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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 Influencer 그리고 Influencee
[학문후속세대] Influencer 그리고 Influencee
  • 교수신문
  • 승인 2020.01.20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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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시절에 교수님께서 "너는 꿈이 뭐냐?"라고 질문하셨을 때 필자는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을 했었다. 요즘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 중에 'Influencer'라는 것이 있다. 주로 'SNS 유명인'을 의미하는 말이 된 이 단어는 사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Influencee'는 한영사전에는 없지만 'A person or thing being influenced by another'라는 의미를 가진 '타인(혹은 다른 것)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또는 사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Influencee'에 해당하는 삶을 더 많이 살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석사학위를 받은 후 더는 학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짧다면 짧은 학위기간 동안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던 주위의 모든 사람은 나의 기준에서는 모두 정상범위를 벗어나는 사람들뿐이었고 나에게 ‘박사학위’란 그 사람들처럼 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라 여겨졌었다. 석사학위를 가지고 회사에 취업하고 나서 그 결심은 더욱더 확고해졌는데, 기업 연구소에 다닐 당시 데이터 조작을 목격하고 상부에 고발했다가 결국에 나만 사표를 썼다(실제로 조작을 많이도 했다, 팀장이었던 그 박사). 그 사실을 묵인했던 건 결국 위에 계신 분들이었고 내가 만나온 그 많은 김 박사, 이 박사, 박 박사 중에 나는 '닮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그 사람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일 역시 내가 'Influencee'로써 겪었던 일이다. 새로운 연구소에 자리를 잡고 한 박사님과 3년 남짓 매일을 함께 보내면서 '내가 저런 어른이 된다면, 저렇게 연구를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저런 박사가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influencee에서 influencer로 넘어가고자 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분과 함께한 시간 동안 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인간적으로 그리고 지식적으로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는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한때,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주어진 일만 처리하고 모든 것에 안주하고 있던 나에게 박사님께서 해주신, 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이야기가 있다. "내가 나이 마흔쯤에 우리 연구소 소장님께서 밖에 나가서 더 많이 배우고 오라고 하시더라. 근데 그때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나는 애도 있고 나이도 많은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10년도 지난 지금에 생각해보니 그때의 나는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였더라. 그런 내가 보기에 지금 너도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 그 말씀을 들었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 이후로 나는 박사학위도 시작하고 다시금 연구에 대한 열정에 새로 불을 지피고 그밖에도 새로운 많은 것들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많은 것에 도전할 것이다. 그분과 같은 선한 영향력을 가지는 Influencer가 되기 위해, 훗날에 누군가가 나를 보고 지금의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최민지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과정
현재 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으로 삼성의료원 산부인과 연구실에서 임신중독증 치료와 정상적인 태반형성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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