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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모임을 찾아서5 - 수요역사연구회
연구모임을 찾아서5 - 수요역사연구회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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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보'를 읽는 까닭

산해진미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 ‘학문함’이란 어쩌면 소박한 밥상과 같은 것일 게다. 화려하지 않지만,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것, 두 가지는 닮았다. 7년째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듯이 연구하는 모임이 있다. 1995년에 결성된 수요역사연구회(이하 수요회)는 작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지적 원천을 채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회는 일제시대를 공부하는 젊은 한국사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수요회의 전신은 1995년 가을에 정혜경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과 김인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등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소속의 연구자와 분당 평촌 지역의 연구자 6명이 잡지 ‘개벽’을 읽기 위해 만든 강독 모임. 당시만 해도 이 모임이 7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 생각치못한 것은 당연했다. 이것을 계기로 관심있는 연구자들이 모여들어, 1996년 겨울에 ‘수요역사연구모임’으로 다시 태어났고, 1999년 겨울 ‘수요역사연구회’로 자리잡았다. 지사적인 분위기가 흡신 풍기는 이 이름의 유래는 정기모임이 수요일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 현재는 황민호 회장(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을 비롯해 박성진 정부기록보존소 학예연구사, 심재욱 독립기념과 사료조사연구원 등 25명의 연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일제시대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의 모임이지만 소속 연구자들의 관심 분야는 조금씩 다 다르다. 그래서 월 1회의 정기모임 이외에도 녹기연맹 관계자료 학습팀, 재일조선인 연구팀, 매일신보강독반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모임의 결과물은 책으로 발간되기도 한다. 그 동안 수요역사연구회는 두권의 책을 냈다. 한국사와 동양사를 통합한 연표 ‘곁에 두는 세계사’(석필 刊, 2001)와 ‘식민지 조선과 매일신보’(신서원 刊, 2003)가 노력의 결과물이다.

황민호 회장은 "매일신보를 꾸준히 읽어나가고 있는 연구팀은 수요회가 유일할 것“이라 자긍심을 보였다. 매일신보의 목록을 만든 작업은 몇 차례 있었지만, 기사를 하나하나 읽고 분석한 결과물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매일신보는 주류 국사학계에서 많이 연구하는 자료는 아니다. 일본 총독부가 발행한 신문인 까닭에 지나치게 왜곡의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1910년-1940년대까지 발간됐기에 그 양이 방대한 것도 연구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황 회장은 “오히려 매일신보를 통해 일제의 조선 지배 이데올로기를 분명하게 볼 수 있고, 식민지사회의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연구의 의미를 매겼다.

이들은 요즘 ‘식민지 조선과 매일신보2’(가제)의 출판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1910년도의 매일신보를 각 연구자들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앞으로 1920년대, 1930년대, 1940년대까지 꾸준히 연구를 해서 매일신보를 분석하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수요회'는 처음부터 다른 연구회와의 차별성을 생각하고 만들어진 모임이 아니었다. 학회로 만들어 규모를 키워나가고 이름을 알리겠다는 목적을 가진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보다는 예전에 이미 읽은 것이어서 방기하거나, 다 아는 것처럼 생각되는 부분들에 대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자세로 다시금 읽어보고 생각하는 작업에 대한 필요성으로 생겨난 모임이었다. 그 결과 수요회는 회원의 출신대학과 소속 연구회, 개인의 연구지향성 등과 무관하게 함께 모여 자료를 공유하고 함께 토론하는 지극히 正道에 가까운 모임으로 자리잡았다. 이 모습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이들의 작은 소망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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