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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33- 참깨와 들깨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33- 참깨와 들깨
  • 교수신문
  • 승인 2019.11.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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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참깨!
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참깨와 들깨를 통틀어 깨라 부른다. 그러나 참깨들깨는 사실상 생물학적으로 서로 유연관계(類緣關係,relationships)가 꽤 먼 식물이다. 참깨는 참깻과, 들깨는 꿀풀과에 드는 일년생초본식물(한해살이풀)로 숫제 科(family)가 다를 정도이다.

그리고 필자도 여태 잘 못 알고 지냈으니 검은 들깨를 흑임자로 알았다. 그러나 흑임자(黑荏子)는 검은 참깨(검정참깨)를 말하고, 임자(荏子)는 그냥 들깨를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흑임자는 흰깨보다 비싸서 보통 2배 안팎의 가격차를 보인다.

“참깨가 기니 짧으니 한다.”란 그만그만한 것들 가운데에서 굳이 크고 작음이나 잘잘못을 가리려고 함을 빗댄 말이다. 그리고 깨소금은 볶은 참깨를 빻은 것이거나 거기에 소금을 약간 넣은 양념을 뜻하는데, ‘깨소금 맛’이란 쌤통(남이 잘못되는 것을 보고 몹시 통쾌하고 기뻐함)을 일컫는다. 또한 매우 작아서 점에 가까운 물체나 표시를 “깨알 같다”하고, 몹시 아기자기하고 재미나는 신혼살림을 일러 “깨가 쏟아진다”라 한다. 

참깨(Sesamum indicum)는 참깻과의 한해살이풀로 서아시아원산이다. 뿌리는 곧고 깊게 뻗기에 엔간히 가물어도 잘 견딜 뿐더러 비가 많아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작물이기 때문에 농사짓기 힘든 기후대의 농부에게 매력이 있다.

참깨줄기는 네모지고, 여러 개의 마디가 나며, 높이가 1m에 다다르고, 잎줄기에는 흰색 털이 빽빽이 난다. 연분홍색인 꽃은 7∼8월에 피고, 줄기 윗부분에 있는 잎겨드랑이에 1개씩 밑을 향해 달린다. 꽃받침은 5개로 깊게 갈라지고, 꽃부리는 입술 모양으로 윗입술 꽃잎은 2개, 아랫입술 꽃잎은 3개로 갈라진다. 1개의 암술이 있고, 수술은 4개로 가운데 2개가 길다.

열매는 길이 2∼3cm의 원기둥꼴이고, 각 열매에는 80개 남짓의 종자(씨앗)가 들었다. 열매는 끝이 뾰족하고, 익으면 끝에서부터 터져서 깨가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익을 무렵이면 줄기를 베어 깻단을 만들어 서로 비스듬히 기대어 세워둔다. 참깨(씨앗)는 흰색이거나 검다. 

참기름(眞油, sesame oil)은 참깨를 볶은 후 압착한 것으로 특유의 고소한 향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덥고 건조한 땅에서 재배한 것에 기름이 많이 들었고, 또 씨껍질의 빛깔에 따라 검정색보다 흰색 종류에 더 많이 들었다. 또한 참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은 사료나 거름으로 쓰인다. 

‘열려라 참깨’는 천일야화 중 ‘알리바바(Ali Baba)와 40인의 도둑’이야기에 나오는 주문이 아니던가. 아마도 옛사람들은 참깨에 신비스런 힘이 숨겨져 있다고 믿었던듯하다. 그런데 실제로 참깨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으니 바로 노화를 방지해준다는 것이다. 참깨는 세포노화를 방지해주는 항산화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또 노화방지물질인 비타민 E와 물질대사를 원활히 해주는 셀레늄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참깨에는 45∼55%의 기름(脂肪)과 단백질이 36%가 들었고, 불포화지방산이 80%인 식용유로 건강식품이다. 

참깨는 피부점막의 회복을 돕고, 콜레스테롤을 줄이며, 장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또한 기침․눈병․화상․변비 등에도 좋고, 검은깨(흑임자)는 위산과다, 폐렴, 편도선염 등등에 좋다고 한다. 한마디로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그리고 참깨는 특유의 강한 고소한 향미를 가지기 때문에 음식에 조금만 넣어도 맛과 향이 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국, 찌개, 나물, 비빔밥 등 여러 음식에 넣어서 입맛을 돋운다.

여기에 들깨이야기를 조금 덧붙인다. 들깨(wild sesame)는 꿀풀과의 일년초로 말 그대로 야생으로 자라는 ‘들판에 나는 야생 깨’가 아닌가. 쐐기풀을 닮았고, 바질(basil)향을 풍기며, 줄기는 네모진 것이 곧추서고, 긴 털이 많다. 따로 심기도 하디만 옥수수밭고랑에 사이짓기(間作)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깻잎으로 쌈 싸먹을 뿐더러 깻잎부각, 장아찌, 조림, 김치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잎에는 비타민A, C 등이 풍부할뿐더러 무기물질인 K, Ca, Mg들이 듬뿍 들었다. 또한 들기름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혈중콜레스테롤저하, 항암효과, 당뇨병예방을 한다.

들깨가루는 여러 음식이나 국에 넣고, 추어탕이나 보신탕에 넣어 비림이나 누린내를 없애며, 들기름은 나물에 넣는 멋진 양념이다. 옛날에는 들기름을 등잔불기름으로 썼고, 그을음으로 먹을 만들기도 했으며, 또 두꺼운 백지에 기름을 먹여 기름장판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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