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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를 통한 음악 단상 (1)
콘트라베이스를 통한 음악 단상 (1)
  • 교수신문
  • 승인 2019.12.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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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뮤직톡 Music Talk
김형준/경영&뮤직컨설턴트
한국안전코칭진흥원 부원장
M&P 챔버오케스트라 고문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기업경영과 문화와의 연관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 없을 것이나 요즘처럼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연결경제 하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콘트라베이스>는 독일 뮌헨 태생인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책이다. 오케스트라 우측 뒷편에 자리 잡은, 사람 키 만한 크기의 콘트라베이스라는 독특한 악기의 연주자를 통해 음악이라는 예술문화의 한 장르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할 수 있다. 

<콘트라베이스>는 1984년 스위스 디오게네스 출판사를 통해 발표된 모노 드라마이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배우가 연극을 통해 악기의 특성, 오케스트라에서의 위치, 사회적 신분, 음악에 대한 이해, 여가수에 대한 애정 등에 관한 평범한 소시민의 생각과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은 가족들의 애정이 결핍된 가운데 성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생각하기로 아버지는 오로지 여동생에게만 애정을 보이고, 음악애호가이자 플룻 연주자였던 연약한 어머니는 남편만을 사랑한다고 느낀다. 이에 따라 공직자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기로 마음먹고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 덩치 크고 독주가 드문 콘트라베이스를 선택한다. 더욱이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이 됨으로써 공무원을 택한 것은 아버지에 대해 보란 듯한 심정이 작용한 것이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오케스트라 음악연주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다른 독주악기 연주자처럼 유명해지기가 쉽지 않다. 저음 악기이므로 음악을 표현할 때 안정적인 기반이 되지만 선율을 리드하기가 어렵다. 또한 사회적인 위치로 보아 인습과 꽉 짜여 진 틀 속에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연약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고 있어 주인공의 마음속에 여러 갈등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잠시 짚고 넘어가 보자.

첫째, 무대가 독일이며 주인공이 독일인이다. 둘째, 독일 국립오케스트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자랑한다. 셋째, 단원이 되려면 보통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단원이 된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명예이다. 그는 음대 4년을 다니고 저명한 교수로부터 작곡법, 화성법 등을 공부하였다. 오전 세 시간 연습하고, 평소 밤 12시가 되기 전에 자지 않고 연습하였으며, 연주곡을 암보하기 위해 하루 14시간 피나는 노력을 하였다. 또한 보티니지 모음곡 연주 등 기량 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가 내심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음악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으며, 음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음악은 인간적인 영혼과 정신에 따라 본질적으로 구성된 결정체이다. 형이상학적이며, 어느 곳이든 영원히 존재한다. 실제적인 존재 이상 또는 그 이면, 다시 말하면 시간과 역사와 정치와 빈곤과 부귀와 삶과 죽음 그 이면의 것들이다.”

괴테는 “음악은 영원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음악은 지고한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해력도 그것과 같은 수준에 있을 수 없고 모든 것을 통치하며 어느 누구도 감히 말로 설명하려는 용기를 갖지 못할 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나이 들수록, 음악에 깊이 파고 들수록 음악은 하나의 커다란 비밀, 대단히 신비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된다. 또한 음악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것에 대해서 적절한 표현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주인공은 이러한 자부심, 높은 식견, 명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앞서 얘기한 대로 현실적인 한계점을 동시에 인식하고 있어 심적으로 갈등이 많으며 다음과 같은 독백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연습만 열심히 하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나 실제로는 연습을 별로 하지 않는다. 내적으로 충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35세 공무원 신분인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자리를 지킬 것이다. 평생 신분보장, 1년에 5주휴가, 의료보험 가입, 2년마다 월급 자동 인상, 연금보장 등 혜택이 많다. 그러나 고정된 직업을 가짐으로 해서 안정된 생활에 대한 공포심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어려운 직업과 비교하더라도 이 직업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변화의 추구가 어렵고 두렵다”

이처럼 주인공은 갈등 속에서도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존재가치를 확인코자 애쓰는 모습이 오버랩 되어 여운을 남긴다. 어쩌면 꿈을 가지고 세상을 열심히 살면서도 구조적 한계를 느끼며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소시민들도 이와 유사한 감정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저자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라는, 사회의 일반 직업이 아닌 사람을 배우로 선정하고 그의 일상을 통해 현대인의 고뇌를 파헤친 것은 놀라운 통찰력이다. 주인공은 저녁 7시 반 시작 연주회에 서둘러 가면서 - 현실의 과업에 충실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면서 -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숭어>를 틀어 주면서 막을 내린다. 후속 내용은 다음 기사에 싣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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