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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logue] 극장용 영화의 미래
[Cinelogue] 극장용 영화의 미래
  • 교수신문
  • 승인 2019.12.0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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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_ 아이리시맨(Irishman)
영화_아이리시맨
영화_아이리시맨

 극장용 영화는 변화의 시점에 놓여 있다. 최근 미국의 유명한 영화감독이며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인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se)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 ‘마블영화는 (예술)영화가 아니다(Marvel Movies Aren't Cinema)’는 세계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신작 <아이리쉬맨 Irishman>이 개봉하면서 더욱 그 관심이 쏠려 있다. 미국영화계의 전설인 마틴 스콜세지의 이 파격적인 말은 극장용 영화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음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영화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해 갔음을 시사하는 걸로 볼 수도 있다.

 스콜세지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시리즈(franchise) 영화들이 극장을 점령했고 그것은 솔직히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영화의 예술성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했다. 스콜세지는 마블영화가 단순히 오락성만을 추구하는 테마파크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를 절하했다. 그가 내세우는 영화의 예술성이란 미학적, 정서적, 영적인 탐구이며 그것을 오락과 구별하여 예술이라 지칭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문학, 음악, 미술과 대등한 존재였고 예술의 여러 매체중 하나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의 극장에서는 그러한 영화들을 상영하지 않고 오직 마블 시리즈 같은 블록버스터 오락영화만을 상영할 뿐이다. 그런 추세로 나아가다 보니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들은 거의 남아나지 않게 되었다. 영화를 만드는 예술가들의 꿈은 극장에서 대중에게 영화적 감동을 나누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현실은 불가능해져간다. 그래서 그 자신도 이번 작품 <아이리쉬 맨>은 온라인업체인 넷플릭스용으로 만든 것이다. 영화는 만들어야겠고 극장에선 자신의 영화는 받아주지 않고 그 결과로 가는 곳은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및 극장겸용 영화인 것이다.

 그는 미래의 영화가 온라인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시인하고 있다. 스콜세지의 말은 액면 그대로 헐리우드의 영화산업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자신도 어쩔수 없는 영화산업의 방향이 놓여 있는 것이다. 영화산업은 돈을 버는 쪽으로 흘러가는데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다보니 그렇게 되고 만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산업은 철저히 수요공급의 법칙대로 가는 것이다. 예술을 위해 가는 방향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고 당연히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스콜세지는 자신의 말이 개인적 취향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모든 논쟁을 일축시켰다. 그는 알프렛 히치콕(Alfred Hitchcock) 같은 예술 영화들이 주는 감동은 예상할수 없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건 단순히 스릴이나 액션이 주는 느낌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감정이 교환하면서 전달되는 인간애나 영상미학이 던져주는 느낌 들인 것이다. 현대 감독들 가운데도 예술성을 담은 감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현대 영화산업의 방향은 두 가지로 나뉘어서 간다. 오락과 예술이다. 이 두 개의 다른 영역은 서로 넘나들면서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락이 극장을 장악하면서 예술은 크게 위축되고 점점 더 희망이 없어져 간다. 스콜세지는 미래 영화관의 운명이 기쁨 보다는 슬픔으로 기우는 것을 두렵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과연 영화관의 운명이 비관적으로만 흘러가고 말 것인가?

정재형(동국대 영화영상학과교수)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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