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9:35 (금)
음악 흐름 : 현대음악은 어렵기만 할까
음악 흐름 : 현대음악은 어렵기만 할까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3.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 이은 편안한 선율…즐길 수 있는 '귀'가 관건

‘뉴스위크’ 한글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세계 음반시장에서 서양 고전음악의 점유율은 3.5%에 불과하다. 2002년 클래식 앨범의 판매량은 17% 감소했다. 고전음악이 이 정도니 그것의 일부일 현대음악의 사정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 평가는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현대음악에선 진지한 독창적 실험 말고도 편안한 선율로 청중에게 다가가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연주된 스코틀랜드 작곡가 제임스 맥밀런의 교향곡에 대해 6천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보내준 우레와 같은 갈채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영국의 존 애덤스나 필립 글래스 같은 작곡가들은 엄격한 미니멀리즘을 선율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작품으로 바꿔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새뮤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같은 아방가르드 음악도 지난해 영국 클래식 앨범 인기차트에 오르는 등 사람들이 찾아듣는 현대음악이 늘고 있다. 단순한 대중오락에 질린 사람들이 뭔가 복잡하고도 심오한 위안거리를 찾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단 ‘음이 들려야’ 되는데, 현대음악에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전통적인 것을 끌어들임으로서 효과를 내고 있다. 무조주의에서 벗어나 선율과 화성을 중심으로 낭만주의적 감성을 되찾으려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펜데레츠키의 ‘비올라 협주곡’과 ‘폴렌드 레퀴엠’이 여기에 속하는데 전통적인 바이올린 협주곡을 계승한 것이다. 베리오, 짐머만, 리게티, 크럼 등도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시도로 베르크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인용해가며 관객들이 곧바로 인식할 수 있는 음악적 표현을 시도하기도 한다. 바로크적 대위법과 고전시대 호모포니 양식이 현대선율과 만나면서 새로운 정서적 풍경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오희숙 서울대 교수(작곡과)는 “1970년대 이후 현대음악은 신낭만주의나 신조성주의 등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려 시도해왔다”라며 현대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짚어낸다. 독방에서 외로이 추구하는 엄격한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전통적인 것을 회복해 거대한 혼성합창과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형식으로 대중 앞에 당당히 나선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19세기 음악에 머물러 있다”는 게 신인선 한양대 교수(작곡과)의 진단이다. 전문가 집단의 층이 아직 얕다는 것. 현대음악은 만들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외국 작품을 소개하려해도 연주하는 사람들이 낯설어하고, 연주를 해도 어설프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첨단 선율에 굿거리장단을 도입한다든지, 아니면 ‘여성성’과 같은 문제의식을 전통음악과 결합시키는 시도들은 좀체로 호응을 얻기 힘들다.

아직 창작 인프라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국내의 상황에서는 외국의 훌륭한 현대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귀’를 획득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