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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새 책_돈의 정석
화제의 새 책_돈의 정석
  • 교수신문
  • 승인 2020.01.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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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화폐일까?
돈의 정석 | 저자 찰스 윌런 | 부키 | 페이지 552

미크로네시아연방국의 야프 섬 주민들은 거대한 석회암 원반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만든 ‘라이’라는 화폐를 사용했다. 라이는 400킬로미터 떨어진 팔라우 섬에서 캐서 다듬어 카누나 뗏목으로 실어왔는데, 100년도 더 전에 라이 하나가 운반 도중 폭풍우를 만나 바다에 가라앉고 말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바닷속 라이는 야프 섬에서 계속 화폐로 통용됐다. 이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에 화폐의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이 담겨 있는데, 바로 ‘비트코인은 화폐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기 때문이다.
돈은 기억이다. 즉 돈이란 누군가의 생산 행위와 소비 행위를 기억하고 그 정보를 주고받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라이가 바닷속에 가라앉았을 때 그것은 이미 크기와 가치, 소유권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해당 정보가 있고 거래 당사자들이 거기에 모두 합의한다면 그것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어디엔가(어느 곳이든) 보관된 채 가치를 지닌 것들을 교환하는 동안 대변과 차변을 추적 가능하게 해 주기만 하면 되므로 은행 장부나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정보지 돌이나 장부가 아니다. 이처럼 화폐가 일종의 결산 내지 ‘기억’의 수단이라면,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전자화폐 비트코인은 돌로 만든 라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기록 보존 수단이며, 게다가 모두 ‘채굴’되어야 한다는 우연까지 겹친다. 라이는 채석장, 비트코인은 복잡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채굴된다는 것만 다르다.
탁월하고 기발한 베스트셀러 ‘벌거벗은 통계학’으로 유명한 찰스 윌런이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이번에는 기이하고 놀랍고, 다채로운 돈과 금융의 세계다. 경제학계의 “천부적 코미디언”(뉴욕타임스), “당신이 결코 만나 보지 못한 최고의 수학 선생님”(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황금을 삶으로 바꾸는 반마이다스의 손길을 가진 남자”(버턴 맬키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라는 찬사에 걸맞게 유쾌한 통찰력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경이로운 발명품, 돈의 마법과 미스터리를 속 시원히 벌거벗겨 준다.
오늘날 돈은 우리 대부분에게 중요도와 영향력 면에서 어쩌면 공기보다 더 큰 위력을 가진 듯 느껴질지 모른다. 반드시 필요할뿐더러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삶에 지장과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돈의 작동 원리나 파급 효과 등 그 실체를 분명하게 알기란 무척 어려운데, 특히 금융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신용대출, 금융 상품, 인플레이션, 물가, 환율, 금리 등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요소들이지만 이것들이 통화 정책이나 경기 거품 또는 침체와 서로 얽히고설켜 돌아가면 전문가들이나 이해 가능한 딴 세상 이야기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저자 역시 “이 책은 쓰기 힘들었다”라고 고백할 정도다. “돈의 본질은 설명하기 까다롭다.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기가 만만찮다.” 어떻게 하면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물건이 부리는 기묘한 마법을 명쾌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교양을 갖추고,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와 전 세계가 돈(화폐, 통화)을 ‘올바로’ 운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달성하려는 핵심 목표다. 그리고 찰스 윌런은 어째야 “수업이 재미나고 또 효과도 좋은지”(퍼블리셔스위클리) 익히 아는 박식하고 재치 넘치는 스승이다. 저자는 친절하고 직관적인 설명, 참신하고 흥미진진한 사례로 우리에게 통찰과 지식,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따지고 보면 돈이란 작은 둥근 금속과 종이 문서, 심지어 전산상의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것이 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일까? 어깨서 이것은 유통되는 과정에서 원래보다 두 배, 열 배로 불어나기까지 하는 걸까? 나아가 어떻게 이것이 우리를 울고 웃게 하고, 세상을 흥하거나 위태롭게 만들기도 하는 걸까?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우리 모두가 얻고자 안달하는 이것, 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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