출판동향 : 『세계민담전집』 1차분 출간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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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서 골라 뽑은 대표 민담 한 눈에

 

황금가지 출판사가 총 30권의 대형기획을 선보였다. 1차분 10권을 낸 세계민담전집이다. 곧 완간될 2차분 20권도 곧 나올 예정이다. 황금가지는 국가와 인종간의 몰이해로 인한 갈등, 한 민족 내에서 민담이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 동안 각국의 민담을 소개한 사례가 없진 않지만, 대부분 중역이나 아동용 축약본으로 사방에 흩어져서 믿고 읽을 만한 정본이 없었기에 이 시리즈는 더욱 의미가 있다.

이번 전집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국가별로 나누지 않고 이야기의 파생 경로를 존중해 민족의 분포와 문화권을 중심으로 구분한 것이다. 가령 '남아프리카' 편을 보면 현재의 짐바브웨, 모잠비크, 남아공, 보츠와니를 한 데 묶어 반투 문화를 대표하는 줄루족 민담으로 소개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외국어대를 중심으로 각 민족어 전공자가 직접 원어로 된 텍스트를 읽은 후 대표적인 이야기를 뽑아서 번역했다는 데 있다. 특히 영미권에 소개된 세계 민담들이 순화되고 윤색됨으로써 해당 민족 고유의 사유를 손상시켰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 마지막으로 낯선 지방, 처음 소개되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 심하게 왜곡됐던 이야기들도 원래대로 복원했다는 점도 장점이다.

1차분은 한국, 러시아, 몽골, 남아프리카, 스페인, 태국·미얀마, 터키,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유고로 구성돼 있다. 민담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존재하는데, 문자를 갖지 못한 피지배 민중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를테면 무지랭이 촌놈이 공주와 성혼한다는 류의 신분상승이나 환상적인 방법을 통한 소원풀이 류가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어리숙한 자의 이야기, 배신자의 말로 등 교훈적인 인간사도 공통점이다. 이런 문명 상호간 민담 소재나 주제의 겹침은 인류라는 문화적 분류가 왜 가능한 말인지를 납득시켜주는 면이 있다. 물론 나라에 따라 다른 풍습은 두말할 나위 없는 흥밋거리로 다가오며, 특히 서사구조의 복잡성과 단순성이 지역마다 조금씩 다름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문화권의 형성경로를 살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예컨대 프랑스 편에서는 골족의 민간신앙이 기독교 문화에 토벌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태국편에서는 주술적 신앙에 힌두교와 불교가 섞여들어 독특한 모습을 만들어가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리문화적 특성을 느낄 수 있다.

어차피 문화의 번역은 많은 변형을 가져온다. 이 책의 편집자들은 '원형 그대로'를 강조하지만, 이 시리즈도 대표적 민담을 학자 개개인이 선별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식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고 그 기준도 다양하다. 따라서 이 시리즈를 일종의 다이제스트로 간주해도 무방할 듯하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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