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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박차고 '학자'로서 '현장'에 뛰어 들다
'자리'박차고 '학자'로서 '현장'에 뛰어 들다
  • 김봉억기자
  • 승인 2003.09.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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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극복할 수 있는 혜안 가졌으면"

교육부 장관, 대학총장 등을 지낸 '고위급 인사'들이 중등교육 현장으로 뛰어 들고 있다.

전직 교육부 장관이 일선 학교 교장으로 부임해 화제를 모았던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업무에 들어 갔다. 이에 앞서 지난 1999년부터 3년간 전주대 총장을 지냈던 박성수 서울 명지고 교장도 지난해 8월 "자리에 높고 낮음이 없다"며 중등교육 책임자로 취임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00년부터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였던 홍윤식 명예교수도 서울국악예술고 교장으로 재직중이다.

높은 '자리'를 마다하고 중등교육 현장으로 뛰어든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의 시선이 모아졌으나 정작 본인들은 별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은 "교육학자와 교육자로서 대학과 고등학교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면서 "대학에서 교육학을 가르친 교육학자이기 때문에 직업은 기본 선생이다. 직업세계에서 일자리가 바뀐 것 뿐이다"라고 '교장'으로 변신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8월 취임했던 박성수 명지고 교장도 대학총장 출신인 그가 고등학교 교장자리로 '몸을 낮춘 것'은 교육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 사례라고 주목을 받았었다. 박 교장은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중등교육"이라며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장은 "무너져 가는 공교육 현장에서 바로잡고 싶었다"며 일선 고교의 교장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유영구 명지학원 이사장은 당시 "중고교 교육을 개혁하려면 외부의 능력있는 인물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박 교장은 교육학자이고 청소년 상담분야 전문가로 경험이 풍부해 적임자라고 본다"라고 영입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4년째 서울국악예술고 교장으로 지내고 있는 홍윤식 교장은 "대학에서 정년퇴임하고 국악에 대한 역사적 사명을 갖고 이 곳에 왔다"면서 "서울국악예고와 같이 특목고는 전문성을 요구하는데 '학자'출신 인사가 맡을 역할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장은 지난 1년의 '교장'생활을 평가하면서 "대학에 있을 때는 '학자'로 보는 측면이 많았고, 직접 현장에 오니까 구체적인 시각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 예로 며칠전 아침조회에서 "대학을 진학할 때 입학만 생각하지 말고 그 학생이 대학졸업후 사회에 진출했을 때 도움이 되는 학과 ·프로그램이 뭔지를 생각해 보면 진학프로그램도 달라질 것"이라며 서울대를 비롯한 일류대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박 교장의 생각은 여전했다. "학교에 '교장'은 있어도 '어른'이 없는 것 처럼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 어디든 '어른'이 필요하다."면서 "대학도 '기능'은 중시하면서도 '어른 노릇'을 할 수 있는 교육이 안되고 있어 안타깝다" 또 "공부잘 하는 학생을 가르치기보다 과학을 비롯해 문화, 예술, 스포츠 등 항상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만들어 내는 교육을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학교수 출신 인사의 고교행을 일선 교사들은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을까.
"처음 총장출신 인사가 교장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의외와 기대가 반반이었다."면서 "전체 교육정책의 방향을 잘 알고, 명확한 교육관에 따라 학교교육여건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라고 명지고 교무기획을 맡고 있는 이창준씨는 지난 1년의 행보를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대학교수로서 고차원적인 지식과 깊은 경륜을 학교현장에서 발휘해 한단계 질적인 발전을 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고교 교사들의 인사적체를 야기함으로써 사기저하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자'출신의 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대학입시에 치중하는 현실에서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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