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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연구소의 안정적 삶이 아닌 또 하나의 도전
대기업 연구소의 안정적 삶이 아닌 또 하나의 도전
  • 교수신문
  • 승인 2019.10.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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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혁 성균관대학교 첨단소재기술연구소 박사후연구원
허준혁 성균관대학교 첨단소재기술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많은 박사학위자분들이 학위 취득 후, 기업 연구소에 선임 또는 책임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할지 아니면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 경력을 조금 더 쌓을지 고민을 하게 된다. 필자도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고민을 하다가 국내 대기업 책임연구원으로 근무를 했었다. 기업의 연구소에서 수행했던 연구 분야는 ‘친환경 난연 소재 개발’이었다. 학위과정 중 수행했던 주제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관련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가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고분자, 유체역학 그리고 유변학 등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전공 서적을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단기간 안에 특허 출원 및 제품 개발 등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 성과를 냈었다. 

하지만, 필자는 학위과정 중 첫 논문을 출판했을 때와 같은 성취감울 느낄 수는 없었다. 이는 기업에서 정의하는 연구는 Research (연구) 그리고 Development (개발) 중에서 개발에 가깝기 때문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기업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실험을 진행하지만 결과물은 신제품일 뿐 관련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보고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필자가 책임연구원으로서 연구한 ‘난연 소재’는 기초연구가 매우 중요하지만 산업계와 달리 학계 내에서는 보고되는 관련 연구의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필자는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닌 해당 분야에 대해 깊은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대기업 연구소에서의 안정된 자리를 포기하고, ‘난연 소재’에 관한 연구 경력을 쌓기 위해 박사후연구원을 가기로 결심했다.

박사후연구원으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연구책임자로서 펀드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었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학교 또는 부설 연구소를 찾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필자가 연구하고자 하는 ‘난연소재’는 국내에서 활발히 수행하는 연구그룹이 없었다. 이에 필자는 모교의 첨단소재기술연구소에 지원하여 해당연구를 수행하기로 결심하였고,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 박사후국내연수지원 사업을 신청했었다. 당시에는 회사 일과 병행하며, 지원서를 작성했어야 했지만 지도교수님의 조언과 후배들의 도움으로 인해 박사후국내연수지원 사업체 최종 선정될 수 있었다.

다시 찾은 모교에서 지도교수님의 배려로 관심이 있는 ‘난연소재’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학위과정 중 진행했던 다양한 연구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책임연구원으로서 기업에서 사원, 대리 그리고 선임 연구원을 직접 지도해 본 경험을 살려 현재 다양한 과제에 대한 PM (project manager)역할을 소속 연구소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 학생의 연구를 직접 지도해보는 기회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업 연구소에서 제품의 기획, 개발 그리고 판매 등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해서 그런지 진행하는 해당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논문에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학위취득 후, 취직과 박사후연구원을 고민하는 박사과정 후배들에게 각각의 선택이 가지는 장단점에 대해 나름대로의 조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과거 대학교 4학년 바이오재료 수업에서 지도교수님께서 “연구는 스스로가 재미를 느껴야 그 가치가 있다”라는 말씀을 듣고, 내가 하는 일이 재미가 있는지 또는 성취감이 있는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대기업 연구소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당시에 주변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었다. 하지만, 학위를 시작했을 때 주변의 우려를 뿌리치고, 필자 스스로 연구에 대한 재미를 느끼며 결국에는 박사학위 취득 그리고 대기업 연구소 취직을 이뤘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걱정도 있으나 스스로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계속 노력한다면 필자의 선택이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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