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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 자연의 숨겨진 절반을 연구하며
[학문후속세대] 자연의 숨겨진 절반을 연구하며
  • 교수신문
  • 승인 2020.01.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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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업과학분야의 국제적 협력 및 이해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학술 조직 중 하나인 IUFRO(International Union of Forest Research Organization, 국제임업연구기관연맹)가 지난 10월 브라질 쿠리치바(Curitiba)에서 개최되었다. IUFRO는 산림과학 협력을 위한 세계적 네트워크로 126개국 이상에서 약 700개의 기관, 15,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과학기술 논의와 지식 공유를 위하여 연도별로 약 70개 이상의 지역회의가 열리고, 5년마다 세계회의(World Congress)를 개최한다. 제25차 세계회의인 이번 IUFRO2019는 중남미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세계회의로, 전세계에서 약 3,0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참가하여 다양한 산림 분야의 기술적인 발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임업 및 산림과학 연구의 미래에 대해 의논하며 최신 정보를 습득하는 기회의 장이 되었다.

이번 세계회의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산림 연구와 협력이었으며, 세부 주제로 1) 인간을 위한 산림, 2) 산림과 기후변화, 3) 녹색 미래를 위한 산림과 임산물, 4) 생물다양성,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 침입, 5) 산림과 토양, 물의 상호작용이 있었다. 필자는 ‘산림과 기후변화’ 세부 주제의 ‘다양한 환경에서의 산림 수목의 임분 생장 프로세스­개념, 방법 그리고 근거’라는 세션에서 ‘온대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에서 순일차생산량(NPP, Net Primary Production)에 대한 세근(fine root)의 기여’라는 주제로 구두발표를 하였다.

필자의 주요 연구 대상인 수목의 세근은 일반적으로 직경 2mm이하의 가는 뿌리를 의미한다. 세근은 토양으로부터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생장하고 죽고 분해되는 사이클이 빨라 산림생태계 탄소 순환에 기여하는 역할이 크다. 또한 세근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변화하는 생태계를 예측하고 평가하기 위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수목 세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토양 속에 살고 있어서 방법론적인 연구의 한계점이 있고 내외부적 요인들로 인한 변이가 크기 때문에 세근이 토양 및 산림생태계 탄소순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특히 국내에서는 수목 세근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도 극히 드문 상황이다. 하지만 뿌리, 토양, 미생물 등 자연의 절반(The Hidden Half of Nature)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부 생태계의 메커니즘 연구에도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IUFRO2019 참석 준비가 한창이던 8월의 막바지 어느 날,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국내연수사업 선정 결과가 발표되었고 필자의 연구 또한 다행히도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다. 한국연구재단의 다른 지원 사업 또한 연구자들이 연구를 지속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재원이 되지만 특히 이제 막 박사학위과정을 마치고 신진연구자(early career researcher) 대열에 합류한 연구자들에게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국내·외연수사업은 그 중요성과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박사후국내연수사업으로 선정된 연구주제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하부 산림 생태계 탄소순환 구명’을 통해 산림의 구성 형태 및 수종에 따른 지하부 세근의 기능적 특성에 대해 밝히고 이 특성들이 산림생태계 탄소순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연구할 예정이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나가는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제26차 IUFRO World Congress는 5년 후인 2024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국내연수사업에서 얻은 연구 성과물을 통해 5년 후에는 좀 더 안정적인 위치에서 다시 한 번 IUFRO World Congress에 참석하여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안지영 충남대 농업과학연구소·산림환경자원학과 연구교수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산림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림생태계 지하부 탄소 순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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