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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응원해준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
나를 응원해준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
  • 교수신문
  • 승인 2020.01.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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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교수는 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우울증과 암의 발병기전에서의 오토파지의 역할을 연구 중이다.
이성주 교수는 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우울증과 암의 발병기전에서의 오토파지의 역할을 연구 중이다.

어린 시절 하늘에 자동차가 날아다니던 미래는 막연히 서기 2020년 즈음이라 생각했다. 어느덧 그림 속의 배경이었던 2020년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에 놀라며 올해의 계획을 세우고 있던 새해 첫 날, 연구재단으로부터 이 글의 기고를 요청하는 연락을 받았다. 

무슨 내용으로 써야하나 생각하면서 어느새 만 나이로도 40이 넘게 된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도 공부를 잘한 덕에 인생을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고, 인생의 꿈이었던 교수가 된 지 2년째이다. 이런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박사후연수연구원 5년 차부터 조교수로 임용이 되기까지였다. 내가 원하는 곳에 임용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다른 많은 연구자에게도 이때가 가장 힘든 기간일 것이다.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박사후연수연구원으로서 연구를 5년 쯤 했을 때, 함께 공부하던 남편이 먼저 한국에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때 나는 괜찮은 저널에 논문 한 편을 revision 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겐 미국에서 연구를 하면서 낳은 아이가 하나 있었다. 아직 한국에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 교수직에 지원을 해야 할지, 미국에 남아 연구를 더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이 나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최선일지 고민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던 선배 언니에게서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에 지원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은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 양성사업의 한 가지로서, 연구 역량이 우수한 박사후연구원이 선도연구자, 대학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연구과제이다. 5년 동안 박사후연구원에게 본인의 인건비를 포함한 연구비를 지원해주고, 대학교나 연구소에 임용되더라도 유지할 수 있는 연구과제이다. 그래서, 고용이 불안정할 수 있는 박사후연구원이 안정적으로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며, 신임교원이 되어서도 신속하게 연구실을 셋팅하고 지속적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박사후연구원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잡아야 했던 나에게 딱 필요한 펠로우쉽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과연 내가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열심히 연구계획서를 쓰고 발표 준비를 한 덕분이었는지, 그해 생명과학 분야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 수혜자로서 선정되었다.

덕분에 한국에 들어와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고 임용 준비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가족들끼리 떨어져 살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최종 임용되기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임용이 되어서는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을 수행하면서 확보한 연구 재료와 결과들 덕분에 빠르게 연구실을 꾸리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정말 내게는 보물과도 같은 연구과제였다.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 수여식 때 만나 친해지게 된 다른 선정자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몇 년 전부터는 더 이상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을 신규 선정하지 않고 있다. 정말 아쉬운 점이다. 연구재단에서는 생애주기별로 연구자들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이렇게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에 상응하는 연구과제를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0년으로서 나의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은 끝이 난다. 정말로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이 없었다면, 나는 교수의 꿈을 접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 Post-Doc. 펠로우쉽을 받은 덕분에 지금 안정적으로 연구실을 구축하고 신임교수로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좋은 기회를 주었던 연구 재단에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연구자의 꿈을 지원해주는 든든한 기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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