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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 237 - 하늘 다람쥐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 237 - 하늘 다람쥐
  • 교수신문
  • 승인 2020.01.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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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기고
나라경제발전, 외화벌이에도 큰 몫을 했던 민첩한 친구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분명히 다람쥐(squirrel)인데도 놈들이 신기하게 하늘을 씽씽 날아(flying)다니니 ‘하늘다람쥐’라거나 ‘날다람쥐’라 부른다. 그러나 하늘다람쥐(Siberian flying squirrel)는 북유라시아(북유럽-한국-시베리아-만주 등)에 널리 분포하지만 날다람쥐(Japanese giant flying squirrel)는 일본에만 나는 서로 다른 종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하늘다람쥐(학명 : Pteromys volans)는 다람쥣과의 포유동물로 북반부분포에서 남방한계종이라 생태학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 부언하면 하늘다람쥐는 우리나라 백두산에서는 흔히 관찰되지만 남방분포한계선인 설악산 등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희귀종이라 천연기념물 제328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날다람쥐(학명: Petaurista leucogenys)는‘일본 자이언트날다람쥐’라 불리고, 역시 다람쥣과에 속하는 설치류이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혼슈(本州), 규슈(九州)에서만 서식하는 일본 토착종(固有種)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는 하늘다람쥐는 살아도 날다람쥐는 서식하지 않는다.
또한 하늘다람쥐(대륙 다람쥐)나 날다람쥐의 특징이라면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를 잇는 비막(飛膜, glide membrane)이 있다는 점이다. 낢에 관여하는 비막은 넓고 두꺼운 살갗으로 된 막으로 앞다리의 팔목(wrist)에서 뒷다리의 발목(ankle)까지 걸쳐 난 막으로 날개 막(翼膜, patagium)이라고도 한다. 
높은 나무에 기어 올라가 몸을 휙 날리면서 네다리를 쭉 뻗어 낙하산 펴듯이 비막을 활짝 펼친다. 단번에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滑空(gliding)하는데, 방향이나 고도를 바꾸면서 정확하게 목적지에 닫는다. 보통 기류에 따라 20m에서 100m 넘는 거리를 글라이더(glider)처럼 난다.
그런데 하늘다람쥐는 새처럼 두 날개를 흔들어 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비막을 펼쳐 공기를 타고 날 뿐이다. 포유동물 중에서 날개로 공중을 날 수 있는 동물은 오직 익수류(翼手類)인 박쥐뿐이다. 
하늘다람쥐의 암컷 몸무게는 150g남짓이고, 수컷은 그보다 조금 작으며, 평균 몸길이는 13~20cm, 꼬리는 납작한 것이 9~14cm이다. 온 몸은 대단히 부드러운 회색 털로 덮였고, 목과 앞다리 사이에 검은 줄무늬가 있다. 
또한 머리는 둥글고, 귀는 작으며, 새까만 눈망울은 체구에 비해 큰 편이고, 비막은 날다람쥐보다 작다. 음경 속에 든 음경골(陰莖骨, penis bone)은 가늘고 긴 것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여기서 음경골이란 개나 고양이, 소 따위의 포유류음경에 들어있는 막대모양의 뼈를 말하고, 영장류 중에서 사람만 없다.
하늘다람쥐는 주로 활엽수와 침엽수의 혼성림에서 단독생활을 하거나 2마리씩 모여 산다. 쓰다버린 딱따구리집이나 구새통(저절로 생긴 나무구멍)을 보금자리로 이용하고, 둥지의 바닥에는 부드러운 이끼(moss)나 지의류(lichen)를 수북이 깐다. 
이른 봄에 짝짓기하고, 5주의 임신기간을 거친 뒤에 2~3마리의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운다. 다람쥐처럼 冬眠(겨울나기)을 하지 않지만 겨울이 아주 추우면 며칠을 연달아 긴 잠을 자는 수도 있다. 그리고 하늘다람쥐는 야행성으로 밤에 나대고, 숲속에서 조용히 숨어살기 때문에 현장에서 관찰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풀잎, 씨앗, 어린 싹, 견과류, 딸기들을 주로 먹지만 종종 둥지 안의 다른 새알이나 새끼를 잡아먹기도 한다. 이른 봄에 동물꼬리처럼 가지 아래로 늘어뜨린 오리나무나 자작나무의 수꽃꽃송이(catkins)는 하늘다람쥐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하는 먹이다. 그리고 담비, 올빼미, 고양이 따위가 하늘다람쥐를 잡아먹는 포식자(천적)이다. 하늘다람쥐의 평균수명은 약 12년이다.
하늘다람쥐들은 성질이 온순하고, 친숙해지기 쉬워서 기르기도 쉬운 탓에 애완동물로 판매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하늘다람쥐는 보호종이라 사고파는 것은 위법이고, 시중에 판매되는 것은 정식으로 수입한 ‘미국하늘다람쥐(학명 : Glaucomys volans)’라 한다. 미국하늘다람쥐는 체장이 21~26cm, 꼬리 8~12cm로 우리 하늘다람쥐와 아주 흡사하지만 보다 등치가 좀 더 크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한 때 다람쥐(학명 : Tamias sibiricus)를 잡아 외국에 내다 팔아서 외화벌이를 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나라경제발전에 다람쥐도 큰 몫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함을 비꼰 말이며, 그런가하면 매우 민첩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날다람쥐’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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