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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새 책_『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권석만, 학지사)
화제의 새 책_『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권석만, 학지사)
  • 강대한
  • 승인 2019.12.20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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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겨울, ‘좋은 죽음’을 위한 안내서
『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권석만 지음, 학지사, 944쪽)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다. 우리는 이 사실 앞에 정직해야한다. 이별, 두려움, 슬픔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죽음을 쉽사리 외면한다. 그러나 때가 되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언젠가 맞이해야 한다면 좋게 마무리해야 한다. 이 책 <죽음의 심리학>은 품위 있게 마무리 하는 법을 전한다. 좋은 삶을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죽음까지 좋아야 한다. 죽음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좋은 죽음(Well dying)’을 위한 책의 내용은 다양하다. 먼저 죽음이란 무엇이며, 사람은 어떻게 죽어 가는지를 설명한다. 자연사의 경우 끝내는 늙고 병들어 병원에서 요양하며 차례를 기다리게 된다는 점을 학술적 관점에서 세세하게 설명한다. 문체는 지극히 담담하다. 읽다보면 가슴은 먹먹하고 눈앞은 컴컴해진다. “이렇게 죽게 됩니다.” 라는, 일종의 예비 선고를 받는 다. 실로 죽음이란 이러하다. 가장 드라이(dry)한 사실이 가장 큰 감정적 동요를 안겨다 주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나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죽음에 대한 암시로 우리가 불안해 질 즈음, 책은 ‘죽음 불안’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정확히 왜 두려운지, 주로 무엇들을 두려워하는지 등이다. 사람마다 다를 불안의 정도에 까지, 측정도구와 개인적 특성별로 불안의 경향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소상한 연구 설명을 통해, 자신의 불안을 스스로 진단하고 정리해 볼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죽음 불안이 병적 증세의 한 종류인지 여부이다. 
‘죽음 불안’은 정신병인가? 질문에 대한 상반된 관점이 존재한다. 죽음 불안이 정신병적 증세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년기부터 사랑을 받고 건강히 자라온 자녀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행위이다. 죽음 불안은 삶에서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불만족스러울 때 증가한다. 삶에 대한 정서적 고통과 좌절이 죽음 불안을 상기시키게 된다. 
죽음 불안을 정신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행위로 보는 다른 관점도 있다. 이에 따르면 죽음 불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불편한 감정이기에 평상시 우리는 부정하고 회피한다. 각기 다른 관점에도 불구하고, 죽음 불안은 건강한 삶을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간주된다. 
책은 죽음에 대처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사람들은 죽음을 부정하고 불멸을 추구하거나, 아니면 수용한 채로 삶의 의미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산다. 다른 경우에는 자기의 의미를 확장해 죽음을 초월한다. 죽음 이후에 사별하게 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극복, 치료의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했다.
사회적, 심리적 불안 등을 모두 감안해서, 어떻게 하면 잘 죽을 것인가? 사회적으로도 물의가 없고, 개인 심리적으로도 고통스럽지 않는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책에서는 ‘좋은 죽음’이란 앞서 말한 심리적 불안과 죽음으로써 가정·사회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후로는 끝내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게 잘 마무리하기, 삶을 의미를 느끼고 고통스럽지 않게 죽기 등의 조건을 들었다. 특히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가정에 부담을 지우지 않고자 하는 소망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죽음이란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기회이자, 좋은 삶을 영위하고 싶은 인간 욕구의 동기부여”라고 말한다. 죽음은 태어난 이라면 당연히 맞아야할 숙명적인 순간이다.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다. 언젠가 맞이할 품위 있는 마지막을 위하여, 지금부터 죽음에 관한 사색을 가져보면 어떨까.

강대한 기자 gamma9899@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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